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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마음의 이중성

기자명 법보신문

중생과 부처는 이중성으로 구성돼
중생 없으면 부처도 존재할 수 없어

“법의 재물을 덜고 공덕을 없앰은 심의식(心意識)으로 말미암지 않음이 없음이라. 이로서 선가에서 마음을 물리치고 태어남이 없는 지견력(知見力)에 단박에 들어감이로다.”


불교가 마음의 종교요 철학이라는 것은 누구나 다 안다. 그러므로 불교는 기독교처럼 믿음의 종교가 아니다. 불교는 엄밀한 의미에서 신앙이 아니다. 다만 불교는 한편으로 방편을 중시하는 가르침이므로 이해력과 근기가 낮은 사람들에게 알맞게끔 신앙의 형식을 빌려 주었다. 불교가 종교라는 것은 기독교가 종교라는 것과 다르다. 종교로서의 불교는 최고의 가르침이라는 의미를 뜻하지, 신앙의 대상을 열렬히 믿는다는 것을 말함이 아니다. 어디에도 부처님이 나를 열렬히 믿으라는 그런 말을 하지 않으셨다. 부처님이 가르치신 법은 우주만물의 사실이다.


우리가 흔히 마음이라고 부르는 것을 불교에서 심·의·식(心·意·識)이라고 분류한다. 심은 제8식으로서의 아뢰야식이라고 부르고, 의는 제7식으로서의 말나식이고, 식은 제6식으로서의 의식을 말한다. 아뢰야식은 마음의 가장 심층적인 무의식으로서 라깡이 말한 ‘그것(a)’과 같다. ‘그것’은 무의식의 별칭으로서 일인칭적인 자아가 아니라, 삼인칭 단수로서의 무인격적 세계를 말한다. 불교에서 말하는 아뢰야식은 이 ‘그것’과 매우 닮은 것으로서 전생의 나의 모든 습기와 여래장의 본성을 아울러 함축하고 있는 이중성을 간직하고 있다. 라깡이 말한 무의식이기도 하고, 하이데거가 말한 존재의 본성인 ‘그것’이 여기서 다른 것이 아니다. 라깡은 무의식을 ‘그것’이라 하여 자아를 배제한 탈인격으로 표상하였고, 또 하이데거는 기묘하게 존재의 세계를 ‘그것’이라고 언명하였다. 즉 무의식은 우리의 습기와 여래장을 아울러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것을 우리는 무의식의 이중성이라고 읽어도 괜찮겠다. 우리의 ‘심’으로서의 마음은 여래장으로서 그 종자를 안고 있으나, 일상생활 속에 세속의 더러움을 벗어날 길이 없기에 심의 마음은 염오(染汚)의 상태를 필연적으로 안고 있다. 의는 말나식으로서 늘 자아관을 제일 먼저 동반하고 있다. 말나식인 의를 아뢰야 무의식보다 조금 낮은 전의식이라 부른다. 그 다음에 제육식으로서의 의식이 등장한다.


우리의 의식은 깊어지면서 제칠식인 말나식과 제팔식인 아뢰야식으로 구분된다. 이런 심의식(心意識)은 비록 자기 안에 여래장의 공덕을 담은 능력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이 세속의 먼지 속에 잠겨 있기에 때 묻지 않을 수 없다. 즉 우리의 마음이 세속의 먼지 속에 잠겨 살아 온 그 습기에 어쩔 수 없이 중생으로 살아간다. 그러므로 우리가 중생으로 존재함은 우리의 심의식이 그런 환경으로 존재하기에 생기는 현상일 뿐이다. 비록 우리의 심의식에 본디 여래의 청정한 씨앗이 살아 있으나, 오랜 세월의 습기가 그런 환경으로 엮어져 있으므로 우리가 그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 그러므로 우리가 중생의 터전을 벗어나지 않으면, 부처의 경지로 들어가지 못한다. 중생과 부처는 이중성으로 구성되어 있다.

 

▲김형효 교수

우리가 우리 스스로를 상실하고 멸망시킴은 우리의 심의식으로 말미암아 그러하지만, 또한 동시에 우리가 부처 되는길을 스스로 닦음도 우리의 심의식으로 말마암은 것이다. 중생과 부처는 같은 마음의 이중성이지. 중생과부처가 각각 따로따로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중생이 없으면 부처도 존재할 수 없고 그 반대의 경우도 같다고 말할 수 있다. 부처와 중생은 한존재의 이중성이라고 봐도 무리가 없다.  


김형효 서강대 석좌교수 kihyhy@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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