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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계단에 대한 편견

기자명 하림 스님

저희 절은 용두산 올라가는 언덕에 있어서 계단이 많습니다. 게다가 법당은 삼층 옥상 위에 있어서 오로지 계단으로만 이용해야해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닙니다. 젊은 종무원도 절에 온 지 3개월이 지나면 3kg이 빠진다고 합니다. 어르신들이 다니기에는 더 불편해 가끔 ‘계단이 불편하다’는 말을 하시면 죄송스런 마음이 일기도 합니다.

계단 고통스럽지만
운동 여기면 고마운 것
한 생각 좋고·싫음 결정
알아차릴 때 변화해

그런데 누가 그럽니다. 계단을 오르는 것이 다리 운동에 아주 좋다구요. 나이가 들면 장딴지 근육을 키워야 하는데 계단이 많은 것은 노년의 건강을 유지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것입니다.

그 말을 듣고 나니 갑자기 계단이 좋아 보입니다. 예전에 운동선수들이 계단이 많은 곳을 일부러 찾아가 계속 오르고 내리는 장면이 기억나기도 했습니다. 그러고 나서 우리 계단을 보니 오히려 반가워 보이는 것입니다. 이 계단이 없었더라면 일부러 계단을 찾아가서 운동을 해야 할 텐데. 집에 계단이 있어 따로 시간을 내지 않아도 운동이 되니 오히려 계단이 있어 고마운 것이었습니다.

기차를 타기 위해 부산역이나 서울역을 가면 에스컬레이터에 줄을 길게 서서 기다리고 있는 모습을 자주 봅니다. 그럴 때 당당하게 옆에 있는 계단으로 올라갑니다. 그러면서 뿌듯해 합니다.

‘아고! 이 좋은 운동기구를 바로 옆에 놓아두고 왜 저런 것을 이용할까?’

얼마 전 모습은 금새 잊고 속으로 잘난 체 하면서 말입니다.

계단이 힘든 것이라는 생각이 계단을 싫어하는 감정을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계단이 운동에 도움이 되고 나의 건강을 돕는 것이라고 생각하니 좋아하는 감정이 만들어졌습니다. 사실 계단은 내가 어떻게 생각하든 말든 원래부터 그대로의 모습으로 있었습니다.

그런데 생각에 따라 고마운 계단, 때론 귀찮은 계단으로 시시때때 바뀌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니 이러고 있는 나를 저 계단이 보고 있다면 아마 한심하다고 웃지 않을까 싶어 계단을 볼 때마다 부끄러워집니다. 저의 변덕스러움을 들켜버린 것 같아서 말입니다.

과연 생각이 바뀌면 행동이 바뀔까? 꼭 그런 것 같진 않습니다. 늘 생각하고 있더라도 한 번의 계기가 있어야 합니다. 계기가 있을 때 알아차림이 있습니다. 그 깨달음이 있고 나서야 바뀔 준비가 되는 것 같습니다.

어느 학교에서 한 남학생이 교실과 복도 바닥에 침을 뱉는 습관이 있었다고 합니다. 아무리 선생님이 혼을 내도 습관이 바뀌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어느날 선생님이 그 학생의 그런 모습을 보고 “너는 교실바닥에 침을 뱉는 아이구나”라고 말했답니다.

그러자 그 아이는 깜짝 놀라면서 자신의 행동을 알아차렸다고 합니다. 그리고는 다시 그런 행동을 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 하림 스님
변화는 통제나 억압으로 시작되지 않는다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바로 스스로 모습을 볼 수 있는 알아차림, 깨달음이 있을 때 변화는 비로서 시작됩니다. 그 변화는 오랜 습관의 시간만큼 여유를 가지고 실패를 당연하게 받아들이면서 멈추지 않고 갈 때 완성되는 것 같습니다. 이것이 바로 수행의 길입니다. 경전을 배워서 부처님 가르침을 이해하고 염불하고 참선하면서 자신의 몸과 마음을 잘 지켜보면서 알아차리고 발심해 수행생활을 해 나간다면 ‘반야심경’의 내용처럼 일체고통에서 벗어나지 않을까 싶습니다.

수행의 삶으로 행복하시길 기원합니다. 

하림 스님 whyharim@hanmail.net
 

[1236호 / 2014년 3월1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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