20.지루한 삶
20.지루한 삶
  • 법보신문
  • 승인 2012.11.05 15:4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무기력은 인생의 쉼표…자아 찾는 기회로

무기력·고독은 시대적 흐름
일본 학생도 같은 고민 많아


사소해도 긍정적 사고가 해법
초조해말고 내 마음에 집중해

 

 

▲히로나카 스님은 “무기력증은 심각한 문제가 아니라 성숙의 기회”라고 말한다. 

 

 

Q. 사는게 재미가 없습니다.


저는 고2 남학생입니다. 언제부터인지 사는게 재미가 없어졌습니다. 학교에 가거나 학원에 다니는 것도, 놀러가거나 집에서 TV를 보고 잠을 자는 것까지, 모든 일상들이 지겹고 지루합니다. 학교에서 친구들이 왁자지껄 모여 놀 때도 저는 아무 생각 없이 가만히 앉아있을 때가 많습니다. 제가 우울증에 걸린 걸까요? 아님 다른 이유라도 있을까요? 벌써 새 학기가 시작한 지 반년이 넘었는데 아직 이렇다 할 친한 친구도 없습니다.


요즘에는 정말 제 자신을 추스르기가 힘이 듭니다. 예전에는 그래도 친구가 많다고 생각했습니다. 친구가 많다기보다는 다른 사람들이 저를 만나면 호감을 가질 거라고 믿고 또 그런 생각으로 자신감 있게 생활했습니다.


그런데 삶에 재미가 없어지면서 인간관계에 회의를 느끼게 됐고 자신감도 없어졌습니다. 내가 이런 말을 하면 상대방은 어떻게 생각할까 하는 마음에 아예 말을 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친구들이 농담을 해도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뒤집어 생각하고 꼬아서 생각하면서 혼자 기분이 나빠지거나 체념하기도 합니다.

 

정말 학교라도 즐거우면 모든 일이 잘 풀릴 것 같은데 잘 되지가 않습니다. 무엇보다 우리 반에는 저와 친해질 만한 사람도 없는 듯합니다. 다들 철부지 같습니다. 자존심이 강해서 먼저 가서 친해지기도 싫습니다. 친구도 없고 사는 재미가 점점 더 없어지니 이제는 왜 살아야 하는지조차 모르겠습니다. 이 모든 것이 제 성격 탓일까요? 부디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18세, 고등학생)


 

A. 사실 일본에도 학생과 같은 고민을 호소하는 학생들이 매우 많아요. 중고등학생 뿐 아니라 대학생도 있어요. 무기력함과 무관심은 물론이고 타인과 경쟁하겠다는 의지나 뚜렷한 인생 목표도 찾지 못하는 젊은이들이 갈수록 많아지는 듯 합니다.


이런 경향이 시대의 흐름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일본 교육이 아이들에게 경쟁을 부정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기 때문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고요. 실제로 일본의 초등학교 체육대회에서 달리기나 계주 같은 종목이 많이 없어진 것이 현실입니다.


그런데 한국의 상황은 좀 다르지요? 정치나 경제 상황에 따라 국민의 의식도 달라지기 마련인데, 한국은 아주 치열한 경쟁사회라고 아저씨는 알고 있어요. 그리고 한국 남자는 다 군대에 가지요? 이 이야기를 하면 일본학생들은 다 놀라요. 한국인의 애국심이 특별히 강한 이유는 언제든 전쟁이 일어날지 모르는 상황에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내 나라를 사랑하고 지켜야 한다는 생각은 정말 소중한 것입니다. 내 존재가 누군가를 위해 힘이 될 수 있다면 사람은 더 열심히 살려고 노력을 하겠지요.


학생은 지금까지 별다른 고민 없이 잘 성장해왔던가요?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모르지만 잘 자라고 있던 마음이 멈춰버린 듯합니다. 그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요? 그렇게 된 계기가 꼭 있었을 텐데요.


혹시 학생은 하기 싫은 일이나 보기 싫은 일로부터 도망가려고 하는 것이 아닌가요? 어떤 문제든 부딪치지 않고 도망갈 때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도 잘 되지 않고 무기력함을 느끼곤 하거든요. 그 원인을 먼저 찾아보도록 합시다.


학교에 가서도 하나도 재미가 없는 이유는 어쩌면 학교가 아닌 가정에서 찾을 수 있어요. 부모님의 사이는 좋은가요? 학생과 부모님과의 관계, 혹은 학생과 형제자매의 관계는 어떤가요? 학교에서 공부는 어떤가요? 학교 친구와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은 아닌가요? 잘 생각해보세요. 남에게 이야기하기는 싫지만 학생 마음 속에서 문득 생각나는 일이 있지 않을까 싶어요. 문제를 발견하면 거기서 물러서지 말고 맞서야지요.


한 가지 걱정되는 일은 학생이 자기 자신에게 문제가 있다고 스스로를 탓하는 모습입니다. 그것이 습관이 되면 마음이 점점 가라앉아 정말로 우울증에 걸릴 수가 있거든요.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한 효과적인 방법을 아저씨가 가르쳐줄게요.


그것은 일상생활 속에서 좋은 일을 많이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즐겁거나 재미있는 일을 발견하면 아주 짧은 문장으로 누군가에게 문자를 보내주세요. 엄마에게 보내는 것도 좋지요. 예를 들어 “오늘 저녁 카레가 참 맛있었어요”, “지금 하늘을 보니 달이 정말 예뻐요”, “떡볶이를 사 먹었더니 배 속이 따뜻해” 등 아무 이야기나 괜찮아요. 꼭 하루에 두세 번 엄마에게 문자를 보내보세요.


문장을 너무 고민하면 안 됩니다. 가급적이면 짧은 문자가 좋아요. ‘그러나’, ‘하지만’ 같은 부정적인 단어는 쓰지 말도록 하세요. 기분을 전하는 아주 짧은 문자만 쓰는 거예요.


학생 부모님도 분명 학생을 걱정하고 있을 테니 엄마도 기뻐하며 답문자를 주시겠지요.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문자 주고받기를 즐기면서 계속하세요.


학생은 스스로가 달라져야 한다고 억지로 힘을 쓰지 않아도 됩니다. 지금 이 상태는 나쁘지 않아요. 학생은 힘들지만 해결방안을 고민하고, 학교도 꼬박꼬박 다니고 있잖아요?


인생은 칠전팔기(七顚八起)입니다. 넘어져도 다시 일어서면 돼요. 지금 힘들어서 주저앉고 싶으면 조금 쉬었다 가면 돼요. 잠시 쉬어가는 휴식이라 생각하세요. 앞으로 더 발전하려면 가끔은 충전시간이 필요하니까요. 긴 인생에서 때로는 그런 시간을 갖는 것도 나쁘지 않아요.


우리가 세상에 사람으로 태어난 것은 아주 귀한 일이지요. 부모님의 소중한 만남이 있었기에 지금 학생이 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이지요. 그러니까 사람으로 태어난 기쁨과 즐거움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세요.


무엇보다 중요한 일은 서두르지 말고 초조해하지도 말고 자신을 다시 돌아보고 자아를 발견하는 것입니다. 자전거를 타고 혼자 힘으로 어디론가 가보는 것도 좋아요. 내가 왜 태어나고 여기서 살고 있는지, 인생의 목표는 무엇인지, 그리고 이 사회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은 무엇인지 생각해보세요. 학생은 꼭 그 답을 찾을 수 있을 겁니다.

 

▲히로나카 스님

지금 학생이 할 수 있는 일을 정리해봤어요.
1. 예전에 사이좋게 지냈던 친구들을 찾아서 다시 만나보자. 그 만남에서 다시 즐거움을 재발견할 수도 있을 것이다.
2. 학교 선생님께 숨김없이 자신의 마음을 실토해보자. 인생의 선배이기도 하는 선생님의 조언을 받으면 무언가 새로운 길이 보일 수가 있다.
3. 하루에 두 세 통씩 엄마와 짧은 문자를 주고받고 하자. 즐거운 일이나 좋은 일만 문자로 적어서 보내 드리자.


 번역=도서출판 토향 도다 이쿠코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