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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새로운지도자의탄생

정·교 분리 노력으로 중국과의 접점 모색

 

▲ 2011년 티베트망명정부의 총리로 선출된 롭상 상가이를 축복해주고 있는 달라이라마..

 

 

활불세습 고민한 달라이라마
2011년 선거 통해 총리 선출
369년 만에 정치·종교 분리


비폭력 투쟁 향한 비판에도
원칙 지키려는 무언의 노력
망명티베트계 일관된 태도에
中도‘쿤둔’귀환 문제 고민

 

1997년 필자가 대만국립정치대학교(臺灣國立政治大學校) 민족연구소에서 유학했던 시절‘중국의 민족문제’란 수업을 수강한 적이 있다. 당시 첫 번째 이슈와 논쟁거리는‘티베트의 독립은 가능한가’였고 두 번째 토론주제는‘티베트에서 과연 정교(政敎)분리가 가능한가’였다. 이는 오늘날의 표현으로 환언하자면 티베트는 1959년 이전 자신들만의 집단상태로 돌아가는 것이 필요한가와 그동안 달라이라마가 정치와 종교를 동시에 주관했던 신권(神權)시스템을 계속 유지해야만 하는가의 문제였다. 당시 필자를 포함해 수업을 듣던 몇 명의 연구생들이 치열하게 찬반 의견을 내고 있을 때, 내내 조용히 계셨던 담당교수는 의미 있는 웃음과 함께 차가운 일갈을 했다.


“향후 티베트의 독립은 불가능하며 진정한 자치(自治)또한 확보하기 어려울 것이다. 또한 인도에 망명 중인 달라이라마의 정치력은 그의 종교적 상징성과 많은 차이가 있다. 언젠가는 종교와 정치가 분리되는 그 날이 올 것이다.”


당시 교수님의 차가운 한 마디가 후끈 달아오른 교실의 열기를 잠재웠지만‘왜 불가능할까?’‘설마 그렇게 될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른 오늘날, 정말로 티베트의 독립은 불가능한 현실이 되었고 인도의 작은 티베트(다람살라)는 정교분리가 되었다. 누군가의 말처럼“병은 의사에게 약은 약사에게”처럼 말이다.
인도에 망명한 후로 반세기에 걸쳐 달라이라마는 티베트의 현재와 미래에 관하여 애절한 고민을 해오고 있다. 예를 들어 티베트의 전통적 활불전세(活佛轉世)의 세습여부와 민주화의 문제이다.


그는 그동안 계승되어오던 활불전세의 연속성 문제를 자신의 시대에서 마감하고 새로운 정치체제를 구상했다. 달라이달라이라마는 1962년‘티베트헌법의 초안(西藏民主憲法)’을 만들고 민주주의 원리에 따라 티베트 망명정부를 재조직 하고 전통적 사원제도를 개혁하였다.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망명정부의 행정부를 민주화할 필요성을 강조하였고 티베트가 독립을 쟁취하면 정치적인 권한을내놓을 것이라고 선언하기도 하였다.


1991년에는 망명정부 내에서 본격적으로 정치적 민주화를 시도하였다. 즉 망명정부 내에 새로운 의회를 구성하고‘미래헌법’(未걐憲法), ‘망명정부의 법규’(流亡藏人法規)와 같은 원칙을 만들어서 민주적 정치 시스템을 시도하기도 했다. 여기에는 자신이 종교적 부분은 여전히 활동하겠지만 정치적 역할은 관여하지 않겠다는 의도를 내포하고 있었다.


이러한 시도에 관하여 망명정부 내에서는 두 가지 의견이 제시되었다. 첫 번째는 젊은 티베트인들의 반응으로 그들은 활불전세의 전통을 폐지하고, 능력 있고 정치력 있는 사람을 티베트의 새로운 지도자로 선출해야 한다는 반응이었다.
즉 종교와 정치를 분리하는 것이 티베트의 미래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이는 그동안 달라이라마가 보여준 평화적인 정치적 행보(비폭력주의)에 대한 강경한 입장으로 볼 수도 있다. 두 번째는 여전히 달라이라마의 신권(神權)을 지지하는 세력들의 반응이다. 이들은 대부분 달라이라마와 같이 망명해온 최측근들이나 친인척들이다. 이들의 견해는 종교적으로나 정치적으로 현 달라이 라마와 같은 권위와 상징적 대안을 찾을 수 없다는 것이다. 여전히 수백만 티베트인들의 존경스런 지도자는 현 달라이 라마이며 그가 수장이어야만 티베트가 하나로 응집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런 반응을 바라보면서 달라이 라마는 무엇을 준비하고 있을까?


2011년 인도의 작은 티베트에는 새로운 지도자가 탄생했다. 예상대로 달라이라마는 정치 은퇴를 선언했고 대신 40대의 새로운 지도자가 선출됐다. 그가 바로 롭상상갸이(43)이다. 1968년 인도 다르질링에서 태어난 그는 미국 하버드대 로스쿨에 진학해 박사학위를 받은 인재였다. 이러한 변화는 사실상 오래전부터 추진되어왔고 구상되어왔다. 새로운 정치적 지도자가 탄생되었다고 달라이 라마의 행보가 종교적인 의미로만 제한되지는 않는다. 이는 그가 국제사회에서 그동안 구축한 상징성과 대중성 때문이다. 아무튼 1642년 제5대 달라이라마가 정식으로 티베트의 최고통치권을 부여받은 이래, 중국에 합병된 1951년까지 300년 넘게 이어온 티베트 신정(新政)전통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되었다.


‘티베트 구하기’가 달라이라마의 숙명이라 할지라도 그는 개인적으로는 윤회의 고리를 벗어나 자유로이 환생을 주관할 수 있는 능력을 수양하는 구도자이기도 하다. 이런 그에게 새로운 고민이 생겼다. 바로 반(反)달라이라마 정서가 형성되고 있다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보자면 달라이라마가 장기간 추구했던 비폭력 투쟁으로 티베트인들이 직접적으로 얻은 것은 없다. 티베트가 경제적 자급자족과 종교적 자유, 인권 및 정체성의 권리를 획득하려는 노력은 중국의 영리한 정책에 밀려 별다른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달라이라마는 좌절감을 표현하지 않으면서 망명지의 티베트 젊은이들과 티베트 권역에 사는 티베트인들에게 인내와 비폭력을 줄기차게 촉구하였다. 이런 점 때문에 일부 망명 티베트 젊은이들은 달라이라마의 지도력에 불만을 제기하기도 했다. 티베트 청년당(TYC: Tibetan Youth Congress)이 대표적이다. 그들은 1970년대 초 설립 시기부터 달라이라마의 비폭력 투쟁의 방식과는 다른 노선과 방식을 고집하고 있다.
또한 서방의 혹자는“세계를 돌아다니며 유명인과 담화하는 것 말고 도대체 달라이라마가 성취한 것이 뭐지?”라고 의문을 던진다. 국내서도“티베트인들은 곤궁에 빠져있는데 지도자인 달라이라마는 외국에서 매일 즐겁게 사는 것 같다”고 비아냥거리는 이도 있다. 1986년도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엘리 비젤(Elie Wiese)은 심지어 달라이라마를 향해“존경하는 성하, 기도만으로는 충분치 않소”라고 공공연히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달라이라마는 여전히 그들을 달래며 현실적인 조언을 묵묵히 경청한다. 우리들이야 우울증에 걸리고 신경이 예민해질 일이지만 그는 여전히 비폭력을 끈질기게 주장하며 웃음을 잃지 않는다. 그의 이런 성품은 한평생의 시련으로부터 단련됐는지도 모른다. 그나마 이런 고민은 괜찮다. 두 번째 고민이 좀 더 심란하다. 즉 고향 포탈라 궁으로의 리턴이다. 돌아가야 하는데 중국이 어떤 수순과 방법을 내놓을지? 그리고 언제 어떻게 귀환을 해야 하는지? 돌아가야 하는 이유는 명백하다. 자신을 따르고 사랑하는 티베트인들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 티베트는 모든 것을 잃기 직전이다. 최근 망명정부 총리는“티베트에 대한 중국의 주권과 영토 보존에 도전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분리 독립을 줄기차게 외치던 티베트 청년당 역시 강경한 조직적 활동은 자제하겠다고 표시했다. 중국이 바라던 바이다. 이미 100여명을 넘어선 처절한 분신행렬, 불교성지의 광산개발과 같은 비참함과 굴욕감은 달라이라마의 귀환으로 치유될 수 있을 것이다. 아마도 달라이라마는 고향으로 돌아가 임종하고 싶지 않을까.


정치적 책임은 내려놓았지만 종교적으로는 전통대로 다음 15대 활불을 예약하고 싶지 않을까? 이제 중국정부의 성스러운‘쿤둔 귀환 프로젝트’가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그것이 지금 티베트가 원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쿤둔’의 귀환이 기다려진다.


한림대 연구교수 tibet00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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