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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화해와 공경

기자명 법보신문

개인 욕심만 내세우면 충돌만 생겨

6가지 공경·화합 원리란
서로의 견해를 조정한 뒤
공동 규칙 습관처럼 익혀
하나의 목표 정하고 정진

 

아들이 친구와 공모하여 아버지를 살해하고 시체를 유기했다고 한다. 아버지는 아들이 마음에 들지 않을 때 자주 때렸다고 한다. 아들은 자기 생활능력도 없고, 유흥에 대한 욕망도 조절하지 못했으며, 사채를 쓰고 아버지에게 갚아주기를 원했던 것 같다. 아버지는 아들을 또 때리고 내쫓았다. 아들은 화가 났고 돈도 필요해서 일을 저지른 것이다. 부모와 자식 사이에 심각한 충돌이 발생한 것이다.


어느 부모나 자식과 좋은 관계를 맺고 싶어 한다. 자식에게 마음 가득히 좋은 것을 해주고, 자식은 부모의 정성을 기억했다가 효도 해주기를 바란다. 그러나 실제로는 자식이 부모의 은혜를 모르는 경우가 더 많다. 아이들의 습관은 커가면서 좋아지는 것이 아니라, 태어나서 세 살 이전에 부모와 주변 사람의 행동 패턴을 보고 들으면서 몸에 익힌다. 나이가 들어가면서는 어려서 익힌 것을 강화시켜 나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아이를 낳으면 부모는 아이에게 생활습관을 가르치는 시범 조교의 역할을 해야 한다. 아이가 충분히 따라할 수 있을 만큼 반복해서 생활 속에서 보여 주어야 한다. 이렇게 해서 부모의 좋은 습관을 아이가 모방하고 부모는 아이에게 정성을 다하면서 서로 친밀감이 생기는 것이다. 이렇게 양육하는 과정에서 아버지의 정성을 어머니가 아이에게 알려주고, 어머니의 정성을 아버지가 아이에게 알려주면, 부모와 자식 간에 친밀감이 생기고 충돌의 원인들이 많이 사라지게 된다. 우리 사회에는 부모 자식 사이의 충돌만이 아니라 너무도 다양한 갈등과 충돌이 있다. 어떻게 해야 조화롭게 협력하며 함께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 정행품 경문을 보자.


“승가에 귀의할 때면, 중생들이 대중의 통솔에 따라 수행하고 일체의 상황에서 걸림이 없기를 발원해야 한다.”

 

‘승가에 귀의할 때면’에서 ‘승가’라는 말은 화합한 단체라는 말이다. 무엇을 기본 원리로 삼아 화합하는가. 6화경이다. 6화경이란 여섯 가지의 공경하고 화합하는 원리 원칙이다. 1)견화동해(見和同解)는 서로의 견해를 조정하여 공동의 목표와 방향 방법을 설정하고 유지하는 것이다. 2) 화동수(戒和同修)는 공동의 생활규칙을 정하고, 구성원 전체가 생활규칙을 몸에 베이게 익히며, 더 높은 목표를 향하여 함께 노력하고, 스스로를 수정해 나가는 삶을 살아가는 것이다. 3)신화동주(身和同住)는 몸의 습관을 조절하여 단체 내에서 자신의 책임과 의무를 정성스럽게 다하는 것이다. 그리고 일정하게 정해진 시간에 일정한 장소에서 함께 생활하는 것이다. 4)구화무쟁(口和無諍)은 구성원 각자가 자신의 언어습관을 조절하여, 진실하고 배려하며 이해하고 격려하는 습관을 기르는 것이다. 거짓말이나 상처 주는 말, 분열시키는 말 등의 습관은 없애 나간다. 5)이화동균(利和同均)은 단체의 이익이 단체 구성원에게 골고루 평등하게 전해지는 것이다. 차별을 넘어서야 평등할 수 있다. 평등하려면 구성원이 각자 노력하고 이해하고 인내하는 힘을 길러야 한다. 6)의화동열(意和同悅)은 단체의 구성원이 자발적으로 위의 다섯 가지를 실천하면, 구성원 사이에 뜻을 하나로 모을 수 있고 함께 기뻐할 수 있는 것이다.


승가에 귀의한다는 것은 공경하면서 화합하는 단체의 일원이 되어, 그 단체가 더욱 더 공경하고 화합하게 하며, 그 속에서 자신의 희망하는 목표를 성취해 나가는 것이다. 이 원리 원칙을 몸에 베이게 하려면 자기 인내와 자기 수정의 노력이 있어야 한다. 노력의 방향은 욕망과 집착을 담박하게 하고 내려놓는 것이다. 어느 단체이든 6화경의 원칙을 받아들여 구성원이 함께 노력한다면 화합한 단체가 될 수 있다. 부처님은 6화경을 어느 단체이든 단체의 기본 원리로 권장하였지만, 실제로 현실화한 곳은 승단뿐이었다. 우리가 삼귀의를 하는 가운데 귀의승중중존(歸依僧衆中尊)이라고 한다. 승가라는 단체는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단체 가운데서 가장 존귀하다. 그러한 승가에 귀의한다는 말이다. 이 승가는 6화경을 잘 실천하여, 모든 단체 가운데 가장 존귀한 위치를 차지한다는 말이다. 승가 구성원인 우리가 현실적으로 승가의 가치를 높이려면, 승가 구성원이 진심으로 6화경을 받들어 실천해야 한다.


‘중생들이 대중의 통솔에 따라 수행하고’에서 대중과 단체가 있으면 통솔자도 있기 마련이다. 통솔자는 대중이 합의하고 따르는 목표와 방향 그리고 방법을 기준으로 통솔해야 한다. 그리고 그 운영의 원칙은 6화경이어야 한다. 대중은 통솔자가 인도하는 방식을 존중하며 자신의 책임과 의무를 다한다. 지도자와 대중이 서로 믿고 이해할 수 있어야 화합과 공경이 유지된다. 그 속에서 개인의 발전을 위해 자신을 업그레이드하는 삶을 성공적으로 살 수 있다.

 

▲도암 스님.

6화경을 멀리하고 개인의 욕망이나 습관 그리고 집착의 대상을 추구하면 개인과 개인이 충돌하고 단체와 단체가 충돌하고 걸리게 된다. 자신과 자신 단체의 이기심은 정당화하고 다른 사람이나 다른 단체의 이기심은 공격한다. 화합은 없고 충돌과 투쟁만 있게 된다. 우리가 6화경의 원리를 따르면 개인과 개인사이 단체와 단체사이에 화해와 공경이 생겨나는 것을 알 수 있다. 

 

도암 스님 송광사 강주 doam199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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