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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불교의 도(道)

불교는 세상의 양면 동시에 읽는 법 가르쳐

나는 불교와 기독교가 근본적으로 상이하다고 생각한다. 다 같은 고등종교이므로 철학적으로 유사하다고 생각함은 올바른 관점이 아니다. 서로 다 같이 유치하게 싸우지 말고 점잖게 잘 지내자는 관점에서 말하는 것은 사회적 관점에서 대단히 중요하지만, 그것은 불교와 기독교라는 인류의 두 고등종교가 지녀야 할 정신적인 깊이는 아니겠다.


두 종교는 세상을 읽는 사고방식에서 아주상이한 철학적 관점을 지니고 있다. 불교는 세상을 이중적으로 읽기를 가르치고, 반면에 기독교는 세상을 일원적으로 읽기를 종용한다고 나는 본다.


다시 말하자면 불교는 세상의 도(道)가 이중성이어서 선악을 대결적으로 보지 말고, 같은 것을 이중성의 입장에서 읽기를 가르치는 것 같다. 예컨대 선은 선이고 악은 선과 전혀 다른 차원의 나쁜 것이라고 보지 말고, 악은 선의 이면에 깃들어 있는 선의 다른 모습이라고 생각하기를 가르치는 것이 불교다.


그러나 기독교는 악은 전혀 선과 동렬의 궤도에 설 수 없는 고약한 것이라고 믿도록 가르친다. 예컨대 정의의 용사는 언제나 정의의 편에 서 있는 선의 화신으로 생각되어서는 안 되고, 정의의 용사가 때로는 불의의 깡패와 같은 짓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을 불교는 가르친다.


그러므로 선악은 이중적인 도(道)의 한 보기로서 선의 용사가 때로는 악의 깡패 짓도 할 수 있다는 것이 부처님의 가르침이다. 이것을 다른 말로 설명하자면, 부처님의 가르침은 세상을 이중성의 도(道)로보라는 것이 아닌가 나는 생각한다.


그렇다고 선악이 동일하다는 말은 절대로 아니다. 예컨대 내가 고등학교 시절에 ‘젊은 사자들’이라는 미국영화를 본 적이 있다. 그 영화는 미국 하류인간들의 구제불능 이야기로 시작하지만, 그 인간들이 군인이 되어서 전쟁 영웅으로 승화하는 내용을 그린 것이다. 고교시절 나는 그 영화를 보고서 줄곧 어떻게 인간들이 저렇게 구제불능의 깡패에서부터 용감한 구국의 군인으로 장렬하게 승화할 수 있는가 의혹이 들었다. 청년기를 거쳐 장년기에 들어서야 나는 그 영화 속의 이야기를 사실적으로, 실존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용감한 군인들과 거친 깡패들은 종이 한 장 차이에 불과하다는 것을 이제 나는 온전히 이해한다. 얌전한 순둥이와 나약한 샌님들도 사실상 종이 한 장의 차이 밖에 없다는 것도 나는 이제 안다.


나는 불교의 가르침이 세상의 사실을 가르쳐 주는 길임을 깨닫고 있다. 불교는 어떤 믿음을 강요하는 것도 아니고, 세상을 이해하는 바른 인식이 무엇인가를 일러주고 있다. 사실은 곧 세상의 필연성을 말한다. 세상의 필연성은 세상을 관통하고 있는 불변의 도리다. 불교는 기독교처럼 영원히 죽지 않고 사는 길이 무엇인가를 묻지 않는다. 모든 중생은 태어나면 반드시 죽는 법이라는 것을 인지시킨다. 불교는 영원히 사는 길이 무엇인가를 가르치지 않고, 두려움 없이 평안하게 죽음을 마중할 수 있는 마음이 무엇인지 가르친다.


불교는 기독교처럼 사회생활을 하는 인간만이 구원 받게끔 하는 종교가 아니고, 자연생활을 하는 모든 중생이 더불어 구원을 받을 수 있는 길을 말한다. 불교는 인간을 유독 죄인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그러므로 원죄의식이 없다. 질투심으로 동생 아벨을 죽인 카인의 후예로 인간을 단죄하는 기독교적인 이야기는 인간의 본성이 본디 부처라고 보는 부처님의 가르침과는 아주 거리가 먼 이야기다.

 

▲김형효 교수

기독교는 철두철미 사회적이고, 역사적인 테두리 안에서 설명이 가능한 종교이나, 불교는 사회적이고 역사적인 범주를 우선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사회적이고 역사적인 범주는 인간을 이해함에서 자연적인 필연성보다 후천적인 범주에 불과하다. 세상을 이해하는 인식의 축이 서양적인 사회역사적인 관점에서부터 동양적인 자연적인 관점으로 이동하고 있다.


김형효   서강대 석좌교수 kihyhy@nate.com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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