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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미얀마 순례의 ‘감상’

기자명 하림 스님

이번에 미얀마 성지순례를 다녀왔습니다. 노보살님들을 모시고 가는 길이라 걱정이 많았지만 생각보다 편안하고 즐거운 여행이었습니다. 지난해 겨울 다녀온 인도에 비해 불편함도 적었습니다. 인도는 부처님의 흔적을 느낄 수 있는 곳이었지만 아쉽게도 그 곳을 지키는 이들은 불자가 아니었습니다. 반면 미얀마는 부처님에 대한 믿음과 신행이 그대로 옮겨온 곳이었습니다. 온 국민의 95%이상이 불교신자이고 어린 시절부터 성인이 되기까지 절에서 교육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인도와 미얀마에서 들은 이들의 역사를 되짚어 보면 가슴이 저려옵니다. 인도는 200년 이상 영국의 통치를 받았고, 미얀마도 100년 넘게 이들로부터 고통을 받아야 했습니다. 인도와 미얀만 국민들이 이들로부터 독립하려는 노력을 게을리했던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럴 때면 영국은 교묘하게 내란을 만들었습니다. 서로가 서로를 죽이고, 미워하게 했습니다. 지금도 그 후유증으로 국민이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미얀마서 본 영국 실상
‘신사’라 하기 부끄러워
난관 속에도 나라 지킨
선조들에 새삼 고마워

그런데도 어린 시절 배운 것은 영국에 대한 환상이었습니다. 영국하면 신사의 나라였고, 그들은 예의 바르고, 상대를 배려하고, 믿을 만한 사람이었습니다. 인도와 미얀마에서의 실상은 상대를 끊임없이 괴롭히고 약속도 어기는 그런 사람들이었는데도 말입니다. 이것이 서양의 교육인가 봅니다.

이번에 만난 가이드들로부터 전해들은 인도와 미얀마의 역사이야기는 서양인들의 과거를 엿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물론 그 때의 영국인과 지금은 다를 것입니다. 지금은 그때의 사람들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그들이 스스로를 신사라고 교육하는 것은 많이 아쉽습니다. 그들로부터 고통 받은 세대들이 아직도 살아서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안다면 말이지요.

일본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들은 미얀마의 독립을 돕겠다고 군사를 몰고 가서 영국을 몰아냈습니다. 그러나 그들 역시 약속을 깨고 영국과 똑같이 미얀마를 괴롭혔습니다. 어떻게 영국과 일본을 선진국이라고 불러야 하는지 알 수 없습니다.

외국을 다니며 대한민국이 새삼 자랑스러웠습니다. 모시고간 어른들이 너무나 고마웠습니다. 지금의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전례가 없는 작품이기 때문입니다. 미얀마는 1950~60년대 우리나라에 쌀을 원조할 만큼 크고 강한 나라였습니다. 그러나 영국과 일본의 고통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나라의 문을 닫고 난 후 지금도 국민소득이 1000달러를 넘지 못하고 시간이 멈춰진 나라라고 합니다. 반면 우리는 50년 만에 다른 곳에 원조를 하는 나라로 발전했습니다. 미얀마는 지금도 군사정부가 장악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군부가 물러날 날은 요원할 뿐입니다.

가끔 우리 스스로를 비하하는 말을 많이 합니다. 그러나 바깥나라에 가서 한국을 들여다보면 그게 아닌 것을 알게 됩니다. 한국만큼 짧은 시간에 군부에서 벗어나고 굶주림에서 벗어나고 세계 경제의 중심에 우뚝 선 나라는 쉽게 찾을 수 없습니다.

우리 국민이 무엇이 부족하단 말인가요? 영국이나 일본은 선진국이 아닙니다. 우리는 침략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쓰러지지도 않았습니다. 그 긴 생명력이 우리 민족의 자생력입니다. 어르신들에게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 당신들은 세계에서 어느 민족도 해내지 못한 기적을 만들어낸 세상에서 가장 뛰어난 분들입니다. 고맙고 너무나 감사할 따름입니다. 

하림 스님 whyharim@hanmail.net
 

[1238호 / 2014년 3월 2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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