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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왕자의 탄생

카필라바스투 궁전에서 왕비는 아기가 태어나기 10개월 전 이상한 꿈을 꾸었다고 한다. 하얀 코끼리가 점점 그녀 쪽으로 다가오더니 그녀의 뱃속으로 들어오는 모습을 보았던 것이다. 왕비는 이 꿈을 너무나도 이상하게 여겨서 왕궁의 점성술사를 불러 해몽을 부탁했다. 점성술사는 전례를 찾아 볼 수 없는 길조의 꿈이라고 해석했다.

인도에 전해져 내려오는 전설에 따르면 아기가 태어나던 날 아시타라는 현자가 예언하길 이 아기는 절대 왕좌에 앉지 않을 것이며 그 대신 전 세상에 모든 이들이 우러러 볼 신성한 존재가 될 것이라고 했다. 태어난 아기의 할아버지 시하하누의 스승이기도 했던 아시타는 아기에 대한  예언을 마지막으로 속세를 벗어나 은둔지로 떠나버렸다. 부모는 이러한 불길한 운명을 바꾸기 위해 아기에게 ‘싯다르타 고타마’ 즉 ‘자신의 운명이 정해진 자리에 올라야만 하는 자’라는 뜻을 지닌 이름을 주었다. 불행하게도 아기가 태어나고 나서 며칠이 지난 후, 아기의 어머니 마야 데비는 이름 모를 병에 걸려 갑작스레 세상을 떠났다. 그래서 마야 데비의 동생이자 아기에겐 이모인 마하파자파티 공주가 아기를 돌봐야만 했다. 얼마 후 왕은 마하파자파티 공주와 결혼을 하게 되는데 이는 그가 사랑에 빠져서가 아니라 왕으로서의 의무와 본인의 아들을 잘 돌봐준 은혜를 갚기 위해서였다. 자신이 너무나도 사랑했던 아내를 갑작스럽게 잃은 숫도다나 왕의 인생 목표는 단 하나, 마야 데비에게서 태어난 자신의 아들이었다.

아시타 성인 예언에
왕의 고민은 깊어져
왕궁서만 살게 하고
야소다라와 결혼시켜

아들이 점점 자라가면서 왕의 마음에는 아시타가 말했던 불길한 예언이 계속해서 맴돌았다. 자신의 아들이 왕좌에 올라야 한다는 단 하나의 목표를 되새기며 숫도다나 왕은 아들의 교육 과정에서 종교적 가르침을 제거해 버렸다. 예를 들어, 베다(바라문 교의 성전) 교육을 제외시킨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다. 또 아주 어린 나이일 때 아들에게 최고급의 화려한 왕실 문화와 각종 오락거리를 제공함으로써 아들이 금욕적인 삶이나 영적인 지식의 추구에 관심을 갖지 않도록 노력을 기울였다. 신하들은 명석하고 잘생긴 왕자를 쿠마르 왕자라는 별칭으로 부르며 모두들 좋아하고 존경했다.

그러나 숫도다나 왕 아들의 미래에 대한 걱정이 점점 커졌다. 가난이나 추함, 고통과 같은 현실의 복잡한 문제들이 왕자의 머릿속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오직 젊고 잘생긴, 또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만 궁전 안에 들어와 왕자 옆에 다가갈 수 있도록 허용했다. 숫도다나 왕은 그의 단 하나뿐인 아들 싯다르타 왕자가 아무 근심과 걱정이 없는 지상의 낙원과 같은 왕궁 내에서만 머무르도록 했다. 바깥 세상과 접촉을 안하고 왕위를 이어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다. 숫도다나 왕은 싯다르타 왕자를 고파 야소다라 공주와 결혼시켰다. 고파 야소다라 공주의 뛰어난 미모는 그녀를 바라 보는 모든 이들의 뺨을 붉게 물들일 정도였다. 왕자 또한 그 잘생긴 용모가 그 당시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을 정도였다고 한다.

왕자의 얼굴을 가장 가깝게 표현한 곳은 아잔타 석굴 내의 불상에서 발견할 수 있다. 아잔타 석굴 내 불상에서 보이는 온화한 미소와 거의 여성의 얼굴에 가깝게 표현한 섬세한 얼굴 선은 그 당시 왕자의 잘생긴 모습을 잘 묘사한 듯하다. 여기서 잠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유럽의 많은 사람들은 부처님이라고 하면 중국의 ‘웃는 부처님’의 이미지를 먼저 떠올린다는 점이다. 크게 불룩 나온 배를 보여주며 웃고 있는 이 풍채 좋은 부처의 기원은 10세기 중국에서 시작되었는데 중국의 전설에 등장하는 이 인물은 행복과 부귀영화를 상징하는 인물로서 싯다르타 왕자와는 아무런 관련도 없는데 유럽인들이 이 배 나온 인물을 잘생긴 싯다르타 왕자와 혼동하고 있는다는 것은 정말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알랭 베르디에 yayavara@yahoo.com
 

[1230호 / 2014년 1월 2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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