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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엘로라 석굴, 만신전으로 폭발

기자명 법보신문

초기불교 석굴, 보살로 가득 찬 만다라 돼

암반 절벽에 2km 뻗어있는

성스러운 석굴군의 엘로라

주불 사방에 협시상 ‘즐비’

 

일 년 이상 연재했던 인도 불교유적 답사기도 이제 올해 말, 다음호로 대단원의 막을 내리게 됐다. 답사지 마지막으로 엘로라 석굴을 택한다. 인도 대륙에서 불교 사원이 사라지는 거의 끝 무렵이기 때문이다.

 

세계문화유산 엘로라는 인도 대표 종교의 석굴사원들이 나란히 사이좋게 모여 있는 성스러운 땅이다. 평지에 우뚝 솟은 암반 절벽에 석굴이 무려 2km 길이로 뻗어있다. 총 34개 굴 중 1굴부터 12굴까지가 불교 굴이다. 13굴부터 29굴이 브라흐마교, 곧 힌두교 굴이고 끝 다섯 굴은 자이나교 굴인데 중간에 오토릭샤 삼발이를 타고 가야할 거리다. 아마 가장 유명한 것은 거대한 바위산을 통째로 깎아 만든, 규모와 조각 정밀도로 끝내주는 카일라샤 힌두 사원일 것이다(그림1).

 

 

▲ 1. 산 전체 깎아 만든 힌두교 카일라샤 사원

 

 

엘로라 불교 석굴은 인도 불교의 끝무렵 7세기부터 8세기에 파진다. 이 시기는 천년을 번창하던 불교에 대해 힌두 부흥운동이 일어나고 상대적으로 불교가 몰락하여 이후 불교 석굴은 개창되지 않는다.

 

불교는 처음 싯다르타 왕자가 해탈함으로 비롯된 개인 수행 종교에서부터 대상을 숭배하는 대승불교로 내용이 급격히 바뀐다. 무색(無色, Formless)의 종교에서부터 형상, 즉 색의 종교로 탈바꿈한다. 유교 창시자 공자는 지금도 인간 스승으로 남은데 비해 붓다는 신으로 올라가 신상이 숭배된다. 바로 옆 힌두교 사원을 닮아간다. 아니 불교 석굴과 힌두교 석굴의 별다른 차이를 느끼기 힘들게 된다.

 

 

▲ 2. 엘로라 10굴 탑당굴의 불상 합체 스투파.

 

 

열두 개 불교 석굴 중 유일한 탑당 예배굴 10굴은 화려한 장식으로 유명하다. 지금까지 본 여타 탑당 석굴과 마찬가지 뼈대 궁륭천정의 말굽 평면인데 다른 점은 열주 위 벽면을 불상 조각이 즐비하게 좍 두른 것에 더하여 둥근 스투파 전면에 붙여서 불상을 합체 조각하여 모신다는 것이다(그림2). 불상은 무릎 세워 앉은 설법인 상이다. 좌우에 협시가 보좌함은 물론 양 바닥 구석에는 동물들이 받치고 아래에서 식물 줄기가 올라가고 쌍쌍의 비천상들이 하늘로 올라가고 정점에 보리수로 보이는 나무가 뻗쳐 마감된다.

 

인물상은 물론 뻗어 올라가는 부처님 기운을 표현한 조각이다. 엘로라 절벽은 서쪽을 바라보고 있어서 모든 사원은 저절로 서향인데 인연이 되어 두 번째 갔을 때는 운 좋게 해질 무렵이어서 평소 컴컴하던 석굴 속의 부처상에 햇살이 그대로 들어와 밝은 기운이 천정까지 화사하게 감도는 것을 볼 수 있었다.

 

 

▲ 3. 틴탈 12굴. 좌측이 지성소, 기둥 열 끝 벽에 불상.

 

 

초기불교에서 둥근 알의 상징 스투파의 단순 추상 형태 자체로도 충분하였는데 대승불교로 바뀌면서 불상이 등장하다가 드디어 엘로라에서 신이 온 사방에 꽉 들어찬 찬 만신전 만다라가 되었다. 그 옆 연이은 대규모의 돈탈과 틴탈 즉 2층집 3층집 이름의 11굴 12굴은 각층마다 빽빽한 기둥 열의 정중앙 깊숙이 지성소 사당에 불상을 모심은 물론 주위 온 벽에 각종 불상 조각을 새겨 모시고 있다(그림3). 석굴 입구도 불상 조각으로 장식된다. 석굴 전면 처마와 상부에 불상들이 즐비하게 배열되고 인도 전통건축에서 박공 아치창에서 유래된 뾰족 아치창은 속에 불상이 하나씩 들어가게 되고 나중에 힌두 신전의 벽면 장식도 똑같아진다(그림4).

 

 

▲ 4. 외벽 화려한 9굴 상부 장식. 뾰족아치창과 불상.

 

 

주 불상은 물론 부처상이지만 온 사방 벽면에 보살상과 협시 상이 즐비하다. 관음보살, 미륵보살, 문수보살, 그리고 재물 복덕을 주는 잠발라. 그중 주목할 만한 것은 여성 조각상이다. 산치 스투파 사방 탑문에 이미 약시니 상 조각이 놓여 있었다. 우리 번역으로 무서운 괴물 야차녀이지만 실상은 숲의 요정인데 둥근 젖가슴과 심지어 아랫도리 갈라진 틈까지 묘사되어 여성성이 강조된 조각상이 된다.

 

힌두교에서 샥티 신앙이라 해서 여성의 성력을 숭배하고 표현하는 것이 유행되었다. 관능적인 타라보살이 대표적이다. 또한 미투나 상이라고 해서 남녀 쌍의 사랑의 행위까지도 조각으로 표현된다. 우주 생명력의 구체적 표현이다. 협시로서 여성 시녀 상이 많이 등장한다. 여성 조각은 중력에 처지지 않는 반구형으로 탱탱하게 솟은 젖과 가는 허리 두터운 엉덩이로 표현된다(그림5). 젖이 손닿는 데 있으면 예외 없이 하도 만져서 새카맣고 반들반들하다.

 

 

▲ 5. 보살과 양 시녀. 12굴.

 

 

엘로라 불교 석굴은 다른 곳과 달리 후원자가 불분명한 이를테면 민중 불교 석굴이라 볼 수 있다. 그러므로 더더욱 인도 전통 종교 힌두와 가까워졌으리라 짐작된다. 대승불교는 곧 힌두화되고 힌두화된 불교를 탄트라 불교 곧 밀교라 일컫는다.

 

우리에게 밀교하면 성행위를 통하여 해탈의 경지에 도달하려는 것을 먼저 생각하는 분이 많은데 좌도 밀교의 한 부분이다. 조형을 전공하는 필자의 좁은 생각일지 모르지만 주술과 도형과 형상은 석가모니의 불교와는 관련이 없는 힌두에서 비롯된 것임을 우리 불교계에서 알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엘로라 불교 석굴은 10굴 제외하고 죄다 승원굴이지만 이미 중심 지성소 사당은 물론 사방 벽면이 불상으로 꽉 차서 더 이상 거주 목적인 승원굴이라 부르기 곤란할 정도다. 불교 석굴들이 초기에는 조용하고 근엄하게 시작한 것과는 달리 불상의 종합 만신전으로 변한다.

 

 

▲ 6. 엘로라 2굴 우측 불상 갤러리.

 

 

▲7. 엘로라 2굴 평면.

엘로라의 여러 굴 중 2굴은 석굴 변화상 가장 주목할 만하다. 아잔타 석굴에서 보듯 가운데 안마당 기둥으로 둘러싸인 공양 예배 공간 만다파가 있는 전체적으로는 승원굴 모양을 하고 있지만 정 중앙 사당 굴에 부처상을 모시고 그 좌우로 협시 보좌 굴을 또 팠다. 각 입구 좌우 벽면에는 보살상이 지키고 있다. 극적인 것은 좌우 승원굴 독방에 해당하는 칸칸 막이 벽이 없애 다 터버리고 각 칸에 불상들을 죽 모신다는 것이다(그림6). 대체적으로 전체 모양은 승원굴 비슷하되 내용인즉슨 불상을 온 사방에 모셔 완전히 예배굴로 바뀌어버린 것이다(그림7).

 

고행 명상의 초기 석가모니 불교가 제도적 종교로 성장하면서 의례가 발달하게 되고 신비화되면서 형식을 바라문교로부터 빌려오게 되고 드디어 내용까지 힌두화되어 마지막으로 힌두에 흡수되어 인도대륙에서 소멸되는 운명을 맞는다. 현 시점에서 한국불교가 보다 본질을 추구하지 않는다면 만에 하나 인도 불교처럼 되지 않을까 괜한 우려를 해본다.

 

▲이희봉 교수

다음호는 답사기 마지막 호로서 처음 예고한 대로 인도에서 불교가 왜 소멸되었는가를 보도록 한다.


이희봉 중앙대 건축학부 교수 hblee@ca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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