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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2. 산사 오르는 길은

기자명 법보신문

중도와 하심 배우는 길
가족에 불만만 있었는데
순례하면서 ‘장점’ 보여

 

살다보면 기분이 좋을 때와 나쁠 때가 있는 것처럼 행복과 불행도 교차할 때가 많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행복했던 순간들은 빨리 잊어버리고 불행했던 순간들은 버리지 못하고 더 오래 간직하곤 한다. 이것은 사람이 가지고 있는 잠재의식 때문인데 힘들고 어려웠던 순간들만을 자꾸 생각하다보면 정말 나쁜 기운이 자신에게 찾아오게 된다는 것을 알아야한다.


사람이 행복해지려면 좋은 생각, 좋은 마음, 좋은 기운들을 더 많이 간직하고 유지해야 하는데 이 때 필요한 것이 바로 종교생활이다. 누군가를 믿는다는 것은 행복이나 즐거움을 느끼게 해주며 마음을 안정시켜주고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를 맺어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마음이 행복해지려면 필수적인 것이 바른 종교와 인연을 맺어야 한다.


나는 108산사순례 회원들에게서 사연이 담긴 편지들을 가끔 받는다. 그 사연들은 대개 산사순례에 동참하면서부터 마음이 편안해지고 남을 이해하고 배려하게 되었다는 내용들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개중에는 산사순례에 가서 열심히 기도를 한 덕분으로 자녀가 좋은 대학에 입학을 했다든가 아팠던 사람이 몸이 나았다든가 해결하지 못했던 일들이 일시에 잘 풀렸다든가 하는 등등의 가피에 대한 내용들도 있다. 물론 그것들은 지어낸 말은 아닐 것이다. 나는 이러한 사연들을 접할 때마다 작게나마 마음의 행복을 느끼곤 한다. 이것이 바로 바른 종교생활과의 만남이리라.


그 많은 사연들 중에서도 특히 나를 기쁘게 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108산사순례에 동행해 열심히 기도를 하다 보니 이웃과 가족들을 이해하고 배려할 수 있게 되었다는 사연들이다. 남을 이해하고 배려한다는 말은 곧 자기 자신에 대한 긍정이다. 자기를 긍정한다는 것은 곧 행복의 지름길을 안다는 뜻이다. 이것은 마음의 변화를 뜻한다. 바른 종교생활은 마음의 작은 변화에서 시작된다.


예를 들면 한 보살님은 매사에 짜증을 자주 내었다고 한다. 공부를 게을리 하는 아들을 보고 막무가내로 공부를 하지 않는다고 야단을 치거나 저녁 늦게 술을 먹고 들어오는 남편에게 화를 내거나 남과 비교를 하면서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는 게 다반사였다고 한다. 이러다 보니 자신도 모르게 몸과 마음이 한없이 지쳐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108산사순례를 통해 열심히 기도생활을 하면서 공부 못하는 아들에게서는 다른 장점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하고 술을 좋아하는 남편이 오죽하면 저럴까하는 미안한 마음이 생기게 되고 생활이 힘든 것도 열심히 하다보면 잘 되겠지 하는 마음의 여유가 생기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나아진 것은 가족 간에 끊겨 있었던 소통과 대화가 많아졌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집안이 화목해졌다고 한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108산사순례는 자신의 미래를 위한 삶의 여행이라 할 수 있다. 부처님의 가피를 얻기 위해서 무작정 기도만 하려고 하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가피도 자신이 가진 탐진치 삼독을 버려야 받을 수 있다. 열심히 기도도 하고 남을 위해 좋은 일도 하고 보시도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받게 되는 것이 바로 가피인 것이다.
기실 가족과 이웃 그리고 친구간의 평화를 깨는 것은 ‘성냄’이다. ‘성냄’은 자신의 복을 깨뜨리는 행위이며 건강을 해치는 만병의 원인이 된다. 108산사순례는 이러한 마음속의 ‘성냄’을 지우고 ‘중도와 하심’을 배우는 신성한 길이다.

 

▲선묵 혜자 스님

결코 행복은 먼데 있는 게 아니다. 마음 안에 있다. 우리가 산사 순례를 떠나는 것도 우리의 내면에 숨은 행복을 찾아가는 데에 있다. 행복은 선행(善行)하는 마음에 달려 있다는 뜻이다. 절에 다니면서 부처님만을 예경하고 공양을 올리면서 오로지 자신의 소원성취만을 위해 기도한다면 이보다 더 어리석은 일은 없다. 이는 하나의 우상숭배에 지나지 않는다. ‘부처님은 항상 우리 곁에 계신다’는 말씀이 있다. 이는 내안의 부처를 찾으라는 것이지 부처님의 형상을 찾으라는 말은 아니다.


108산사순례기도회 회주·도선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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