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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 부처님이 보여주신 효도

기자명 법보신문

효행 가르치려 부왕 관 들기 자청한 부처님

정반왕의 세연 끝나가자
영축산 내려와 임종 지켜
성인의 세계에 환생토록
마지막까지 가르침 전해

 

 

 

 

크고 넓은 삼천대천세계에 부처님을 아들로 둔 대왕이 딱 한 사람 있었습니다. 가비라성 정반대왕이었습니다. 그러한 그 대왕이 몸져눕게 되었습니다. 대왕은 이야기를 하다가 말소리가 끊어지기도 하며, 기운을 차리지 못했습니다.


“뼈마디가 아프고, 숨이 차다. 이제 나는 마지막이다.”


대왕은 나라 일을 조카인 마하남에게 맡겼습니다. 마하남은 대왕의 아우인 곡반왕의 아들이었습니다. 그는 나라 안에서 용하다는 의원들을 불러 대왕의 병을 돌보게 했으나 차도가 없었습니다. 대왕이 세상을 마칠 것 같다는 말이 백성들 사이에 전해졌습니다.


“부처님을 아들로 둔 대왕님도 죽음을 면할 수는 없구나. 대왕님이 안 계시면 우리는 어찌할꼬, 어찌할꼬?” 이런 말을 하다가 가비라의 석가족은 목을 놓아 울었습니다. 몸져누운 대왕이 생각했습니다.


‘삼천대천세계의 스승을 이룬 싯다르타를 마지막으로 보고 싶구나. 둘째왕자 난타도 보고 싶다. 조카 아란도, 손자 라훌라도 보고 싶구나. 그렇지만 저들이 있는 곳은 여기서 멀다. 사신을 보내더라도 쉽게 다녀올 수는 없을 걸.’


마갈타 영축산에 계시던 부처님이 부왕의 마음을 읽으시고 난타와 아란과 라훌라를 부르셨습니다. “부왕께서 이 세상 인연을 마치실 것 같다. 가서 병문안을 올리자.”


부처님 말씀에 아란과 난타와 라훌라가 같이 나섰습니다. 부처님의 신족통으로 네 사람은 잠시 후 가비라성에 이르렀습니다. 부처님의 광명이 하늘과 땅에 가득했습니다. 부처님이 궁문에 이르자. 광명이 부왕의 몸을 비추었습니다.


“이게 왠 광명인고? 광명이 몸에 닿으니 아픈 기운이 가시고 마음이 안온하구나.”


대왕이 눈을 떴습니다. 부처님은 부왕이 계시는 병실 앞이 이르셨습니다.

 


“세존께서 오셨습니다. 아란존자, 난타 왕자님, 라훌라 왕손도 같이 오셔서 문밖에 이르셨습니다. 기뻐해주십시오.”


그 소리에 병석에 누웠던 대왕이 벌떡 일어났습니다.


“아니, 세존이 오셨어. 아란도, 난타도, 라훌라도 왔다고? 그 먼 길을 어떻게? 이런 기쁜 일이?”


벌떡 일어난 대왕이 부처님을 향해 합장을 했습니다. 이 기쁨 속에 궁중사람들이 감동의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그 먼 거리를 순식간에 오시다니? 반갑고 고마워라. 세존은 천하의 스승이시라 신통력을 갖추셨구나, 우리 조카 아란은 바다 같은 세존의 법을 한 글귀도 잊지 아니하고, 지니고 있다지. 우리 둘째왕자 난타도 나고 죽는 욕망의 바다를 이미 건넜다지. 라훌라는 네 가지 도과를 성취했다지. 모두 여기 왔구나. 나에게 예를 올리고 있구나. 기뻐라, 기뻐라!”


대왕은 기쁨을 이기지 못해 춤이라도 출 듯했습니다. 부처님이 생각하셨습니다.


‘부왕께서는 몸매가 의젓하셨다. 얼굴빛이 늘 단정하셨다. 용맹한 분이셨다. 지금은 야위셔서 그것을 찾아볼 수 없구나. 누구도 죽음을 피할 수는 없다.’


부처님은 가사 속에서 팔을 내시어 부왕의 야윈 몸을 만지셨습니다. 이마를 만지고, 어깨와 허리와 팔 다리를 만져드렸습니다. 아란과 난타 라훌라가 차례로 대왕님을 만져드리며 마음으로 말했습니다.


‘조카 아란이 큰아버님을 만져드립니다. 아픈 시름 잊으십시오.’


‘둘째왕자 난타가 부왕마마를 만져드립니다. 아픈 시름 잊으십시오.’


‘할아버님! 손자 라훌라에요. 아픈 시름 잊으십시오.’


부처님이 대왕께 여쭈었습니다.


“부왕마마. 이제 마음을 놓으십시오. 부왕께서는 모자람이 없이 좋은 인연을 지으셨습니다. 청정한 계행을 지니셨고, 마음의 때를 여의셨습니다. 이미 선근을 많이 심으셨습니다. 그러므로 마땅히 즐거워하셔야 합니다.”


부처님이 부왕께 올리는 마지막 설법이었습니다. 부처님 설법에 대왕님의 마음은 한가득 기쁨에 차 있었습니다. 부처님이 대왕을 눕히셨습니다. 대왕님은 부처님의 손을 끌어다 가슴 위에 놓은 다음, 눈도 깜빡이지 않고 합장을 한 채 부처님 만 보았습니다. 참으로 마음이 안온했습니다.


‘세존을 실컷 보았으니 이제 내 소원은 이루어졌구나.’


대왕은 부처님 손을 가슴에 놓은 채 열반에 들었습니다. 세연이 끝났습니다.


“대왕께서 돌아가셨소!”


대왕을 잃은 가비라의 석가족은 다시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왕 중의 왕이 가셨다! 우리는 하늘을 잃었다!”


땅을 치고 머리를 치며 통곡 했습니다. 머리털을 흐트리고 목을 놓았습니다. 석가족은 향수로 대왕의 몸을 씻고, 좋은 옷감인 갈파사와 비단으로 대왕의 몸을 싸서 관에 넣었습니다. 칠보로 장식한 사자좌에 관을 올려놓고, 그 위에 진주 그물을 덮은 다음, 향을 사루고, 꽃을 뿌렸습니다.


그때 난타가 부처님께 여쭈었습니다.


“제가 부왕의 관을 메겠습니다.”


그러자 아란이 나섰습니다.


“제가 큰아버님의 관을 메겠습니다.”


“아니 되옵니다. 손자인 제가 할아버지의 관을 메지요.”


라훌라의 말이었습니다. 부처님이 조용히 이르셨습니다.


“모두가 고맙구나. 당연한 생각이며 크나큰 효도다. 그러나 관은 내가 멜 생각이다. 모든 세상 중생들에게 부처가 아버지의 관을 메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불효한 중생들을 위해 예법을 세우기 위해서다.”


그 말씀이 끝나자. 삼천대천세계가 진동하더니 산들이 물위에 뜬 배처럼 움직였습니다. 산이 키를 낮추었다가 다시 솟아나기도 하고, 산이 뽑혀 달아나고 그 자리에 커다란 웅덩이가 생기기도 했습니다.


“부처님의 부왕이 열반하셨다! 우리는 조문을 가야 한다. 부처님이 효도의 예법을 세우기 위해 부왕의 관을 메려하신다. 삼천대천세계가 놀랄 일이다. 우리는 그것을 말려야 한다!”


욕계의 모든 천신이 권속을 거느리고 가비라로 내려와 조문을 했습니다. 북방의 천왕 비사문이 악사와 귀신의 무리를 이끌고 내려와 슬픈 음악을 연주하며 조문했습니다. 수미산 동쪽을 지키는 지국천은 풍악을 잡히는 귀신무리를 이끌고 와서 슬픈 풍악을 울리며 조문하였습니다. 수미산 남방의 증장천왕은 구반다 귀신 무리를 이끌고 오고, 서방의 광목천은 용신의 무리를 이끌고 와서 슬픔을 같이했습니다.


사대천왕이 나란히 세존 앞에 꿇어앉아서 여쭈었습니다.


“저희는 부처님 제자로서 부처님 법을 듣고 법눈이 열렸습니다. 부왕의 관은 저희들이 메어야 하옵니다. 저희들 사천왕이 할 일이 이것입니다. 소원을 들어주소서.”


부처님은 사천왕의 간절한 소원을 들어주기로 하셨습니다. 그러자 사천왕이 사람 모습이 되더니, 대왕의 관을 같이 메고 다비할 장지로 향했습니다. 대중이 관을 따라가며 통곡을 했습니다.


영축산에 있는 1천 명 아라한이 신족통을 써서 부처님 앞에 이르렀습니다. 이들이 구해 온 우두전단 향나무를 쌓고 그 위에 관을 올려놓아 다비를 시작했습니다. 다비가 끝나자, 대왕의 뼈를 모아 금상자에 담고 그 위에다 탑을 세웠습니다.


“세존이시여, 공덕이 많은 대왕은 어디에 환생하셨습니까?”

 

▲신현득

대중의 물음에 부처님이 말씀하셨습니다. “대왕은 정거천에 나셨다. 성인만 가서 태어나는 하늘나라다.”


그 말씀에 대중은 울음을 그치고 시름을 놓았습니다. 

 

출처:정반왕 반열반경

아동문학가·시인 shinhd702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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