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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2. 금강산 건봉사

기자명 법보신문

우리나라 만일염불의 효시
한국전쟁으로 전각 폐허로
현재는 통일위한 적멸보궁

 

고성 금강산에 위치한 건봉사로 향하는 제85차 산사순례(10월17~19일) 길, 이른 새벽 전국법등에서 떠난 순례버스는 한계령과 진부령을 넘어 쉼 없이 달렸다. 예로부터 한계령은 내설악과 외설악의 경계를 잇는 한(恨)서린 고갯길로 유명하다. 한국전쟁 당시 모든 전각들이 폐허가 되었으나 오직 불타지 않았던 건봉사의 불이문(不二門)에 이르자 제일 먼저 눈에 들어 온 것은 만해 스님의 ‘사랑하는 까닭’을 새긴 시비(詩碑)다. “내가 당신을 기다리는 것은 까닭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 다른 사람들은 나의 건강만을 사랑하지마는 당신은 나의 죽음도 사랑하는 까닭입니다.”


시를 읽자 더없이 가슴이 아려왔다. 마치 미지의 섬에 닿은 것처럼 그렇게 천년고찰 건봉사는 우리 불자들을 넉넉히 기다리고 있었다.


건봉사는 한국전쟁 전까지는 31본산 중 하나였다. 그러나 전쟁으로 인해 폐허가 되고 현재는 대한불교조계종 제3교구본사인 신흥사의 말사로, 520년(법흥왕 7년) ‘아도’(阿道)가 창건한 천년고찰이다. 우리나라 만일염불회의 효시이기도 하다. 당시 만일염불회에 참여했던 31명이 아미타불의 가피를 입어 극락왕생하였고 그 뒤 참여했던 모든 사람들이 차례로 왕생했다고 한다. 또 하나 빼 놓을 수 없는 것은 부처님의 치아진신사리를 모시고 있는 적멸보궁이라는 사실이다.


나와 주지 정현 스님이 진신사리와 평화의 불을 앞세우고 ‘능파교’를 지나 경내로 들어서자 고풍스럽고 아담한 대웅전이 일행을 맞이한다. 회원들은 삼삼오오 자리를 잡고 곧 기도에 들어갔다. 천수경을 염송하고 사경과 안심법문을 거쳐 ‘108참회기도’에 들어갔다.


“나는 보살이고 타인은 미혹한 중생이라 생각하지 않겠나이다. 생사번뇌는 무상하며 환상에 지나지 않음을 알아 생사가 그대로 열반임을 명심하겠나이다. 열반은 생사의 한가운데 있고 따로 존재하지 않음을 명심하겠나이다.”(108참회문 39~41절)


불자들은 지난 한 달간의 생활을 참회하고 앞으로도 신심을 다해 열심히 살 것을 다짐했다. 나는 법문을 시작했다.


“건봉사는 예전에는 민간인이 들어올 수 없었던 민통선 지역에 있는 사찰이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마음을 내지 않고서는 쉬이 찾아올 수 없는 사찰로서 여기에 있는 공기와 바람은 그야말로 천혜의 자연입니다. 더구나 부처님의 치아진신사리가 모셔져 있는 적멸보궁이 있기 때문에 우리 108산사순례 회원들이 이렇게 친견할 수 있게 된 것은 불보살님의 가피 때문입니다.”


주지 정현 스님이 답례한다. “108산사순례 회원들이 건봉사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여러분들이 최전방에 위치한 천년고찰 건봉사에 오신 것은 부처님의 법연 때문입니다. 부처님 진신사리를 친견하시고 좋은 바람, 좋은 공기를 마시고 돌아가시기를 바랍니다.”


뜻밖의 손님이 찾아오기도 했다. 이곳의 경계를 담담하고 있는 육군 제22사단 서상국 사단장이 함께 한 것이다.
“108산사순례기도회가 너무나 화창한 가을, 최고의 자연이 있는 이곳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38선이 바로 코앞에 있고 작전지역에 있는 사찰이어서 경계에 만전을 기하고 있습니다. 우리 장병들의 안전과 건강을 위해 오늘 열심히 기도해주시기 바랍니다.”


서상국 사단장과 함께 고성경찰서장도 인사말을 전했다.


마지막 날 발원기도를 하고 고개를 들자 하늘에 ‘일심광명’ 무지개가 환히 나투셨다. 부처님의 위없는 가피리라. 불자들은 저마다 환희에 젖어 들었다. 사흘간의 법회 동안 우리 108산사순례기도회는 농촌사랑 직거래장터를 열었다.

 

▲선묵 혜자 스님

또한 다문화가정 인연 맺기와 초코파이 보시, 소년소녀가장 장학금 수여, 효행상 시상, 108약사여래보시금 전달 등 다양한 나눔마당을 펼쳤다. 마지막 날 주지 정현 스님도 북녘동포돕기 공양미 300석 모금에 40kg들이 27가마를 보시해 주셨다. 108산사순례의 마무리는 항상 자비의 나눔이다.

108산사순례기도회 회주·도선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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