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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은사 이성백 선생님

기자명 법보신문

방황하던 고3 사춘기 시절
사고뭉치 제자를 충고보단
따뜻하게 감싸주던 선생님

 

요즘 들녘엔 곡식들이 누렇게 익어가고 있다. 여름 장마와 뙤약볕 속에서도 견디며 이겨낸 결과이리라.


저 가을 들판을 바라보며 내 인생을 돌아본다. 누군들 쉬운 인생이 있었겠냐마는 나는 태어나기 전부터 순탄치 못한 가정환경으로 온갖 어려움을 겪으며 성장했다. 한 때 죽을 결심으로 산에 들어가 자살을 시도했는데 지금은 이렇게 출가수행자가 되어 복을 지으며 살고 있으니 이 또한 얼마나 행복한가. 살아오면서 고마운 사람도 많았고 미운 사람도 적지 않았다. 젊은 날 미운 사람 때문에 인생을 포기하고 싶기도 했고 죽여 버리고 싶다는 분노로 지옥 같은 시간을 보내기도 했지만 지금은 모두 오늘의 나를 있게 해 준 고마운 분들이기에 감사하며 살고 있다.


많은 분들이 거쳐 갔지만 인생에서 기억나는 고마운 분은 먼저 인생의 쓴맛을 보여준 우리 아버지와, 생각하면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우리 어머니, 못된 나를 받아준 부처님, 그리고 은사 스님과 신도님들…. 고맙지 않은 존재들이 없다. 지금 이 순간 살아 있기에 감사하기만 하다. 그 중 특히 고마우신 분이 있다. 고등학교 3학년 담임이셨던 이성백 선생님이다.


가정환경이 어려웠던지라 사춘기가 접어들면서 나는 유난히 아버지를 미워하고 힘들어하던 시절이었는데 모든 사람들이 나의 못된 행동을 나무라고 충고하고 손가락질할 때 선생님은 묵묵히 지켜보고 기다려 주었다.


“지금은 힘들지만 나중에 좋은 날이 올 거야. 쥐구멍에도 볕들 날이 온다고 하잖니?”라고 격려해주던 선생님. 아마 그 선생님을 만나지 못했다면 나는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나쁜 길로 접어들었을지도 모른다. 그나마 선생님 덕분에 고등학교 졸업장이라도 가졌던 탓에 출가를 할 수 있었다.


올해 광주에서 법회가 있어 선생님을 어렵게 찾아서 만날 수 있었다. 35년 만의 만남이었지만 고3 시절로 돌아간 듯 한 기분이었다. “선생님, 감사합니다”라고 말하니 눈물이 쏟아졌다.


선생님을 만난 고등학교 3학년, 그 때는 아버지에 대한 원망과 증오로 가득했던 사춘기였다. 공부는 하기 싫었고, 공부 잘하는 애들은 미웠다. 내 인생을 아무렇게 살면서 잘못을 다름 사람으로 탓할 때 선생님을 만났던 것이다.


하루는 공부 잘하고 옷을 잘 입는 애를 아무 이유 없이 불러내 때리고 돈을 빼앗다가 잡혀 교무실에 붙들려 간 적이 있었다. 당시 나는 다른 선생님들로부터 얼마나 맞았는지 모를 정도로 혼이 났다. 경찰이 출동해서 끌려갈 위기에 놓일 정도였다. 그 때 담임이었던 이성백 선생님은 당신의 학생이니 당신이 책임지시겠다고 하고는 다른 사람들을 물리치고 나를 그냥 따뜻하게 안아 주었다. 그 때의 고마움은 지금도 잊지 못한다. 그 선생님의 노력으로 나는 새로운 삶을 살 수 있게 됐다.


사람은 늘 누군가를 만나면서 성장한다. 누구를 만나는가에 따라 인생이 좌우된다. 나는 고등학교 선생님을 만났고 부처님을 만났다. 참 복이 많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많은 은혜로움 속에 성장했듯 이젠 내가 힘들어하는 분들에게 관세음보살처럼 자비의 손을 내밀어 줄 나이가 된 것 같다.


기억에 남는 사람은 충고나 꾸지람보다 묵묵히 바라보고 기다려주는 분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자비명상은 상대방이 불쌍함에서 벗어나 행복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그간 공부하면서 깨달은 것을 얘기하면서 글을 마무리 하고자한다.

 

▲마가 스님

“부유하고 싶다면 아버지와의 문제를 풀고, 인간관계가 좋기를 바라면 어머니와의 문제를 풀고, 자식이 잘되기를 바란다면 배우자와의 문제를 잘 풀어라.”

 

저 들판의 열매는 봄부터 꽃을 피웠기 때문에 오늘이 있다. 살아있는 모든 존재들이 행복하기를 발원해 본다.


동국대 정각원 교법사 마가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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