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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립합창단, 정기연주회서 또 찬송가 공연

  • 사회
  • 입력 2014.03.11 12:53
  • 수정 2014.03.11 13:08
  • 댓글 1

지난해 잇따른 찬송가 공연으로 논란을 불러일으킨 대구시립합창단이 올 첫 정기연주회에서 또다시 찬송가를 불러 파문이 일고 있다. 더욱이 시립합창단의 운영 주체인 대구시는 지난해 12월 논란이 확산되자 재발방지 약속과 함께 관련 교육시행 등 조치를 취했다고 밝힌 바 있어 파장은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3월 6일, 예수찬양 ‘아름다운세상’ 불러
시, 12월 공문통해 “재발방지·교육시행”
본 공연선 배제하고 앙코르곡 끼워넣기
종평위 등 “시장사과·관련자 처벌” 요구

대구시립합창단은 3월6일 대구시민회관 그랜드콘서트홀에서 ‘제124회 정기연주회’를 개최했다. ‘봄, 꿈, 즐거움’을 주제로 한 이번 정기연주회에는 지난해 논란 때문인지 현대합창곡을 비롯해 한국 창작합창곡, 대중가요 등 종교적인 내용이 배제된 내용으로 꾸며졌다.

▲ 대구시립합창단이 올 첫 정기연주회에서 또다시 찬송가를 불러 파문이 일고 있다.

문제는 본 공연을 마친 후 진행된 앙코르곡에서 발생했다. 이날 공연된 앙코르곡은 모두 세 곡으로, 이 가운데 두 번째 노래가 찬송가 ‘아름다운 세상’이었다. ‘아름다운 세상’은 “주의 손으로 만드신 아름다운 세상 / 영화롭고 아름다워 / 주의 하늘과 베푸신 달과 별들이 / 찬란히 비추네”로 시작해 “찬란하게 빛나는 하늘의 별들은 / 높으신 주님 손으로 만드셨네 / 놀라운 주님의 사랑”으로 끝나는 등 이 노래 한 곡에만 ‘주’ ‘예수’ ‘여호와’가 총 16차례나 언급된다.

이 같은 내용은 이날 공연에 참석한 불자들에 의해 확인됐다. 참석자들은 대구시립합창단의 찬송가 공연에 대해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더욱이 지난해 논란을 의식해서인지 이번 연주회에는 찬송가를 배제한 것처럼 홍보해 놓고 공식적으로 드러나지 않은 앙코르곡에 찬송가를 끼워 넣었다는 점에서 불자를 비롯한 대구시민들을 또 한 번 기망했다는 것이다.

대구시민들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대구시립합창단의 종교편향 논란은 예술감독 겸 상임지휘자인 이기선씨가 2013년 9월 취임하면서 노골화됐다. 이씨는 9월 취임을 겸한 제121회 정기연주회에서 ‘이 땅에 기쁨과 평화를’이라는 주제로 ‘우리에게 평화를-하나님의 어린 양’ 등을 공연했다. 이어 11월 제122회 정기연주회에서도 ‘르네상스와 현대음악의 만남’이라는 주제 아래 ‘오 도우소서’ ‘고난의 때’ ‘예수같은 분 없네’ ‘성자들이 행진할 때’ 등 찬송가로 공연 내용을 채워 지역 불교계의 공분을 샀다. 그럼에도 12월 송년음악회를 겸한 제123회 정기연주회에서 ‘이날에’ ‘영광’ 등 또다시 찬송가를 공연했다.

이와 관련 조계종 종교평화위원회는 대구시에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했고, 12월 대구시는 공문을 통해 “시립예술단에 이 같은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내용을 전파하고, 재발방지 교육을 시행하도록 조치했다”며 “공연 프로그램 편성 시 관장 책임 하에 특정종교 편향 여부를 사전에 검토하고, 종교편향 프로그램은 편성하지 않도록 했다”고 회신했다. 그러나 대구시립합창단은 대중에게 공개되지 않는 앙코르곡에 찬송가를 배치, 사실상 운영 주체인 대구시까지 속인 것이다.

▲ 지난해 대구시가 조계종 종교평화위원회에 회신한 공문. 대구시는 이 공문에서 “시립예술단에 이 같은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내용을 전파하고, 재발방지 교육을 시행하도록 조치했다”며 “공연 프로그램 편성 시 관장 책임 하에 특정종교 편향 여부를 사전에 검토하고, 종교편향 프로그램은 편성하지 않도록 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사실을 접한 조계종 종교평화위원회는 대구시가 공문을 통해 약속한 내용이 지켜지지 않은 만큼 강력한 항의와 함께 관련자 처벌 등을 요구하겠다는 입장이다. 조계종 사회국장 설암 스님은 “대구 시민들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시립합창단이 사실상 선교합창단으로 운영되고, 문제를 제기되자 교묘한 방법으로 대중을 기망하기까지 했다”며 “불자뿐 아니라 대구시민까지 무시한 이번 사건에 대해 김범일 대구시장을 직접 만나 사과와 관련자 처벌 등을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계종 중앙종회 종교차별종식및종교평화확립특별위원장 오심 스님은 “간과할 수 없는 일”이라며 종단 차원의 강력한 대응을 천명했다. 스님은 “대구시가 재발방지 약속과 함께 관련 교육 등을 실시했다는 보고를 받고 더 이상 책임을 묻지 않았다. 그러나 또다시 문제를 일으킨 점에 대해서는 분명히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며 “대구지역 불교계와 함께 관련자 사퇴 등을 요구하고 3월18일 열리는 중앙종회에서도 이 문제를 공론화하겠다”고 말했다.

대구 팔공총림 동화사 주지 성문 스님도 “시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시립합창단에서 이 같은 일이 재발했다는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며 “진상을 파악해 교구차원의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한국불교음악인협회 사무총장 허철영 지휘자는 “종교음악이 아니더라도 합창곡으로 사용할 곡들은 많다. 연주회 프로그램 중 하나인 앙코르곡에 찬송가를 넣은 것은 사실상 의도가 있는 것”이라며 “시립합창단 운영 내규에 관련된 내용을 포함시켜 강제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편 대구시 문화예술과 박운상 계장은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확인결과 대구시립합창단 정기연주회에서 앙코르곡으로 찬송가가 공연된 것은 사실”이라며 “상임지휘자가 아닌 객원지휘자 초청 공연이라 시민회관 측이 살피지 못한 것 같다. 더 이상 이런 일이 발생해서는 안 된다고 주지시켰다”고 말했다. 그러나 후속 조치에 대한 물음에는 “죄송하다. 양해를 구한다”고만 답변했다.

김현태 기자 meopit@beopbo.com

[1237호 / 2014년 3월1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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