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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반장의 역할

기자명 법보신문

좋은점만 찾다보면 미운 마음도 사라져

성격이 똑같은 사람은 없어

상대방 인정하는 마음 필요

 

‘친구들 장점찾기 운동’ 제안

학급일지에도 긍정적 기록만

 

 

▲병원에 입원한 순간에도 스님과의 상담을 원하는 전화는 그칠줄을 모른다.

 

 

Q. 제 말을 따르지 않는 친구들 때문에 화가 납니다.

 

저는 학급의 반장입니다. 할 일이 너무 많은데 반 친구들까지 보살피려니 너무 힘이 듭니다. 항상 모범생으로 자라왔기 때문에 선생님께서도 저를 특별히 신뢰합니다. 그래서 학교수업을 따라오지 못하는 친구를 가르쳐주고 보살펴달라는 부탁을 하셨지요. 선생님의 믿음과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처음에는 열심히 친구에게 공부를 가르쳤습니다.

 

그런데 그 친구는 공부에 흥미가 전혀 없어요. 제가 공부하자고 할 때마다 오히려 짜증을 내며 “니가 뭔데 날 가르치려 하냐”고 화를 냅니다.

 

선생님은 또 제게 학교를 잘 나오지 않는 또 다른 친구에게도 관심을 가져 달라고 부탁하셨습니다. 그 친구는 다른 반의 불량한 학생들과 어울려 가출도 하고 술 먹고 싸움도 하면서 저와는 몹시 다른 생활을 합니다. 선생님의 부탁이 아니라면 저도 개인적으로 친해지고 싶지 않은 친구입니다.

 

그럼에도 저는 선생님의 부탁을 무시할 수 없어 그 친구를 위해 제 시간을 할애하고 있습니다. 학교를 나오지 않으면 친구의 어머니에게 전화하기도 하고 친구에게 학교는 반드시 나와야 한다고 말하곤 합니다. 그런데 그 친구는 다른 친구들과 저를 비웃기만 하고 제 말을 들을 생각도 하지 않습니다. 기껏 생각해서 내 시간을 투자하고 있지만 이런 반응에 화도 납니다.

 

그렇다고 선생님께 더 이상 친구들을 챙기지 못하겠다고 말씀드리고 싶지는 않습니다.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긴 싫거든요. 제 말을 듣지 않는 친구들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고민이 됩니다. (18, 고등학생)


 

A. 많은 아이들과 함께 지내다 보면 하나하나가 서로 다른 다양한 소질을 가지고 있음을 느낍니다.

 

책임감이 강한 아이도 있고, 정리정돈 잘하는 아이, 인간관계 구축에 뛰어난 아이, 스스로 공부를 잘하는 아이 등등 아이들은 자신의 역할을 자발적으로 하고 있어요. 학생의 경우 강한 책임감과 정의로움으로 선생님께 인정받고 있네요. 정말 훌륭합니다.

 

우리 절에 나인이라는 여학생이 있어요. 나인은 중1 때 학교에 못 가게 되는 불등교 증상으로 우리 절에 왔어요. 처음엔 공부에도 관심이 없고 아무것도 할 기력이 없어 아주 소극적인 아이였는데, 우리 절에서 많은 아이와 함께 생활하며 점점 적극적인 성격으로 바뀌었습니다. 학교에서는 농구부에 들어가 선수로서 활동도 하고, 이젠 공부에도 욕심이 생겨 성적도 부쩍 올라갔습니다.

 

나인이 중3이 되자 학급 반장이 되겠다고 출마했다고 했어요. 이유를 묻자, 중3은 누구나 고교진학을 위해 공부에 집중해야 하는 시기라 반장 같은 귀찮은 일을 다들이 하기 싫어한대요. 때문에 나인은 그동안 주변 사람들에게 받은 은혜를 갚을 때다 싶어서 자기가 반장을 하겠다고 나섰다는 거예요. 정말 훌륭한 생각이지요. 나인이 벌써 이만큼 컸구나 싶어아저씨는 너무나 기분이 좋았어요.

 

학교에는 선생님 말을 듣지 않은 아이들이 꼭 있어요. 나인도 그런 고민 때문에 많이 힘들어했어요. 그래서 아저씨와 함께 좋은 생각을 해냈습니다. 바로 학급의 ‘의식 개혁’을 하는 것인데 아마 학생 학급에서도 시도해보면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해서 여기서 소개할게요.

 

학교에는 여러 가지 규칙이 있지요. 그리고 규칙을 지키지 않은 학생에게 선생님이나 반장이 항상 화를 냅니다. 실내화를 신고 밖에 나가거나 아무 데나 쓰레기를 버리거나, 꼭 그런 행동을 하는 아이들이 있어요. 그런 아이들은 아무리 야단 쳐도 듣지 않지요?

 

여기서 ‘발상의 전환’을 해봅시다. 앞으로 아이들의 나쁜 면을 보지 말고 좋은 면만 보자는 거예요. 그리고 좋은 면을 발견하면 그 이야기를 학급 일지에 적는 거예요. 물론 처음에는 좀 힘들거예요. 아무리 좋은 면을 찾으려고 해도 잘 안 보일 수가 있거든요. 아주 사소한 것도 상관없어요. 정말로 찾기가 어려우면 오늘 좋았던 일을 생각해봅시다. “점심 맛있게 먹었다”고만 적어도 좋으니까 꼭 한 마디씩 좋은 일만 적도록 하세요. 학생은 반장으로서 학급 친구들 하나하나 살펴보고 있잖아요? 아무것이나 괜찮아요. 학생이 ‘좋은 일 찾기’를 하기 시작하면 서서히 학급 분위기가 달라지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거예요.

 

아저씨는 ‘좋은 일 찾기 운동’을 우리 사회 곳곳에서 보급하려고 제안하고 있습니다. 학교뿐 아니라 직장에서도 마찬가지예요. 지난달 아저씨는 큰 종합병원에서 간호사들에게 강의를 했어요. 간호사는 여성들이 대부분이고 많은 환자와 접촉하기 때문에 제일 어려운 일이 인간관계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병원에서 ‘좋은 일 찾기 운동’을 제안했어요. 모두가 상대방에서 좋은 면만 찾으려고 노력하자고요. 그래서 날마다 당번 간호사가 업무일지를 쓸 때 꼭 3줄 좋은 일만 적도록 시도했어요. 다음 날 당번이 전날 일지를 보고 자신도 꼭 3줄 좋은 일만 적고, 그다음 당번도 좋은 일만 적다 보니까 10일 지나자 직장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고 하네요. 그리고 그동안 고민해왔던 인간관계 문제도 서서히 풀리기 시작했대요.

 

사람은 누구나 마음가짐 하나로 얼마든지 달라질 수가 있어요. 그리고 스스로 달라지면 주변 사람들도 꼭 달라져요. 먼저 반장인 학생이 달라지면 학생 반은 꼭 달라질 수 있어요. 그러니까 같은 반 친구들의 좋은 면을 적극 찾아보도록 해보세요.

 

그다음에는 학생이 반 친구들에게 제안해보세요. 하루에 한통씩 ‘고맙다’는 메시지를 보내자고. 반 친구에게도 좋고, 선생님에게도 좋고, 엄마에게도 좋아요. 모든 아이가 하루에 꼭 한통 누군가에게 ‘고맙다’는 메시지를 보내자고 학생 반에서 제안해보세요.

 

아마 단임 선생님은 학생에게 ‘항상 고맙다’라는 메시지를 보내주실 거예요. 친구들 사이도 가까워지고 어느새 학생 반은 학교에서 제일 분위기가 좋은 반으로 소문날 거예요. 학생 힘으로 그런 식으로 학급을 바꿀 수가 있어요.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은 아주 소중한 일입니다. 학생의 시도가 친구들의 관계에 좋은 역할을 한다면 그 경험이 앞으로의 학생 인생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아저씨는 믿어요.

 

▲히로나카 스님

지금 학생이 할 수 있는 일을 정리해보았습니다.

1. 한 달에 한 번씩 스스로 도시락을 만들어보자. 새로운 일에 도전하면 새로운 즐거움과 만날 수 있어요.

2. 선생님이나 친구가 학생 이름을 부르면 항상 즐겁게 큰 소리로 대답하자. 다른 친구들이 그런 학생 모습을 보며 같이 따라 하게 될 거예요.

3. 단임 선생님의 좋은 면을 하루에 하나씩 꼭 찾아보자.


 번역=도서출판 토향 도다 이쿠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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