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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가족의 죽음

기자명 법보신문

죽음으로 인한 슬픔, 외면 말고 부딪쳐야

죽은 사람 잊으려 하기보다
여전히 함께있다 생각하면


슬픔도 자연스레 잊혀져
일상 속 작은 기쁨 찾아야

 

 

▲한국 방문시 조계사에서 주지 도문 스님과 예불을 올리고 있는 히로나카 스님.

 

 

Q. 동생이 죽은 후 가족이 모두 너무 힘듭니다.

 

저는 고2 여학생입니다. 3년 전 교통사고로 남동생이 죽었어요. 당시 동생은 초등학생이었는데 하교 길에 사고를 당했습니다. 가족들이 모두 큰 충격을 받았고 지금까지도 그 상처가 큽니다. 동생은 막내였고 남자인데도 애교가 많아서 저와도 굉장히 사이가 좋았습니다. 동생이 죽었다는 것이 지금도 믿기지 않을 때가 있어요.


부모님도 동생을 그리워하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동생이 죽은 뒤부터 아버지는 항상 늦게 퇴근하세요. 일이 많다고는 하시지만 동생이 없는 허전함을 견디기 힘들어하시는 듯 합니다. 술도 자주 드시고 가족들과 함께 있는 자리를 피하려고 하십니다.


어머니는 동생을 잃은 충격에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외출도 하지 않고 집에만 계시면서 자주 울고, 또 소리를 지르기도 합니다. 어머니는 동생이 죽은 날 데리러 갔어야 했다는 죄책감을 가지고 계십니다.


저도 동생이 그립지만 동생의 죽음으로 인해 집안 분위기가 너무 어두워져 더 괴롭습니다. 가끔은 차라리 무뚝뚝하고 여자인 제가 동생 대신 죽었더라면 지금보다 나았을까 생각도 해 봅니다. ‘이미 죽은 동생만 자식이고 살아있는 나는 자식도 아닌가’하는 원망마저 듭니다.


동생이 다시 살아난다면 좋겠지만 불가능한 일입니다. 상처를 잊고 다시 예전의 행복한 가정으로 돌아갔으면 좋겠어요. 웃음도 없고 모두가 침울한 집안 분위기가 숨 막히고 싫습니다. 저도 동생이 보고 싶어요. 하지만 동생의 죽음으로 부모님은 저에 대한 사랑까지 없어진 것처럼 느껴집니다. 저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17, 고등학생)

 


 

A. 예쁘고 사랑스러운 동생을 잃고 가족 모두 얼마나 충격이 컸을까요? 슬픔과 외로움 그리고 커다란 분노도 느꼈겠지요? 사고를 낸 그 운전기사를 죽이고 싶은 생각도 했을 거예요. 동생이 죽은 후 가족들이 넘어야하는 벽이 얼마나 클까 아저씨도 상상을 해봅니다.


우리 절 근처에서 이런 사고가 있었습니다. 불과 10미터 거리에서 트럭과 부딪쳐 죽은 스물한 살 아들 때문에 어머니가 천식 발작을 일으켜 고통 받고 있었어요. 나는 그 어머니에게 이런 조언을 했습니다. 아들 모습은 여기에 없지만 지금도 아들이 어머니와 함께 있다고 생각하며 하루하루를 보내도록 하라고요. 아들은 안 보이는 뿐이지 저승에서 지금도 우리와 함께 살아있고, 나이도 먹는다고 생각하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아침저녁으로 아들 밥도 같이 차려주고 항상 아들을 위한 생각하며 아들이 좋아하는 음식이나 음료를 만들어 보라고요. 1년이 지나 2년이 지나 아들도 성장하면 아들이 차를 사고 싶어 할 때가 되면 장난감 차동차를 아들 사진 앞에 바치는 것입니다. 그렇게 지내다 보니까 언젠가 어머니의 천식발작이 모두 나았습니다.


동생을 잃은 학생도 부모님도 동생과 함께 살아가겠다고 생각하도록 해보세요. 동생은 안 보이지만 저승에서 식구들과 함께 성장해가는 것입니다. 동생을 이젠 없으니 잊어야 한다고 억지로 애를 쓰지 마세요. 마음속에서까지 동생을 죽이려고 하지 마세요. 지금 학생 식구들은 동생과 함께 성장해 간다는 마음을 잊고 있는 것 같아요.


가장 걱정이 되는 분은 학생 엄마이네요. 자기가 낳은 자식을 잃은 엄마의 상심이란 누구도 헤아릴 수 없을 만큼 큽니다. 학생은 엄마에게 이렇게 제안해보세요. 항상 동생 사진을 가지고 다니면서 우리가 함께 있다고 생각해보시라고요. 그렇게 지내다 보면 엄마의 마음도 점점 좋아지지 않을까 합니다.


그러나 조심해야하는 점이 있어요. 지나치게 치우치면 안 된다는 좀입니다. 그러기 위해선 엄마가 무언가 즐거움을 찾으셔야 하는데, 물론 그것은 쉬운 일이 아니지요. 초조하지 말고 천천히 해야 하겠지요?


이 세상에는 약한 마음을 이용하려고 하는 나쁜 사람들도 있어요. 누군가가 죽었다고 듣고 망자의 넋을 기리기 위해 사회단체에 기부를 해야한다든 굿을 해야한다든 혹은 여러 종교단체에서의 권유도 있을 겁니다. 학생은 엄마가 빠지지 않게 지켜줄 역할을 가지고 있어요. 아무리 기부를 해도 동생을 돌아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올바르게 행동할 수 있도록 엄마를 도와주세요.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면 되는지 생각을 해봅시다. 불교에 ‘불성(佛性)’이라는 말이 있어요. 바로 사람이 죽으면 남은 자가 슬퍼하는 것처럼 모든 사람이 가지고 있는 자연스러운 마음을 뜻합니다. 이 때 죽은 동생 뿐 아니라 주변에서 이미 세상을 떠난 모든 사람의 명복을 비는 것입니다. 그렇게 함으로서 ‘즐거움의 씨앗’을 뿌릴 수 있게 됩니다. 경문에 ‘고집멸도(苦集滅道)’ 라는 말이 있습니다. 고통이 모아지면 자신이 갈 길을 잃는다는 뜻입니다. 그러면 이 고통을 없에려면 어떻게 하면 될까요? 바로 즐거운 마음을 갖는 것이 중요합니다. 즐거움과 기쁨이야 말로 고통을 없애는 길입니다.


엄마는 우울증으로 고통 받고 있지요. 학생은 그런 엄마를 많이 도와주세요. 예를 들어 엄마에게 “같이 청소하자”라고 이야기해서 매일 집안이나 집 밖 청소를 함께 하도록 해보세요. 깨끗해진 환경을 보고 엄마의 마음도 밝아지고 기쁨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학생은 엄마의 마음 후원자가 되어주세요.


기쁜 마음은 점점 넓어져 갑니다. 그것이야 말로 동생도 원하는 일이지요. 학생은 먼저 동생을 생각해보세요. 그리고 우울증에 시달리는 엄마를 보고 동생이면 어떠해 할까 생각해보세요. 아마 동생은 엄마의 마음이 밝아지도록 노력하겠지요. 그라니까 학생도 엄마의 마음을 밝게 만드는 노력을 하세요.


동생은 저승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을 거예요. “누나, 엄마를 부탁해”라고요. 그리고 아빠에게는 “아빠, 내가 사고 당해서 정말 미안해요. 엄마를 병구에서 구해주세요”라고 말입니다.


지금 학생의 역할은 아주 중요합니다. 학생은 매일 즐거움을 찾도록 노력해보세요. 그리고 그 즐거움을 동생에게 전해주세요. “이렇게 예쁜 꽃이 있었네”라며 꽃을 갖다 주거나, “오늘 학교에서 이런 일이 있었어”라고 매일 동생 사진 앞에서 이야기를 하세요. 학생의 그런 행동을 보고 엄마 아빠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우리 가족 사이에서 동생은 죽고 없어진 게 아니라 항상 가족과 함께 같이 있다고요. 동생은 항상 가족과 같이 있으면서 가족을 응원하고 있어요. 그리고 가족들이 울면서 지내는 것보다 밝은 모습으로 건강하게 생활하는 것을 바라고 있어요. 자, 학생도 사랑하는 동생을 위해 용기를 내세요.


학생이 할 수 있는 일을 정리해보았습니다.

 

▲히로나카 스님

1. 사진 앞에 동생을 위해 밥을 준비해 주세요. 동생이 좋아했건 과자나 음료수도 올려주세요.
2. 학교 다녀올 때 집에 돌아왔을 때 소리를 내어 동생에게 말을 걸어보세요. “누나 학교 갔다 올게”라고 큰 소리로 말해보세요.
3. 학생 성적표를 동생에게 보여주세요. 그리고 “다음 학기엔 누나가 더 열심히 할게”라고 동생에게 약속을 하세요. 항상 동생이 학생을 지켜보고 있어요.


 번역=도서출판 토향 도다 이쿠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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