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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힘을 배양하는 불교

기자명 법보신문

기마민족인 우리 조상
드세고 강한 성향 지녀
타고난 능력·힘 발양에
불교가 정신 토대 되길


오랜 세월 동안 한국의 정신문화는 조선조 500여 년 동안 유교의 지배를 받아 왔었기 때문에 그 업이 남아서 그런지 공연히 별 내용 없이 무의식적으로 유교의 선악관에 따라 세상을 명분적으로 지배하려 한다. 유교의 도덕명분으로 세상을 지배한다는 것은 실질적으로 세상이 도덕적 가치관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것과는 다르다. 한국에서는 유달리 명분 싸움이 강하다. 실제 도덕적 성향이 우리 가슴 속을 가득 채우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다만 도덕적 이데올로기가 되어서 우리의 지배적인 명분으로 작용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러다보니 명분 싸움을 할 때는 늘 도덕적으로 상대방을 압도하는 어떤 구실이 있어야 승자의 길을 가게 된다.


나는 이런 한국정신문화의 성향을 일컬어 명분지향성이라 부른다. 이런 명분지향성의 흐름이 일진광풍처럼 불게 되면, 그 흐름에 호응하지 못하는 것은 명분을 잃어 시들해지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유교적 대의명분인 정신적 정당성의 쟁탈전에서 이기기 위한 싸움이 치열하다.


한국의 정신문화사에서 힘을 말하는 대목은 늘 미미했다. 우리 역사에서 힘을 찾아 부국강병을 이룩하자는 주장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이웃 중국의 넓은 땅이 주는 팽창적 압박감과, 정반대로 내부적으로 통일을 이룩한 다음 그 힘을 바깥으로 활짝 기지개를 펼치려 하는 섬나라 일본의 팽창적 기운 사이에서 한국이 늘 스트레스를 받아 온 것은 사실이다. 일본은 자신의 나라가 지진을 안고 있기 때문에 지진 없는 나라가 부러울 수밖에 없으리라. 그래서 바깥으로 눈을 돌리는 것은 무의식적인 것인지 모른다.


조선조 양반의식에서 가장 유감스러운 것은 힘을 숭상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힘을 별로 존중하지 않았기에 양반이 문무(文武)의 두 반열을 가리킴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으로 무(武)를 무시하고 문(文) 우위의 사고방식만을 드높인 결과를 낳았다. 고려에도 한 때 무신집권시대가 있었으나 그 시대 배경은 문신이 너무 무신을 홀대하고 무시한 대가로 생긴 역설적 결과였다.


조선시대 양반사회에서 양반동네는 대개 교통이 불편한 산간 오지(奧地)나 내지에 형성된 것도 유감이 아닐 수 없다. 오지나 내지 위주의 문화로는 힘을 배양하는 그런 나라를 키울 수가 없겠다. 은둔의 왕국이 결코 자랑스러운 명칭이 아니다.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은둔의 왕국으로 서양 사회에 알려져 있었으나, 그것은 우리민족의 본디 성향을 잘 못 이해한 결과다. 한국은 기마민족으로 대단히 드세고 강인하다. 쉽게 수그러지는 그런 혈통이 아니다. 그런 기질은 임진왜란 시 나타난 저항정신에서도 잘 그려져 있고, 그 이전의 대몽항쟁에서도 이미 두드러지게 표현되었다. 나는 유교를 사랑하나 한국 유교가 너무 문약의 체질을 가까이 하는 것 같아서 별로 달갑지 않다.


나는 한국 불교문화가 삼국시대처럼 우리나라를 힘이 강한 나라로 키우는데 크게 기여할 수 있는 정신을 배양했으면 한다. 유교처럼 한국이 문약에 젖은 나라라고 착각하도록 오해케 하면 안 된다. 힘이 강한 나라라 하면, 우리는 늘 깡패처럼 힘이 거칠고 드센 나라라고 착각한다. 힘에는 두 가지 요소가 있다. 하나는 외부와 싸워서 부질없이 투쟁하는 힘이요, 또 다른 하나는 자신의 타고난 능력을 최대한 키워서 그 힘을 발양하는 것을 말한다.

 

▲김형효 교수

이 후자가 우리가 주장하는 힘의 철학이다. 이 힘은 침략적이고 수탈적인 폭력이 아니라, 하늘이 부여한 자신의 타고난 능력을 온통 발휘하는 과정을 말한다. 그래야만 자연의 섭리가 이루어진다. 한국인이 한국의 자연 속에서 타고난 능력을 온전히 남김없이 발양하는 그런 기질을 우리는 사랑해야겠다. 그래야만 세계적인 학자와 예술가, 세계적인 스포츠인, 세계적인 장사꾼, 세계적인 기술자들이 우후죽순처럼 솟아나리라.


김형효 서강대 석좌교수 kihyhy@nate.com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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