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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법에 귀의

기자명 법보신문

믿음 뿌리 깊어야 깊은 이해도 추구

경전엔 한량없는 지혜 담겨
붓다 가르침 법 삼아 따르면
몸·말·맘의 행동 변화 생겨
불성과 법성은 본래 둘 아냐

 

옛날에 마을 뒷산 조금 깊은 곳에서 나무꾼이 나무를 하고 있었다. 상처 입은 사슴이 오른 쪽 숲으로 들어가 숨었다. 사냥꾼이 쫓아와 물었다. “상처 입은 사슴이 어느 쪽으로 도망을 갔습니까?” 나무꾼은 이때 사냥꾼을 위해 정직하게 말할 수도 있고, 사슴을 위해 선의의 거짓말을 할 수도 있다. 사냥꾼이 그날 사슴을 얻으면 그 것을 가지고 만족하며 집으로 돌아갈 것이다. 사슴을 얻지 못하면 다시 다른 사냥감을 쫓아 온 산을 돌아다닐 것이다. 나무꾼이 정직하게 말하든 거짓으로 말하든, 사냥꾼이 사냥감을 죽이는 습성에는 변함이 없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만나는 일들이 이것과 비슷한 경우가 많다. 사람의 몸과 말과 마음의 행동에서 죽이는 습성만이 아니라, 우리의 삶에 문제가 되는 모든 습성을 없애고 살아갈 수 있는, 종합적인 이론과 방법을 갖춘 가르침이 소중하다. 정행품 경문을 보자.


“법에 귀의할 때면, 중생들이 경장(經藏)에 깊이 들어가 지혜가 바다와 같기를 발원해야 한다.”


‘법에 귀의할 때면’에서 ‘법’이란 무엇인가. 일반적으로 불교에서 법이라 하면 부처님의 가르침을 말한다. 부처님이 가르친 이론과 실천방법을 따라 수행을 하다보면 괴로움을 없애고 행복을 얻으며 견성도 하고 성불도 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부처님의 가르침이 우리에게 소중하다. 부처님의 가르침인 이론과 실천방법을 따라 수행하면, 우리의 몸과 말과 마음의 행동이 변화한다. 보는 법과 생각하는 법, 행동하는 법과 습관들이는 법이 모두 바뀌게 된다. 이렇게 수행하는 것을 올바른 것이라 한다. 이런 수행은 재가자나 출가자 누구나 할 수가 있다. 출가하면 수행에 전념할 수 있는 생활환경 속에서 수행할 수 있다.


보는 법과 생각하는 법, 행동하는 법과 습관들이는 법이 모두 올바르게 바뀌면 무엇이 좋아질까. 법의 현상과 본질을 착각 없이 볼 수 있다. 착각 없이 보는 인식 주체는 불성이고 착각이 없는 상태에서 보이는 법은 법성이 된다. 불성과 법성을 바르게 인식하는 것이 견성이다. 불성과 법성이 본래 둘이 아니다. 둘이 아닌 본래의 모습은 언어로 표현할 수 없다. 언어로 표현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나 있기 때문이다. 둘이 아닌 것이 둘로 나뉘고 그 사이에 착각이 끼어들면, 우리에게 무명이 생겨나고 번뇌와 고통이 깊어진다. 법에는 현상과 본질이 있다. 법의 본질은 변함이 없는 상태이고, 현상은 빠르든 늦든 시간과 공간의 제약 속에서 끊임없이 변화한다. 변화하는 현상과 변화가 없는 본질이 둘이 아닌 것을 보고, 보는 것과 보이는 것이 둘이 아닌 상태를 증득하면, 진정으로 법에 귀의한 것이 된다. 이것이 바로 부처님이 가르친 법을 따라 배워, 법성과 하나 되고 법상을 굴리는 진정한 ‘귀의법’이다.


‘중생들이 경장(經藏)에 깊이 들어가’에서 ‘경장(經藏)’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모아놓은 것이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크게 나누면 다시 율장과 경장으로 나눈다. 그리고 부처님의 가르침을 요약정리하고 알기 쉽게 설명한 논장이 있다. 논장은 보살들의 저술이나 가르침이다. 이런 내용들이 체계적으로 정리되어 우리에게 전해지는 것이 대장경이다. 물론 각 종파의 조사나 대덕스님들의 저술도 들어 있어 우리가 부처님의 가르침을 바르게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 이 대장경에 깊이 들어간다는 것은, 우리가 가르침에 따라 믿고 이해하며 실천하고 증득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다. 깊이 믿어 믿음의 뿌리가 깊어야 깊은 이해를 추구한다. 또 이해가 깊어지면 믿음도 따라 깊어진다.


마음의 행동이나 습관으로 믿고 이해할 것은, 마음의 행동이나 습관으로 믿고 이해해야 한다. 몸의 행동이나 습관으로 믿고 이해해야 하는 것은, 몸의 행동이나 습관으로 믿고 이해해야 한다. 말도 마찬가지다. 믿고 이해한 것이 실천을 통해 반복연습을 거치게 되고, 이 과정에서 두렵거나 게으른 마음을 내지 않고, 정밀하게 진보하면서 기쁨을 체험하는 것을 올바른 실천이라고 한다. 실천이 반복되고 지속되면 우리가 가지고 있는 많은 착각의 요소들이 하나씩 사라지게 된다. 착각이 사라진 자리에 증득의 경험이 생겨난다. 증득은 믿고 이해하고 실천하는 과정을 깊고 정밀하게 추구하다보면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것이다. 믿고 이해하고 실천하는 과정이 없이 증득의 경지만 얻으려는 사람은 그 결과를 만날 수 없을 것이다.


‘지혜가 바다와 같기를 발원해야 한다’에서 경전의 가르침은 법의 현상과 법의 본성을 착각이 없는 증득의 경지에서 설해진 것이다. 착각이 없는 증득의 경지를 우리는 지혜라고 말한다. 한량없는 지혜가 담긴 경전을 우리의 삶 속에서 실천하면, 우리도 하루하루 몸과 말과 마음의 착각은 줄어들고 몸과 말과 마음의 지혜가 늘어날 것이다.

 

▲도암 스님.

그 지혜가 부처님처럼 한량이 없는 상태에 이르기 전에는 우리의 노력을 멈추어서는 안 된다. 우리가 소중한 시간을 내어 경전을 읽고 외우고 실천하면서, 우리의 원력을 유지하고, 우리는 우리 자신의 상태에 솔직해야 한다. 그러면 결과적으로 괴로움은 줄어들고 행복은 늘어나며, 어리석음은 줄어들고 지혜는 늘어날 것이다. 

 

도암 스님 송광사 강주 doam199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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