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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불위해선사

원문: 佛爲海船師이고 法橋度河津이네 大乘道之輿이고 一切度天人하네

번역:부처님은 고해의 선장이고, 부처님의 가르침은 하천의 나루를 건너게 하는 다리일세. 대승의 진리는 가마와 같아서 모든 사람을 제도해 주네. ‘장수왕경’

세월호를 교훈 삼아서
자기 허물을 돌아보고
함께 가는 삶 생각할 때
우리가 곧 고해의 선장

중생이 사는 사바세계를 더러움으로 가득 찬 땅이라 하여 예토(穢土)라 하고, 불난 집에 비유하여 화택(火宅)이라 한다. 그런 세상에 사는 우리의 인생을 고통의 바다를 항해하는 것에 비유하여 고해(苦海)라고 한다.

세월호 참사에 이어 고양 종합터미널 화재사고, 장성 노인요양원의 화재참사 등을 바라보는 국민의 마음은 불안하고 참담하다. 온갖 불안과 위험 요소가 우리 주위에 도사리고 있다. 우리 사회가 안전 사각지대에 노출되어 있다. 안전 불감증이다. 우리는 지금 어디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가? 모두가 이제 여기서 멈춰서 생각을 정리하고 문제점을 찾아서 마음을 새롭게 하여 새 출발을 해야 한다.

이솝우화에 이런 이야기가 있다. 옛날에 토끼 한 마리가 도토리나무 아래서 낮잠을 자는데 도토리 하나가 머리 위에 떨어졌다. 화들짝 놀란 토끼는 세상이 무너진 줄 알고 무작정 뛰기 시작했다. 그러자 다른 토끼도 덩달아 뛰고, 이를 본 다른 짐승들도 뛰기 시작했다. 다투어 질주하다가 낭떠러지에 이르러 죽게 될 위험에 쳐하였다. 이를 바라본 사자는 어디를 향해 달리느냐고, 왜 뛰느냐고 물었다. 짐승들은 아무도 대답을 못하고 서로 쳐다볼 뿐이었다.

삶의 방향과 목표도 잃어버리고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일러주는 우화다. 그 동안 우리가 신자유주의의 무한경쟁 속에서 오로지 자신만이 살아남기 위해서 인정사정 볼 것 없고, 수단방법 가리지 않고 달려온 속도전적인 삶을 강요받으며 살아온 측면이 있다. 빨리 빨리, 대충 대충, 승자만 살아남는 패권주의, 네가 죽어야 내가 사는 변태적 경쟁의식 등이 그 동안 우리 사회와 국민의 마음을 병들게 하고 지치게 만들었다.

세월호 이 선장과 유병언 회장만 탓할 문제가 아니다. 모두가 각자 자신의 허물을 돌아봐야 한다. 위아래 할 것 없이 누가 누구를 탓하고 돌을 던질 수 있는가. 여기서 모두가 지난 생각을 내려놓고 조금 천천히 함께 손잡고 가는 삶을 생각해 보자. 새롭게 사회구조와 의식을 전환하고 개혁할 때가 온 것이다. 이번 참사를 교훈으로 삼아서 피어보지 못하고 사라진 억울한 학생들의 죽음을 헛되이 하지 말아야 한다.

탐욕과 분노, 어리석음 삼독의 불길 속에서 고통 받고 있는 중생을 반야지혜로써 구원해주시는 부처님을 인천의 스승 또는 삼계의 대도사라 하고, 마음의 병을 고쳐주는 의사 중의 왕이라 하여 의왕이라고 한다. 또는 생사의 바다를 건너 피안으로 건네주는 항해사에 비유하기도 한다. 부처님은 고해의 선장이다. 우리 개인 스스로가 고해의 선장이다. 부처님의 가르침은 고통의 바다를 건널 수 있는 해도이다. 그 지혜가 청정한 삶의 지표인 계율이고, 마음을 안정시키는 선정이고, 집착과 욕망을 제어하는 반야지혜인 삼학이다.

욕망의 불을 끌 수 있는 길은 스스로 마음을 제어하는 수청주(水淸珠)로 정화시킨 청정계수(淸淨戒水)이다. 분노의 불을 끌 수 있는 길은 마음을 안정시키는 선정수(禪定水)가 최고다. 이젠 떨치고 일어나 일상으로 돌아갈 때가 되었다. 언제까지 망연자실만 할 수는 없다. 참회와 반성은 현장에 남겨서 교훈으로 삼고, 이제 슬픔과 우울함은 우리사찰에서 부처님의 자비의 품으로 보듬고 치유하자.

‘정법염처경’에 “자비로운 뗏목을 타고 용감하게 나아가면 능히 소용돌이치는 삼독의 바다를 건너가리라”고 하였다. ‘대방편불보은경’에는 “불수레(火車)를 끌었던 이 몸이 보리심을 내면 불난 집에서 빨리 벗어나 부처를 이룰 수 있다”고 하였다. 우리도 이번 참사를 우리 스스로 마음을 모아 극복할 수밖에 없다.
 
김형중 동대부중 교감·문학박사 ililsihoil1026@hanmail.net

[1247호 / 2014년 6월 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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