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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신앙이 바탕 되어 있어야

기자명 법보신문

불교 본질 수행이지만
밑바탕에 신심 없으면
부처 향한 귀의도 없어
알음알이로 전락할 것


불교의 본질이 신앙에 있지 않고 수행에 있다는 것은 새삼스런 이야기가 아니다.

 

그러나 어렸을 적부터 시주 쌀을 머리에 이고 가시던 어머니를 따라 산길을 올라가 절에 갔던 나는 불교를 신앙의 대상으로 생각하는 것이 몸에 잔득 배어 있다. 여간해서 바라기 어려웠던 소원성취를 부처님 전에서 간절히 빌었던 젊은 시절의 나는 그 소원을 이루었다. 그 소원은 내 힘으로 이루었다기 보다 오히려 부처님의 가피로 성취되었다고 지금 나는 생각한다. 도저히 성취되리라고 기대할 수 없었던 일들이 되는 방향으로 서서히 풀리기 시작했다.


부처님의 가피를 입은 중생이 어찌 부처님이 싫어하시는 일을 자행할 수 있겠는가. 젊었을 때에 내가 바랐던 소원이 이루어지면, 나는 ‘그냥 운이 좋아서 이루어졌다’고 단순히 생각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얼마나 내가 경망하고 까불었던가. 이렇게 경망하고 별 볼일 없었던 나를 부처님은 버리지 않으시고 계속 가피를 내려주시고 보호해 주셨다. 내가 조금 철이 든 것인가? 부처님에 대해서 별로 아는 것은 아직 없었을 때였지만 그래도 나이가 들면서 나는 잘 난 척 하는 생각을 고쳐먹었다.


부처님에 대하여 무식하고 무지했던 나를 가르쳐 주신 선지식들에 대하여 이루 형용할 수 없는 감사함을 드린다. 또한 시주 쌀을 머리에 이고 산길을 올라가시던 어머님의 공덕을 입고 지금까지 나는 죽지 않고 생명을 부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수행불교도 신앙불교가 바탕 되어 있지 않으면 소기의 성과를 거두기가 어렵다고 나는 생각한다. 대자대비하신 부처님에 대한 경배와 귀의는 부처님에게 의지하고 부처님을 떠받드는 신앙심이 없이는 발동이 걸리지 않는다. 부처님을 내 마음 속에 모시는 신앙심이 없이는 부처님을 닮으려는 수행심이 일어나지 않는다. 그러므로 ‘불교는 신앙종교가 아니고 수행종교’라고만 말하는 것은 불교의 진수가 아닐지도 모르겠다.


부처가 되기 위하여 수행하는 불자는 먼저 부처님을 경배하고 흠모하는 신앙 없이는 그 수행이 불가능하겠다. 부처님을 흠모하고 존중하는 신앙심이 없는 부처공부는 부처를 개념적인 알음알이의 차원으로 전락시켜 부처공부가 내 마음을 깊이 있게 일깨우지 못한다. 부처공부는 내 마음을 깊이 있게 만든다.


내 마음을 깊이 있게 만든다는 것은 단순하고 경박하게 세상일을 보지 않고, 세상일들을 넓고 깊이 있게 통찰하는 안목을 귀중하게 여긴다는 것을 말한다. 넓고 깊이 있는 안목은 좁고 얕은 생각으로 문제를 다루는 사고방식과 다르다. 넓고 깊이 있는 안목은 혀끝에서 가볍게 좔좔 흘러나오는 얕은 소리로 가득 찬 말과 다르다.


종교TV에서 나는 개신교 목사들의 입에 발린 소리로 좔좔 흘러나오는 전도의 목소리를 듣는다. 전에도 지하철에서 기독교를 전도하는 남녀 전도사들을 가끔 만난 적이 있었다. 전혀 전파력도 없는 저런 짓을 왜 하는지 나는 이해가 안됐다. 오히려 개신교의 품위만 떨어뜨리는 정반대의 결과만 초래할 것이다. 그들의 하는 말은 예수 믿으면 천당, 불신은 지옥이라는 구호성 발언이었다. 그들의 그런 발언을 듣고 전도된 사람들이 과연 몇 명 될까?


얕은 입술에서 나오는 말은 사람들의 감동을 얻어내지 못한다. 다행히 불자들 중에서 입에 발린 말로 불교를 전도하는 사람을 만난 적이 없다.

 

나는 부처님의 말씀과 예수님의 말씀에는 큰 차이가 있다고 본다. 부처님의 말씀에는 예수님의 말씀과 달라 사실진술만 있지 정감적인 감정진술은 없으신 것 같다.

 

▲김형효 교수

부처님을 믿는 불교는 주관적인 신앙의 복락보다는 세상의 필연적 사실을 인지하는데 더 큰 비중을 두고 있는 것 같다. 신앙에 바탕을 둔 부처님 공부가 소견을 깊고 넓게 만든다. 

 

김형효 서강대 석좌교수 kihyhy@nate.com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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