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인도서 네팔로 국경 넘기
9. 인도서 네팔로 국경 넘기
  • 남수연 기자
  • 승인 2013.03.28 15: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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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생성지로 가는 길, 삶의 고단함엔 국경이 없다

인도·네팔 국경마을 소나울리는

사람·차·가축 뒤엉켜 혼란 극치

 

여권 필요없는 현지인과 달리

외국인들과 화물 실은 차량은

비자·통관 하염없이 기다려야

 

룸비니로 가는 성지순례 길목서

더위·먼지에 몰려든 짜증 반성

 

 

▲인도와 네팔에 걸쳐있는 국경마을 소나울리. 인도와 네팔 국민들은 여권 없이도 양국을 오가지만 외국인들과 화물은 통관절차를 거쳐야 한다. 길게 늘어서 차례를 기다리는 차량과 국경을 오가는 사람들이 뒤엉켜 소나울리의 거리는 혼란으로 가득차 있다.

 

 

싯다르타, 아기부처님 탄생지 룸비니는 인도가 아닌 네팔에 속해있다. 영국 지배를 거치며 네팔과 인도 국경이 확정되는 과정에서 룸비니동산은 네팔에 포함됐다. 인도 측도 네팔 측도 룸비니를 탐내지 않았다. 아무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던 그저 작은 시골 마을이었다. 하지만 쉽게 룸비니를 내어준 인도는 지금 내심 아쉬워하고, 얼떨결에 룸비니를 차지한 네팔은 뒤늦게 이곳을 세계적인 성지이자 관광지로 만들려고 열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양국의 고민보다 우리에게 닥친 눈앞의 문제는 그곳까지 어떻게 가느냐다.

 

열반성지 쿠시나가르에서 탄생성지 룸비니로 향한다. 탄생에서 죽음까지의 여정이 인생이라면 죽음에서 탄생으로의 길은 윤회다. 지옥, 아귀, 축생, 아수라, 인간, 천상의 여섯 갈래가 있다지만 그 여섯 세계를 만드는 것 또한 사람의 한 생각. 마음이 번뇌로 가득 차는 순간 세상은 지옥이 될 것이고 탐욕에 휩싸인다면 아귀와 같은 배고픔을 느낄 것이다. 어리석은 생각에 얽매이면 축생과 다를 바 없고, 기쁨으로 여기면 이곳이 곧 천상이다. 쿠시나가르에서 룸비니로 향하는 길, 우리는 과연 어떤 길을 만들어갈까.

 

아침 일찍 쿠시나가르를 출발한 버스는 4시간여를 달려 인도와 네팔 사이의 국경마을 소나울리에서 멈춰 섰다.

 

“소나울리에 도착하면 차에서 내리지 말고 기다려 주세요. 출입국 절차를 밟아야하는데 인원이 많아 시간이 오래 걸릴 수도 있습니다. 가급적 빨리 처리할 방법을 찾아볼 겁니다. 일이 잘되면 버스가 갑자기 출발할 수도 있어요. 그러니 차에서 내리셨다가는 미아가 되실 수도 있어요.”

 

별 탈 없이 쿠시나가르에서 소나울리까지 오는 동안 차 안에서 가이드는 여러 번 안내를 했다. 모두 고개를 끄덕인다. 가이드는 긴장한 눈빛이지만 일행 대부분은 ‘국경을 넘는다는 사실’만으로도 조금씩 들뜬 얼굴이다. 차가 멈춰 서자 다들 고개를 쭉 빼고 창밖을 구경한다.

 

여러 여행 안내책자에서 소나울리는 인도 최악의 도시 가운데 하나로 소개되고 있다. 별달리 볼 것은 없지만 인도와 네팔을 오가는 사람들, 특히 룸비니로 향하는 여행객들 대부분은 이곳 소나울리를 거치게 된다. 그들은 한 결 같이 소나울리를 “모기와 파리가 득실거리고 지저분한 곳”으로 평가하곤 한다.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도 썩 좋아보이진 않는다. 가이드의 경고 덕분인지 아무도 멈춰선 차에서 내릴 생각은 없어 보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30여 분이 지나도록 차가 꼼짝도 안하자 한두 명씩 자리에서 일어선다. ‘급한 볼일’이 가장 좋은 핑계다. 삼삼오오 차에서 내리는 사람들 틈에 슬쩍 끼어 차 밖으로 나온다. 차가 멈춰선 곳에서 국경까지는 300m 남짓이다. 여기저기 기웃 거리며 슬슬 걷다보니 국경을 알리는 커다란 문이 눈에 들어온다.

 

 

▲통관 절차를 기다리며 서 있는 화물차들.

 

 

국경이라고는 하지만 우리나라의 휴전선처럼 철책이 둘러쳐져 있거나, 총을 든 군인들이 삼엄하게 경계를 서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국경마을이라는 어감이 주는 경직과 긴장 따위는 어디에도 없다. 대신 사람과 가축, 차량이 뒤섞여있는 혼란이 가득 차 있다. 도로에는 짐을 잔뜩 실은 화물트럭과 사람을 가득 실은 버스, 그리고 그 둘이 뒤섞여있는 크고 작은 차량들로 북적인다. 차들이 조금씩 움직일 때 마다 건조한 흙먼지가 희뿌옇게 시야를 가리고 화물차들이 내뿜는 배기가스까지 더해져 숨을 쉴 수가 없을 정도다. 그 틈으로 사람과 짐을 켜켜이 실은 릭샤와 오토바이들이 종횡무진 오간다. 목도 칼칼하고 약간의 허기도 느껴지지만 길가 여기저기서 팔고 있는 바나나나 땅콩, 짜이같은 먹거리에 선뜻 손이 가질 않는다. 이 먼지와 매연 속에서 저렇게 태연히 오가는 사람들은 도대체 무슨 비법이라도 있는 걸까. 왜 안내책자 속 소나울리에 대한 평가점수가 바닥인지 이해가 간다. 다닥다닥 붙어 있는 크고 작은 상점들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오가는지 대변하고 있지만 결코 다시 오고 싶은 곳은 아니다. 그래도 차에서 내린 김에 국경까지는 가봐야겠다 싶어 손수건으로 입을 틀어막고 걸음을 재촉한다. 그 뒤를 더위와 짜증이 바짝 따라붙는다.

 

 

▲네팔 측 국경 관문엔 ‘세상의 눈’이 그려져 있다.

 

 

국경은 커다란 문 두 개가 대신한다. 인도 쪽 문에는 ‘인도 국경 끝’이라는 문구가 있고 그 너머로 보이는 네팔 쪽 문에는 ‘네팔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라는 글씨가 네팔의 시작임을 알린다. 그 두 개의 문을 통과하는 것이 국경을 넘어가는 것이다. 차들이 통관절차를 기다리며 길게 줄지어 서있는 것과는 달리 사람들, 특히 인도인이나 네팔인으로 보이는 사람들은 아무런 제약 없이 이 두 나라 사이를 오간다. 릭샤나 오토바이를 이용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냥 걸어서 오가는 사람들도 많다. 국경 관문에 서 있는 정복 차림의 경찰이나 군인들 누구도 이들을 제지하거나 검문하지 않는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쉽게 이해가 되질 않는다. 한참 동안 그들의 오가는 모습을 바라보고 서 있자니 한 경찰관이 손가락으로 길 뒤편을 가리키며 손짓을 한다. 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 확인 절차를 거치라는 뜻이다. 수많은 인파 속에서 콕 집어 우리일행을 가리키는 것을 보니 한 눈에 보아도 외국인이기 때문이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인도인과 네팔인들은 별다른 출입국 절차 없이, 즉 여권 없이도 국경을 넘나들 수 있다. 그러나 외국인과 화물은 통관 절차를 밟아야 한다. 그러니 우리에게 손짓을 보낸 것이다. 손가락으로 ‘오케이’ 사인을 보내고 출입국관리사무소를 찾아본다.

 

 

▲소박하다 못해 허름한 출입국관리사무소.

 

 

국경에서 200m 가량 떨어져 있는 출입국관리사무소는 얼핏 길가의 상점처럼 보인다. 커다란 간판이 없다면 그냥 지나치기 십상이다. 사무소 안에는 별다른 집기나 그 흔한 컴퓨터 한 대 없이 직원 두 명이 앉아 여권에 수기를 하고 도장을 찍어준다. 그 모습이 마치 버스표를 팔고 있는 듯 보인다. 직원에게 ‘사진을 찍어도 되겠냐’고 물으니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안 된다고 한다. 이유는 “사무소가 너무 초라해서”란다. 어느 나라든 출입국관리사무소를 통과할 때면 사무적이고 무표정한 공무원, 그리고 다소 권위적인 태도에 여행객들은 긴장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소나울리에서는 적어도 그럴 염려가 없어 보인다.

 

다만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는 것이 문제다. 소나울리에서 멈춰선 버스가 다시 출발해 국경을 넘기까지 꼬박 1시간30분이 걸렸다. 그것도 다른 차들에 비하면 월등히 단축한 시간이란다. 우리 버스는 길게 늘어서 있는 차량행렬에서 이탈해 경찰차의 인도를 받으며 옆 차선, 그러니까 약간의 역주행으로 화물차들을 추월하는 특혜 속에 국경을 넘었다. 아마도 가이드가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한 것이 분명하다.

 

네팔 측 국경을 통과해도 마을 이름은 여전히 소나울리다. 뒤를 돌아보니 사람과 차, 가축들이 뒤엉켜 있는 인도 쪽 소나울리 시가지에 뿌연 흙먼지가 가득하다.

 

문하나 통과했을 뿐인데 그래도 국경을 넘었다는 생각 때문인지 풍경이 달라 보인다. 사실 네팔 쪽 소나울리나 인도 쪽 소나울리가 별반 다를 것 없는데도 말이다. 다만 이곳을 거쳐 네팔의 수도 카투만두나 포카라, 룸비니로 가는 사람들이 많다보니 여행사 안내 간판이 즐비하게 눈에 들어온다. 그 속에서 ‘룸비니 23km’라는 안내 표지판에 단박에 눈길을 끈다.

 

룸비니라는 글씨를 보니 퍼뜩 정신이 든다. 우리는 지금 룸비니로 가는 길이었다. 아기부처님이 탄생하신 곳, 그곳으로 가는 길이었다. 먼지 풀풀 날리는 소나울리에서 1시간 반을 기다린 이유도 룸비니로 가기 위해서였다. 시끄럽고, 지저분하고, 볼 것 없는 소나울리를 지나온 것도 룸비니로 가기위해서였다. 더위와 갈증에 소란함까지 더해져 피곤과 짜증이 몰려오는 소나울리는 룸비니로 가는 길목이었다.

 

 

▲소나울리에서 룸비니까지의 거리는 23km다.

 

 

소나울리는 결코 좋은 평가를 받을 만한 곳은 아니다. 더구나 모든 것이 낯선 이방인에게 이런 혼란스러움은 약간의 두려움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저 곳은 많은 사람들의 삶의 터전이다. 인도와 네팔을 오가며 사람들은 물건을 사고팔고, 짐을 나르고, 차를 운전하며 생계를 꾸려간다. 또 누군가는 친구와 가족을 만나고, 새로운 삶을 찾아가기도 할 것이다. 비록 우리 눈에 거칠고 남루해보일지라도 그곳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소나울리는 지구상의 그 어느 곳 보다도 소중한 삶의 터전이다. 그곳이 지옥, 아수라, 천상 그 어디같이 보일지라도 말이다. 그들의 세계를 평가하는 기준은 오직 내 안의 잣대다. 지금껏 내 마음은 윤회의 여섯 갈래 길 어디 즈음에서 헤매고 있었던 것일까. 쿠시나가르에서 룸비니로 향하는 길, 열반성지에서 탄생성지로 가는 길이 유독 길게 느껴진다.

 

 

▲아기부처님 탄생성지인 룸비니동산 입구.

 

 

소나울리를 지나 룸비니까지는 2시간을 더 가야한다. 한가한 시골마을로 바뀌어 있는 네팔의 풍경 너머로 해가 기울기 시작한다. 쿠시나가르를 출발, 꼬박 8시간이 지나 해질녘 드디어 룸비니동산 입구에 도착했다.

 

남수연 기자 namsy@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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