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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연재를 마치며 [끝]

기자명 자우 스님

소통·토론·자기성찰로 이상적 미국승가 완성

 

▲LA선센터 주지 에교꾸 로시 스님과

 


L.A. 선센터에서 두 달을 함께 생활하면서 나는 이곳 사람들의 헌신적 봉사와 자신의 소임에 대한 자부심과 책임감 그리고 서로에 대한 염려와 배려에 종종 감탄한다. 누구나 살고 싶은 커뮤니티, 이곳은 어느 곳에 있어도 생각나는 고향과 같이, 늘 그리운 곳이라고 이곳을 거처간 사람들은 말한다. 굳이 역사적으로 캘리포니아에 내린 일본선불교의 근본 뿌리라서가 아니라 어머니의 품과 같은 따스함과 끈끈함이 확실히 이곳에는 있다.


과연 이런 건강하고 이상적인 승가를 이루는 힘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내가 내린 결론은 주지 에교꾸 로시의 지도력이다. 에교꾸 로시는 일본인 어머니와 포르투칼인 아버지 밑에서 하와이에서 태어났다. 그녀가 불교를 만나게 된 것은 60년, 70년대 많은 미국인들이 참선 수행에 관심을 갖게 될 즈음이다. 당시 시애틀의 워싱턴대학에서 동아시아연구와 도서관학을 마친 후 1975년 처음으로 참선을 경험하게 된다. 이후 지속적으로 수행하여 1978년 일주일 집중참선에서 전생부터 불교와 깊은 인연이 있음을 느끼며 그해 6월 프리스트가 되어 본격적인 수행을 시작한다. 1983년 마이애주미 로시로부터 선프리스트로 계를 받고 1996년 로시가 되면서 선사로서 법맥을 잇고 1999년부터 이곳 주지가 된다.


이곳 승가 또한 이러한 분위기가 되기까지는 많은 시행착오와 시련을 겪었다고 한다. 특히, 어려웠던 점은 수행자들 사이에 또는 지도자와 제자들 사이의 수직적인 개념을 가진 일본불교의 문화를 수평적인 인간관계의 미국문화에 적용하는 것이었다. 이것을 해결하는데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다. 사람들은 화합된 승가를 만들기 위해서 늘 연구했고, 인내해 왔다고 한다. 무슨 일이든 쉽게 되는 것은 없는 것 같다.


나는 인터뷰하면서 평소 궁금했던 한국선과 일본선 수행의 방법적 차이에 대한 지도방법을 물었다. 일본선에서 공안이란 무아(無我)를 느끼고 법에 대한 견해를 조금씩 알게 하는 방편이라고 한다. 1700공안을 법에 대한 직관을 여는 한 방법으로 참구하게 한다. 그렇다고 공안에 단계가 있는 것은 아니다. 공안 참구를 통하여 진리를 보는 명철한 눈을 분명하게 열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고 이렇게 참구하다 보면 어느 날 깨달음을 얻게 되고 그 후에는 마음을 묵묵히 관하게 한다고 한다.


곁에서 본 그녀의 탁월한 지도력은 여덟 가지로 요약할 수 있었다. 첫째, 그녀는 어떻게 대중들을 서로 소통하게 할 수 있는지를 알고 있다. 둘째, 승가에서 일어난 문제에 대해서는 함께 의논하여 스스로 해결하도록 한다. 셋째, 화합 승가를 위한 좋은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일상생활에서 자신의 소소한 잘못까지 돌아보고 대중 앞에 발로 참회하는 프로그램과 계율을 깊이 생각해보고 매달 어긴 계율에 대해 경험을 나누는 프로그램 등이 그것이다.

 

서로의 감정과 경험을 함께 나눔은 마음의 문이 자연스럽게 열리게 하고 승가가 하나 되는 묘한 감정의 흐름을 만든다. 넷째, 다양한 의견에 귀를 기울이고 어떤 의견이든지 일단은 수용한다. 항상 “한번 생각해 봅시다”라고 의견을 존중하고 꼭 피드백을 해준다. 다섯째, 화합이 깨지는 문제에 대해서는 단호하고 원칙에 흔들림이 없지만 어긴 사람이 모욕감을 최대한 느끼지 않게 한다. 여섯째, 지도자로서 모범을 보인다. 수행에 철저하면서 늘 대중과 함께 하고 미소를 잃지 않는다. 일곱째, 대중을 향해 말해야 할 때와 침묵해야 할 때를 정확히 안다. 여덟째, 구성원 간에 친소를 두지 않는다. 수행자로서 친절과 사람들을 돕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그녀를 통하여 미국불교의 밝은 미래를 본다.

 

▲자우 스님

“혼자 꾸는 꿈은 꿈이지만 함께 꾸는 꿈은 현실이 된다”는 말처럼 에교꾸 로시와 선센터 대중은 이상적인 미국승가의 완성에 대한 꿈을 소통과 토론 그리고 자기성찰을 통하여 미국 대륙에 현실화하고 있다. 역사는 짧지만 순수한 열정이 가득한 미국불교. 하얀 뭉게구름을 지나 창공을 가르는 비행기는 나의 조국 대한민국과 그곳에 있는 산사에 대한 푸른 그리움으로 온 몸을 떤다.

 

비로자나국제선원 주지 자우 스님 jawoo777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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