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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연재를 마치며 [끝]

예배의 대상에 집착하면 자칫 우상돼

인도서 개혁종교였던 불교
힌두교 부흥에 점차 흡수 


복 기원 민중이 예배대상화

 

 

▲1. 세계 최초 불교 석굴 군투팔리 승원굴.

 

 

작년 말부터 1년 이상의 답사기가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매 다음번엔 그 많은 곳 중에 어디를 택해 어떤 주제로 써나가야 할까가 늘 머릿속에 떠나지 않았다. 시작하면 사진 선택, 도면 작업과 더불어 최종 마감 교정까지 2~3일은 족히 걸렸었다.


불교 사원, 석굴, 스투파 탑 유적을 한국 절과 비교하면서 기존에 없던, 기존 정설을 상당수 뒤집는 새로운 시각을 독자들에게 선사하면서 보람을 느꼈다. 7월에는 이 내용을 마곡사 옆 조계종 전통불교문화원에 가서 2박3일 동안 스님들에게 교육을 하기도 했다.


자, 필자가 인도에 가면서 가졌던 처음 의문, 연재를 시작하며 제시했던 큰 질문 “도대체 왜 인도 탄생 불교가 정작 인도대륙에서 사라지고 외국으로 수출만 했을까?”에 대해 괄호 닫으며 답을 해야 하겠다. 건축학 전공의 필자 주제는 좀 벗어나지만 말한 대로 서당개 33년의 풍월로 직접 다니며 본 바를 바탕으로 나름대로 시각으로 답을 하려 한다.


불교는 샤카족 카필라국 왕자 고타마 싯다르타가 해탈하며 시작되었다. 왕궁을 나온 후 당시 여러 선각자 자유사상가 수행자 집단, 사문을 찾아다니며 금욕 고행 명상을 하다가 드디어 홀로 보리수 아래서 깨달음을 얻어 붓다가 된다. 해탈은 우연히도 발음이 목샤(moksa)라고 하는 인간 고통의 윤회의 고리를 끊음이다. 불교는 기존 바라문의 절대 창조주 쁘라자파티의 질서에 반대하는 바라문 전통에서 태어난, 그러나 바라문을 반대한 개혁종교였다.


따르는 제자들이 절의 원조, 생활공동체 상가를 형성한다. 어디까지나 불교는 한 평 독방들로 구성된 승원 비하라 수행처가 중심이다. B.C. 3세기 세계 최초 불교 석굴 군투팔리의 승원굴은(그림1) 암벽에 죽 연이어 있는데 입구는 그들 초가집 뾰족 아치에서 따온 모양으로 안에는 지금까지 보아온 단순한 돌침대의 독방들이 파져있다. 이런 승원굴 여럿에 스투파를 모신 예배 탑원굴은 하나이다.


부처님 사후 유골을 묻은 봉분 스투파를 조성하여 사라진 스승을 흠모하는 전통에서 비롯되었다. 인도 전역을 답사해 보면 초기불교 유적들은 단순 검소하며 엄숙함을 읽을 수 있다. 여기까지가 우리가 알고 있는 소승불교다.

 

 

▲2. 불전 앞 전실 불상 조각. 힌두화된 불교.

 

 

소승은 소승이란 말을 쓰지 않는다. 작은 수레바퀴 소승은 나중에 나온 대승불교에서 폄하하는 말이다. 대승불교 시기가 되면서 초기 불교에서는 없던 부처님 형상이 등장하여 번창하게 된다. 부처님은 더 이상 스승이 아니라 신으로 숭배되어 하늘로 올라간다. 보살상을 중심의 상이 발달하여 드디어 하늘과 땅의 관능적 시녀상이 빽빽이 조각된다(그림2). 아잔타와 엘로라의 도시 아우랑가바드 석굴은 힌두화된 불교 석굴로 잘 알려져 있다. 점차 불교석굴은 점차 힌두 석굴과 구분되지 않게 된다(그림3).

 

 

▲3. 관능적 여신상. 엘로라 21굴 힌두 석굴.

 


불교가 멸망한 이유를 이슬람 외적의 침입에서 찾기도 한다. 이슬람은 형상을 혐오한다. 이슬람 지성소는 상없이 텅 비어있다. 이슬람은 인도 서쪽 간다라 지역을 통해 무수히 침공한다. 드디어 16세기 인도를 집어먹고 무굴제국이 형성된다. 이슬람은 절을 불태우고 승려들을 학살하고 불상을 파괴한다. 도처에 목만 부러진 불상이 즐비하다(그림4). 이교도 침략이 불교가 쇠퇴한 하나의 요인으로 작용했겠지만 그렇다고 종교 자체가 소멸하지는 않는다. 만약 무력 탄압에 의해 종교가 소멸된다면 로마시대 온갖 박해를 받은 기독교는 역사에서 사라져야 맞다.

 

 

▲4. 목 부러진 불상. 산치 사원.

 


대승불교는 신비주의 종교로 탈바꿈하게 된다. 종교로 제도화 되면서 없던 예배 의례가 생기게 되어 바라문 곧 힌두로부터 빌려온다. 불교에서 모든 신에게 바치는 의례, 힌두의 뿌자, 곧 공양은 제물과 노래와 춤을 바치는 예배 중심이 되며 이윽고 힌두화 되어버린다. 바라문의 베다 경전에서의 소리를 통한 다라니경 같은 만트라, 곧 일본 불교의 진언종(眞言宗)이 되고 만달라와 얀트라 도형을 통하여 득도한다는 생각이다.


우리나라 불교 첫머리 기록 ‘삼국유사’가 실제 신라시대 불교 모습인지, 고려시대 일연 스님이 윤색한 불교 모습인지는 알 수 없지만 한마디로 석가모니 불교에서 한참 벗어나 있다고 본다. 신비한 이적(異蹟)으로 가득 찬 주술의 신앙이다. 황룡사 구층탑을 세우면 주변 나라들이 조공을 바치고 외적이 침입하지 못한다던가, 노래를 부르니 하늘의 변괴가 사라지고 외적이 물러갔다든가 이차돈의 목을 치니 흰 젖이 솟았다던가 문두루 비법으로 적을 물리쳤다는 등 온갖 신통력으로 가득 차 있다. 왕권수호 호국불교도 알고 보면 부처님 스스로가 나라를 버렸는데 지킬 세속적 나라가 어디 있겠는가? 


명상과 철학의 종교가 어느덧 구복 신앙으로 바뀌었다. 부귀영화 재물을 모두 포기한 분이 바로 싯다르타 왕자요 석가모니다. 영험한 부처님께 빌어서 복락을 얻는다는 것은 일반 민중의 소박한 믿음이고, 종교는 어느 정도 초월적 신비함이 필요할 것이다. 절마다 대웅전 뒤의 산신각, 칠성각은 무속신앙과 결합한 곧 힌두 불교다. 힌두화된 불교는 우리의 갓바위 부처님에게 비는 무속신앙처럼 속세의 물질적 복락과 부귀영화를 기원한다.


인도를 지배하던 개혁종교 불교가 천년을 풍미하다가 힌두 부흥운동과 더불어 힌두에 흡수되어 사라지고 만다. 7세기 현장법사가 갔던 인도에는 이미 불교가 쇠퇴하여 수많은 절이 폐허화 되고 바라문교가 번창하고 있었다. 지금도 인도에서는 불교를 힌두교의 한 부분으로 생각한다. 힌두 비슈뉴 신의 아홉 번째 화신, 즉 아바타를 부처로 본다. 상징 연꽃도 똑 같다.


석가모니 불교는 형상 없는 무색의 종교다. 방편으로 불상이 도입되었겠지만 집착하면 우상이 된다. 단하천연 선사처럼 불상을 패서 불에 때는 것도 역설만은 아니다. 상을 부정하면 동아시아 찬란한 불교미술이 위태로워진다. 문제는 외형이 아니라 속에 들어있는, 다시 말해 형상을 통해 뿜어 나오는 정신이다. 한국에서 동양최대 불상이니 하며 여기 저기 조성하는 불상이 무슨 감동을 줄 수 있을 것인가?

 

 

▲5. 독방승원과 예배 스투파로 된 초기 사원.

 


대승불교가 되면서 동아시아에서 불상을 절의 주인 자리로 내어주게 되었는데, 철저히 깨달음을 얻기 위한 수행자 승원 중심의 초기 인도 불교 사원에서 배울 바가 있을 것이다(그림5).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배당되는 홀로 독방 수행처가 현 집단 수행처보다는 바람직하다.


해외 선진국에서 불교가 지식인 고급종교로 대접받는 것이 본질적 사고를 하기 때문인 것처럼 우리도 각색을 털어내고 원래의 석가모니를 찾아야 하지 않을까.

 

▲이희봉 교수

불교도들이 인도 성지 순례지로서 완전 폐허 유적지를 경험하는 것도 좋지만 가기 힘든 초기불교 석굴을 찾아서 조용히 독방 돌침대에 앉아 수행자의 숨결을 느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화려한 대승불교 형상으로부터 초기불교의 근엄한 무형상을 찾아서 말이다.


이희봉 중앙대 건축학부 교수 hblee@ca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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