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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6. 가피

기자명 법보신문

한 치의 어긋남 없는 자연
그대로가 ‘부처님의 진리’
순례과정 모두가 가피일터

 

산사의 수각(水閣)에는 붉은 단풍잎이 드리워지고, 감나무에 매달린 까치밥이 고즈넉한 늦가을의 풍경을 자아낸다. 자연은 이렇듯 제 계절의 풍경들과 빛깔들을 한치의 어긋남이 없이 보여준다. 우리는 그동안 108산사순례길을 떠나 사계(四季)가 빚어내는 자연의 경이로움을 보고 느껴왔다. 산사순례가 아니고서는 이 아름다운 자연의 빛깔들을 만나기란 결코 쉽지 않으리라.


세월은 유수(流水)와 같이 빠르다. 산사순례의 첫발을 내 디딘지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8년째를 맞이하고 있으니 더욱 그렇다. 회원들의 산사순례 책자에 찍힌 붉은 낙관들을 보니 지나온 순례길들의 추억들이 새삼 떠오른다.
나와 함께 이 길을 빠짐없이 다녀온 회원들에게는 스물한개의 염주가 남아있을 것이다. 돌아보면 그 먼 길들은 나와 회원들에게는 108염주를 완성하기 위한 하나의 도전이었으며 108염주는 회원들에게 보주(寶珠)가 될 것이다. 그 염주들을 한 알 한 알 굴리면서 기도를 하면 그 기쁨과 감흥도 남다르리라. 우리 회원들이 108염주를 완성하는 날, 분명히 크고 작은 가피를 얻을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한국불교에 있어서 기도로서 가피를 얻은 사례는 많다. 그 일화를 하나 소개할까 한다. 정운모 법사라는 분이 계셨는데 간경화로 인해 음식을 제대로 먹을 수 없었다. 물만 먹어도 온 몸이 부어오르고 서거나 앉아 있지도 못해 매일 누워 불면증에 시달렸다.


그는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불교수행에나 몰두해 보자”는 생각으로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오직 염불에만 매달렸다. 설령 죽는다고 해도 “내생에는 도움이 되겠지”라는 생각을 하였다. 그길로 어느 스님을 찾아가 지도를 받고 경전을 깊이 탐독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가 깨달은 것은 ‘인간은 영원한 생명체’라는 것이었다. 사람이 생명의 위협을 받으면 근본으로 돌아가기 쉬운 탓인지 부처님 말씀이 예전과 달리 절실하게 사무쳐왔다고 한다.


“오늘 내일 죽어도 좋다. 다만 부처님께 가까이 가보자. 오직 나는 정진할 뿐이다.”


그는 죽음에 대한 공포심을 버리고 마음을 다잡았다. 그러는 순간부터 마음이 아주 편안해졌다. 일말의 희망과 자신감을 얻은 그는 약도 끊어버리고 오직 참선과 기도에만 몰두했다. 두 달이 지난 뒤 병세가 크게 호전되다가 몇 개월 뒤에는 씻은 듯이 병이 사라지고 다시 직장에도 복귀할 수 있었다고 한다. 부처님의 은혜로 다시 살아났던 것이다. 그는 부처님 포교에 일생을 바치고자 발원하고 정년퇴직 후에는 질병에 시달리는 사람들을 지도하는 일을 해나가기로 마음 먹었다. 그가 참선과 기도로서 깨달은 것은 부처님의 위대한 법인 삼법인(三法印)이었다.

“흐르는 물은 썩지 않고 살아 움직이며 변화하는 것들은 그 어떤 것이든 고정된 실체가 없음으로 ‘무아’인데 서로 간에 대립할 현상적 모양이 없고 상호작용함으로써 조화를 이루게 된다. 대생명의 입장에서 보면 서로가 조화를 이루고 사는 것이다. 그리고 열반적정은 안정이다. 우주의 참모습은 평온한 것이다. 아무리 파도가 요란스러워도 바다 밑은 늘 고요하듯 참모습은 언제나 여여(如如)한 것이다. 그러한 삼법인은 우리의 참모습이다. 언제나 생생하게 살아 움직이면서도 남과 조화를 이루며 사는 것이 본래의 모습이다.”


그는 삼법인을 통해 대승불교가 제시한 상락아정(常樂雅正)의 당체를 볼 수 있었다고 한다. 사람이 병을 고칠 수 있거나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열심히 기도를 하다보면 반드시 이룰 수 있다는 실증을 보여주었다. 또한 자신에 드리운 부정적인 현상을 포기하면 밝은 참모습이 현전(現前)하게 됨을 정운모 법사는 깨달았던 것이다.

 

▲선묵 혜자 스님

기도란 이렇듯 마음먹기에 달린 것이다. 108산사순례 회원들도 이를 몸과 마음에 새기고 산사순례에 함께 한다면, 부처님께 일심으로 기도한다면 ‘가피’를 얻으리라.


 108산사순례기도회 회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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