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국경도시 푼출링서 수도 팀푸로 가다
14. 국경도시 푼출링서 수도 팀푸로 가다
  • 남수연 기자
  • 승인 2013.10.23 10: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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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말라야 품에 안긴 굽이진 길 끝에서 만난 부탄의 심장

자유여행지 푼출링 거리에선
외국인들 사이 눈에 들어오는
멋들어진 전통복장 눈길 끌어


도시 가운데 자리한 사원엔
하루일과 마친 부탄사람들의
참배 발길 기도 소리 이어져


수도 팀푸로 향하는 도로는
산자락 따라 구불구불 산길
산림 보호 헌법으로 명시돼
직선로·터널 찾아볼 수 없어

 

 

▲부탄의 수도 팀푸 전경. 높은 산자락 사이 길게 펼쳐진 계곡을 따라 자리잡고 있는 팀푸는 해발 2000m의 고산도시다. 도시 중심에는 행정기관과 사원 기능을 겸하고 있는 팀푸종이 자리하고 있다. 붉은 처마와 황금색 지붕의 건물이 팀푸종이다.

 


도저히 잠이 오질 않는다. 히말라야의 마지막 티베트불교왕국 부탄에서의 첫 날. 내일 아침부터 시작될 빠듯한 일정을 염려하며 서둘러 잠을 청한 것이 처음부터 무리였다. 더구나 언제부터인가 창문 밖에서 들릴 듯 말 듯 흘러들어오는 아련한 독경소리의 발원지가 그리 멀지 않은 곳이라는 확신이 들자 더 이상 머뭇거릴 이유가 없다. 자리를 걷어치우고 카메라만 챙겨든 채 밖으로 나간다.


날은 완전히 어두워졌지만 불과 200여 미터 남짓 떨어져 있는 인도와 부탄의 국경 관문 푼출링게이트가 조명을 받아 환하게 눈에 들어오고 드문드문 서 있는 가로등도 밤거리를 밝히고 있다. 국경도시답게 늦은 시간에도 거리엔 제법 많은 사람들이 오가고 거리의 상점들도 아직 문을 닫지 않았다.


푼출링은 인도 국민뿐 아니라 부탄비자를 받아야 하는 외국인들에게도 비자 없이 개방되는 일종의 자유여행지역이다. 다만 비자를 받지 않고 푼출링으로 들어온 외국인들은 당일 오후 10시까지 푼출링을 떠나 인도로 돌아가야 한다. 그래서 인도를 여행하는 외국인들 중에는 하루 일정으로 푼출링에 들어와 ‘맛보기 부탄 여행’을 즐기는 이들도 적지 않다. 그래서인지 거리에서는 부탄 국민들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의 인도인들을 비롯해 각국의 여행객들이 많이 눈에 띤다.


부탄 국민은 대부분 전통복장을 착용한다. 특히 공식적인 자리에 참석할 경우 남자는 ‘고’, 여자는 ‘키라’라고 불리는 전통복장을 입어야만 한다. 공식적인 자리의 범주에는 학교와 관공서, 사원 등도 포함된다. 그러다보니 부탄 국민들은 일상에서도 전통복장을 착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학생들의 교복 또한 전통복장 형태여서 거리에서는 서구식 차림새 보다 전통복장이 훨씬 많이 눈에 띤다.

 

 

▲푼출링 도심에 있는 사원 장토펠리라캉은 늦은 시간까지 환하게 불을 밝히고 있다. 북적이는 거리의 한 복판에 줄지어 서 있는 기도깃발 룽다도 이색적이다.

 


독경소리가 들려오는 곳은 숙소 맞은편에 위치한 공원 안쪽이다. 제법 사람들로 붐비는 시내 한 복판이지만 공원 담장을 따라 기도깃발 룽다가 줄지어 서 있다. 입구에는 커다란 티베트식 불탑 초르덴이 서 있어 이곳이 사원 구역임을 말해준다.


이 사원은 장토펠리라캉으로 내부에는 구루린포체로 불리는 파드마삼바바의 거처를 묘사한 조형물이 있다고 한다. 시간이 늦어서인지 사원 출입문이 닫혀 있어 구루린포체의 거처가 어떤 모습인지 확인할 수 없지만 어차피 구루린포체의 거처를 직접 본 사람도 없지 않은가. 그러니 어떻게 상상하든 그것은 전적으로 보는 이들의 자유다. 다만 이 사원을 통해 부탄불교에서 구루린포체가 얼마나 중요한 인물로 추앙받고 있는지를 가늠해볼 만하다.

 

사실 이 사원은 푼출링을 찾는 외국인들에게 그리 인기 있는 관광지는 아니다. 다만 사원 주변에 조성돼 있는 공원이 오가는 이들의 쉼터가 되어주기 때문에 늘 사람으로 붐빈다. 그래서인지 늦은 시간까지도 사원을 찾아오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문이 닫혀 사원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기는 부탄사람들도 마찬가지지만 그들은 문 밖에 서서 합장을 하고 옴마니반메훔을 외우고, 사원을 따라 돌며 기도바퀴인 마니차를 돌린다. 그 모습이 일상인 것처럼 자연스럽다. 하루의 일과를 마치고 집에 돌아가기 전, 사원을 참배하고 기도를 하는 부탄사람들의 모습을 보면서 구루린포체에 대한 존경이 얼마나 큰지, 그리고 불교가 그들의 생활 속에 얼마나 깊숙히 자리 잡고 있는지 조금은 느낄 수 있다.

 

 

▲부탄사람들이 장토펠리라캉을 참배하는 것으로 하루일과를 마무리하고 있다. 기도바퀴인 마니차를 돌리며 옴마니반메훔을 염송하는 것이 그들의 일상적인 기도다.

 


잠시 부탄 사람들의 일상 속을 들여다보고 다시 숙소로 돌아와 잠을 청하려는데 침대 머리맡에 있는 탁자 위에 책 한 권이 놓여있다. 낯익은 이 책은 대만의 불교성전보급협회가 포교용으로 제작해 전 세계에 보시하고 있는 불교 입문서다. 몇 해 전 우리나라에서도 동산반야회가 주축이 돼 호텔 등에 불교경전을 비치하기 위한 법보시 운동을 펼친 적이 있는데 그때 보았던 책이다. 세계 어느 나라의 호텔이든 방 안에 기독교경전이 비치돼 있는데 반해 불교경전은 찾아볼 수 없어 시작된 이 운동은 당시 우리나라에서도 불자들에게 꽤 높은 호응을 얻은바 있다. 이곳 부탄의 호텔에서 기독교경전 대신 불교경전이 놓여 있는 모습을 보니 이곳이 히말라야에 꽃핀 불교왕국이라는 사실이 새삼 느껴진다. 부탄왕국을 상징하는 커다란 용이 그려진 액자 아래서 부탄의 첫 날 밤이 깊어간다.


본격적인 부탄 순례의 일정이 시작되는 아침, 서둘러 짐을 챙겨들고 밖으로 나서니 우리를 안내해줄 가이드 킨레이씨가 부탄 전통복장을 멋들어지게 차려입고 일행을 기다리고 있다. 부탄 남성의 전통복장인 ‘고’는 상하의가 붙어있어 두루마기와 비슷하게 보이는 원피스 형태다. 이 옷을 입을 때는 아랫단이 무릎 아래로 내려오지 않도록 허리춤에서 접어 올린 후 통이 넓은 치마형태의 아랫부분을 뒤로 주름 잡아 품에 맞게 반듯하게 접고 허리에 ‘케라’라고 불리는 긴 천을 동여매 고정한다. 품이 큰 상의는 활동성이 좋고 배 앞에서 포개지는 앞섶의 여밈 부분은 주머니 용도로 사용할 수 있어 실용성도 좋은 편이다. 다만 몸을 움직이다보면 뒤로 접어 고정시킨 치마의 주름이 흐트러지기 쉬워 수시로 옷매무새를 바로잡아 줘야 한다. 하지만 주름을 반듯하게 잡은 전통복장을 단정하게 차려입고 그 아래로 무릎 아래까지 오는 스타킹을 신은 후 반짝반짝 윤이 나게 닦은 구두로 멋을 부린 그의 차림새는 제법 멋스럽고 위엄이 느껴진다. “한국의 남자들은 치마를 입지 않는다”며 그의 전통복장에 관심을 보이자 “바람이 잘 통해 여름에 시원하고 품이 넓어 옷을 여러 겹 껴입기에도 좋아 겨울에도 따뜻하다”며 “무엇보다도 움직이기 편하고 화장실 갈 때 아주 편리하다”며 농담을 건넨다. 그의 편안한 웃음이 이국에서의 첫 여정을  기분 좋게 만들어 준다.

 

 

▲부탄 호텔에는 각 방마다 불교경전이 비치돼 있다. 부탄을 여행하는 동안 머무는 숙소마다 여러 종류의 불서들이 비치돼 있어 이곳이 불교왕국임을 실감케 했다. 

 

 

푼출링 시내를 벗어나자 길은 곧바로 비탈진 산자락을 타고 오른다. 부탄 헌법에는 “삼림 면적은 영구히 국토의 60퍼센트를 밑돌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니 길을 만들 때에도 산림 훼손을 최소화해야 하고 지름길을 만들기 위해 터널을 뚫는 일은 절대 있을 수 없다. 험준한 지형 그대로 길을 만들다 보니 직선도로는 거의 찾아볼 수 없고 평균 주행속도도 25km를 밑돈다. 덕분에 울창한 숲이 잘 보존돼 있는 히말라야의 산세가 길가를 따라 겹겹이 펼쳐진다. 특히 산자락 곳곳에는 수직으로 낙하하는 폭포들이 펼쳐져 있어 감탄사를 불러온다.

 

“저 폭포의 이름은 뭐죠?”


“저 폭포요? 글쎄, 특별한 이름이 없어요. 부탄에는 워낙 폭포가 많다보니 특별한 이름이 없는 경우들도 많아요.”

이방인의 눈에 경이롭게 보이는 폭포도 이곳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많은 폭포들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강수량이 풍부할 뿐 아니라 산세가 높고 험준한데다 히말라야에서부터 이어지는 눈 녹은 물이 연중 흘러들어 수자원이 풍부한 나라라던 설명이 실감 난다.


하지만 눈 돌리는 곳곳의 풍경에 감탄하기도 잠시, 푼출링부터 부탄의 수도 팀푸까지 이어지는 170km의 거리를 이렇게 구불구불한 산길로만 달리다 보니 얼마 못 가 녹초가 된다.


“부탄의 수도 팀푸는 해발 2000m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특히 내륙에 위치하고 있는 주요 도시를 이어주는 고갯길들은 대부분 해발 3000m를 훌쩍 뛰어 넘습니다. 앞으로 방문하게 될 도시 대부분이 이런 고갯길 너머에 있으니 마음 단단히 먹어야 됩니다.”


가이드가 미리 조언을 해준다. 푼출링은 부탄의 남쪽 가장자리에 자리하고 있어 다른 도시들에 비해 고도가 비교적 낮은 편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씩 고도가 높아지고 있음을 실감하며 차에 몸을 맡긴지 5시간이 넘어설 즈음, 곧게 뻗은 도로가 나오는가 싶더니 길가에 반듯하게 정리된 집들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히말라야의 마지막 불교왕국 부탄의 수도 팀푸가 마침내 모습을 드러냈다.
 

부탄 팀푸=남수연 기자 namsy@beopbo.com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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