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91. 가난뱅이 할머니의 등불 하나

기자명 법보신문

30겁 후 저 우바이는 수미등광여래 되리라

가난한 할머니의 등불
밤 새도록 꺼지지 않아
화려한 물질의 양보다
지극한 마음이 참 공덕

 

 

마갈타 나라 아사세왕이 부처님과 제자들을 청하여 공양을 올렸습니다. 부처님 일행이 기원정사로 돌아가신 뒤, 왕이 신하 지바에게 물었습니다.


“부처님을 위해 할 일이 더 없을까?”


“궁문에서 기원정사까지 등불을 달면 공덕이 클 것입니다.”


“좋은 생각이다. 등을 달려면 많은 기름이 필요하겠구나.”


아사세왕은 지바의 의견을 따라 삼씨기름 여러 섬과 1만 개의 등을 준비하게 했습니다. 기원정사에 이르는 길에 등불을 밝힐 참이었습니다.


가난뱅이 할머니 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할머니는 자기도 등불 하나를 켜야겠다는 생각으로, 얻은 돈 두 푼을 들고 기름가게로 갔습니다.


“부처님 만나기는 1백겁에 한 번이라는데, 부처님 세상을 만났으니 얼마나 행운입니까? 나도 등불 하나를 밝히고 싶은데, 돈이 이것뿐이네요.”


할머니는 돈 두 푼을 내밀었습니다. 기름가게 주인이 말했습니다.


“그만한 정성이면 공덕이 크겠습니다. 내가 기름을 보태드리죠.”


가게 주인은 두 푼을 받고, 다섯 푼어치 기름을 주었습니다. 그러나 넉넉하고 많은 기름은 아니었습니다. 가난뱅이 할머니는 부처님 가까이에 가서 등불을 밝히고 소원을 여쭈었습니다.


“부처님, 저는 늙고 가난한 우바이(청신녀)입니다. 오늘 밝힌 저의 등불은 기름이 적어서 하룻밤을 견디지 못할 거예요. 그러나 제가 후세에 도를 얻게 된다면 등불의 광명이 시들지 않게 할 것입니다.”


왕궁에서 기원정사까지에 이르는 길에 불이 켜지자 길이 환하게 밝아졌습니다. 밤이 오래되자, 왕이 내다 건 등은 기름이 다해서 꺼지기도 하였지만, 가난뱅이 우바이 할머니의 등은 한결 같이 불이 밝았습니다. 가난뱅이 할머니는 밤새도록 등을 지키며 손을 모으고 있었습니다. 부처님이 신통제일 목건련에게 이르셨습니다.


“날이 밝으려하니 등을 모두 끄거라.”


존자 목건련이 나와서 등불을 끄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런데 다른 등은 다 꺼졌으나 우바이 할머니의 등은 세 번이나 꺼도 꺼지지 않았습니다. 가사자락을 부채처럼 만들어 부쳐보았으나 불이 꺼지기는커녕 더 밝아질 뿐이었습니다. 신통력으로 센 바람을 만들어 불어대었더니 등불은 위로 범천에서부터 삼천대천세계를 두루 비추는 것이었습니다. 목건련이 달려가서 부처님께 여쭈었습니다.


“부처님, 저의 신통력으로도 우바이의 등 하나만은 끌 수가 없습니다.”


“두어라. 그것은 내세 부처님의 공덕 광명이다. 너의 힘으로는 끄지 못한다. 우바이는 전생에 많은 부처님께 공양을 하고 경법을 인민에게 가르쳤으나 보시바라밀을 소홀히 했기 때문에 가난해졌다. 30겁 후에는 저 우바이의 공덕이 차서 부처를 이루고 수미등광여래(須彌燈光如來)라 불릴 것이다.”


부처님으로부터 부처가 되리라는 수기를 받은 가난뱅이 우바이 할머니는 기쁨을 어쩌지 못해 80길 허공에 솟았다가 내려와 부처님께 예를 올리고 물러났습니다.


이 소식을 들은 아사세왕이 신하 지바에게 물었습니다.


“나는 일만 개의 등을 켰고, 저 할미는 한 개의 등을 켰을 뿐인데 어째서 나는 왜 수기를 못 받지?”


“공덕이 많기는 했지만 마음이 오롯하지 못했던 때문인 것 같습니다.”


신하의 말을 들은 아사세왕은 부처님을 한 번 더 청하기로 했습니다. 이번에는 꽃으로 왕궁을 꾸미기로 하고, 여러 동산지기에게 좋은 꽃을 캐어가지고 아침 일찍 왕궁으로 오도록 했습니다.


한편 부처님은 새벽에 가원정사를 나오셔서 만나는 사람들에게 설법을 하셨습니다. 이 때, 한 동산지기가 꽃을 가지고 오다가 큰길에서 설법하시는 부처님을 만났습니다. 동산지기는 부처님의 설법을 듣고, 환희심을 어쩔 수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가지고 가던 꽃을 부처님께 올리고 말았습니다. 그러자 꽃들이 부처님 머리 위 허공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부처님이 동산지기에게 수기를 주셨습니다.


“너는 수많은 부처님께 공양한 공덕이 있다. 40겁 뒤에 부처를 이룰 것이다. 명호를 각화여래(覺華如來)라 할 것이다.”


동산지기는  기뻐 부처님께 절하고 물러났습니다. 그러나 덜컥 겁이 났습니다. 국왕에게 가지고갈 꽃을 부처님께 바쳤기 때문입니다.


“나는 빈손으로 대왕께 갈 수 없다. 대왕의 성질은 포악하고 급하다.”


그는 지름길로 집에 와 빈 꽃 상자를 문밖에 두고 부인에게 말했습니다.


“어서 아침을 차리시오. 밥이나 먹고 죽읍시다. 대왕께 가지고갈 꽃을 모두 부처님께 바쳤소.”


그때 하늘의 제석이 내려다보고, 동산지기의 빈 꽃 상자를 예쁜 하늘 꽃으로 채웠습니다. 부인이 밥을 차려오며 말했습니다.


“꽃 상자에 고운 꽃이 가득합니다.”


동산지기가 나와서 보니 하늘 꽃이 분명했습니다. 그는 꽃 상자를 멘 채 왕궁으로 달렸습니다. 마침 아사세왕이 부처님을 뵈러 오는 길이었습니다.


“나의 동산에 이처럼 좋은 꽃이 있었는데 왜 나에게는 보여주지 않았지?”


왕이 꽃을 보고 웃으며 말했습니다. 왕은 무서운 왕이 아니었습니다.


“대왕님. 이것은 대왕님의 동산에서 생산된 꽃이 아니라 하늘 꽃입니다.”


동산지기는 그간의 일을 말씀드리며 부처님으로부터 수기를 받았으니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다고 했습니다. 동산지기가 수기를 받았다는 말을 들은 왕은 그 자리에 엎드려 미래의 부처님에게 예를 올렸습니다. 왕은 참으로 어진 임금이었습니다.


부처님이 궁에 이르러 공양을 마치고 기원정사로 가셨습니다. 아사세왕은 지바에게 다시 물었습니다.


“부처님이 동산지기에까지 수기를 주시면서 나에게는 아무 말씀도 안 하시는 뜻이 무엇일까?”


“국고를 헐어, 인민의 힘으로 공덕을 쌓으려 하시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지바의 말을 들은 왕은 음식에서 반찬을 거두고, 왕과 왕비와 태자의 몸에 지닌 장식을 벗어 칠보의 꽃을 만들어 부처님께 올리기로 했습니다. 가난한 백성에게 재물을 나누어 주고 자비로 인민을 대했습니다. 백성들이 더욱 왕을 우러러보게 되었습니다. 고맙고 고마운 왕이라는 칭송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오랜 동안 공덕을 쌓아 가는데, 부처님이 쿠시나가라에서 열반하셨다는 소식이 들렸습니다.


“나는 지극한 마음으로 손수 부처님께 올릴 보배 꽃을 만들었다. 마음을 다해서 부처님 법을 따랐다. 이제 나는 어찌할꼬.”


왕은 소리를 내어 울었습니다. 지바가 말했습니다.


“부처님은 오고 감이 없습니다. 우리 곁에 늘 그대로 계십니다. 기사굴산으로 부처님을 뵈러 가시면 될 것입니다.”
아사세왕이 기사굴산에 이르렀습니다. 분명히 부처님이 계셨습니다. 부처님은 왕이 지은 공덕을 모두 아셨습니다. 왕은 칠보 꽃을 부처님께 올렸습니다.


“착하오, 대왕이여. 왕은 8만 겁 뒤에 정기소부여래(淨其所部如來)라 불릴 것이요. 국토의 이름은 화왕세계(華王世界)라 할 것이며 인민의 수명은 40소겁이 될 것이요. 태자는 그 세계의 왕이 될 것이요.”


부처님은 말씀을 마치셨습니다.  수기를 주신 뒤, 부처님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신현득

이 이야기의 앞부분 ‘가난뱅이 우바이할머니’ 이야기는 ‘빈자일등(貧者一燈)’이라는 명구(名句)가 되었지요. 가난한 이가 정성으로 올리는 한 개 등이 왕이 올리는 만 개의 등보다 공덕이 크다는 비유예요. 
 

출처:아사세왕수결경(阿闍世王授決經)
아동문학가·시인 shinhd7028@hanmail.net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