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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일본 시가현 온죠지 ‘가리제모 상’

기자명 법보신문

식인 악귀, 부처님 가르침에 어린이 지키는 선신되다

간다라지방서 최초로 신앙
불교조각으로 많이 제작돼
중국 거쳐 일본까지 전래

 

 

▲일본 시가현 온죠지의 가리제모상. 일본에서 가리제모상은 헤이안 시대 이후 순산이나 아이의 건강 등을 기원할 때 본존으로서 신앙의 대상이 됐다. 왼손으로는 가슴에 안고 있는 아기를 받치고, 오른손으로는 다산의 상징인 석류를 든 채 의자에 앉아 있는 모습이 일반적인 도상이다.

 

 

2011년 12월 20일부터 2012년 2월 19일 까지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관에서는 ‘일본 비와호 지역의 불교 미술’이란 특별전이 개최된 바 있다. 이 특별전은 일본 문화청이 일본의 역사와 문화를 알리고 국제 친선을 도모하고자 매년 구미 지역과 아시아를 순회하며 일본의 대표적인 문화재를 소개하는 전시로 일본의 천년고도 교토 근교의 큰 호수 비와호 주변의 사찰들과 유적지에서 나온 7~14세기 헤이안·가마쿠라 시대의 불상과 불교 공예품들을 주로 소개하였다. 그런데 전시된 불상들 사이에는 천주교회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성모자상을 빼어 닮은 조각상이 있어서 특히 세인들의 관심을 끈 바 있다.


이 상은 시가현(滋賀)의 온죠지(園城寺)에 소장된 가리제모(訶利帝母) 또는 귀자모신(鬼子母神) 이라고 불리는 상이다. 일본에서는 가리제모상이 헤이안시대 이후 순산이나 아이의 건강 등을 기원할 때 본존으로서 신앙의 대상이 되었다. 왼손으로는 가슴에 안고 있는 아기를 받치고, 오른손으로는 다산의 상징인 석류를 든 채 의자에 앉아 있는 모습이 일반적인 도상이다.


가리제모는 인도어로 하리티라고 하는데, 그녀가 아이를 지키는 신이 된 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원래 하리티는 야차비사문천(夜叉毘沙門天)의 부하 반도가(般迦)의 아내로서 성격이 매우 흉폭하였다. 바로 사람의 아이들을 닥치는 대로 잡아먹는 엽기적인 귀녀(鬼女)였던 것이다.

 

 

▲중국 파중석굴의 가리제모상.

 


어느 날 주변의 아이들이 차례로 사라지자 사람들은 석존(釋尊)에게 상담을 하게 되었다. 마을 사람들의 고민을 들은 석존은 하리티의 500명(일설에는 천명, 또는 만명이라고도 한다.)의 아이들 중 가장 사랑받고 있던 막내 빈가라(嬪伽羅)를 숨겨버렸다. 미친 듯이 아이를 찾아 헤매던 하리티는 결국 석존에게 찾아갔다. 석존은 “너에게는 아이들이 많거늘 고작 한 명의 아이가 없어졌다고 이리 소란이냐? 세간에는 오직 아이가 한 명 뿐인 사람도 많다. 그 소중한 아이를 너는 잡아먹지 않았느냐?”라고 꾸짖고, 하리티에게 불교의 가르침을 전했다. 이 후 하리티는 잘못을 반성하고 석존은 빈가라를 돌려주었다. 아이를 잃은 부모의 마음을 알게 된 하리티는 아이들을 지켜주는 신이 되었다.


가리제모는 서북인도의 간다라지방(지금의 파키스탄)에서 널리 신앙되었고, 불교조각으로도 많이 제작되었다.

 

간다라의 가리제모는 신들의 대장인 반도가의 아내로서 표현되는 경우가 많다. 삼장법사 현장의 ‘대당서역기’에도 간다라의 한 마을에서는 사람들이 가리제모상을 숭배하고 있다고 기록되어 있다. 가리제모에 대한 신앙은 중국을 거쳐 일본까지 전래되었다. 중국 사천성의 파중석굴(巴中石窟)에는 당나라 때(8~9세기) 무렵의 작품이 남아있는데, 가슴에 아이를 안고 있는 가리제모가 8명의 아이들에게 둘러싸여 있다.

 

 

▲다이고지 소장 가리제모상.

 


일본에서는 이런 신앙이 헤이안시대부터 보이는데 특히 법화경을 소의경전으로 삼고 있는 일련종(日蓮宗)에서는 지금도 가리제모가 숭배되고 있다. 널리 알려진 불교경전 중 하나인 “법화경”에는 귀자모신(가리제모)이 법화경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을 지켜준다고 설해져 있으며 이 때문에 가리제모는 법화경을 신봉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열렬히 신앙되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선 좀처럼 그 흔적을 찾기 어렵다. 다만 숭실대학교 기독교박물관에 소장되어있는 성모자상이 매우 유사한 상이어서 주목된다. 숭실대 박물관 도록에는 이 상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통일신라시대 경주에서 출토된 불상모양으로 된 마리아상이다. 중국에서 전래된 것으로, 경교와 불교의 교류 및 경교의 한반도 유입을 보여주는 중요 유물이다....(중략) 전체적인 형식은 당시의 불상모양을 따르고 있으나, 여인의 모양이나 아이를 안고 있는 모습이 기존의 불상형식과는 차이가 있다.”


사실 여인이 어린아이를 가슴에 안고 있는 자애로운 모습은 보는 이의 모성을 자극하기에 충분하고 널리 알려진 기독교의 성모자상이나 피에타상을 떠올리기 충분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숭실대에 소장되어있는 조각상을 예수를 안고 있는 마리아상이라고 보기에는 불명확한 점이 너무 많다. 경중에서 구입했을 뿐 정확한 출토지는 알 수 없다. 제작시기도 통일신라시대(8~9세기)라고 하지만 이 또한 정확하지 않다고 생각된다.

 

 

▲숭실대 소장 성모자상.                                  ▲페샤와르박물관 소장 하리티부부상.

 

 

▲임석규 실장

게다가 도상적으로는 교토 다이고지(醍寺)에 소장되어 있는 밀교도상 39점 중 한 점과 상당히 닮아있다. 이 백묘화의 향우측 상단에는 산스크리트어로 하리티(가리제모)라고 쓰여있다. 현재로서는 숭실대 상을 무리하게 마리아상이라고 보기보다는 가리제모상이라고 보는 것이 더 타당하지 않을까?

 

임석규 불교문화재연구소 연구실장 noalin@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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