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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바르게 살아가는 방법

기자명 하림 스님

산다는 것이 무엇일까. 어떻게 사는 것이 바르게 사는 것이고, 어떻게 살아야 오늘 하루가 만족스러울까. 새삼 이런 생각을 가져봅니다.

주지로 사는 것이 참 힘든 것 같습니다. 주지는 그야말로 사찰의 최종 책임자입니다. 또 모든 평가의 대상이 됩니다. 절이 잘되면 주지가 잘 한다고 하고, 잘못되면 주지가 능력이 부족해서 그렇다고 합니다. 그러니 늘 불안합니다. 마치 시험관을 마주하고 있는 학생 같은 느낌입니다. 긴장하고 늘 무엇엔가 쫓기듯 초조해 합니다. 처음에는 다들 잘하고 싶어 합니다. 잘 한다는 것은 자기 기준에도 흡족해야 하고 주변의 평가들도 좋아야 한다는 말입니다. 그래서 심사관들은 때론 내가 될 수도 있고, 주변의 인연 있는 모든 분들이 될 수도 있습니다. 주변을 둘러싼 심사관들이 많다보니 여간해서는 좀처럼 마음이 편하지 못합니다.
 
늘 잘해야한다는 생각
스스로 옭아매는 집착
때론 욕먹어도 된다는
여유 가질 때 행복찾아
 
 
밤 11시가 다 되어가는 늦은 시간입니다. 지금도 컴퓨터에 앉아서 글을 쓰고 있습니다. 잘 써야 한다는 생각으로 말입니다. 독자들도 저에게는 심사관들이기 때문입니다. 세상 편하게 살자고 하면서 왜 편하게 살지 못하는가를 곰곰이 생각해 봅니다. 그러면 그 앞에 ‘잘 해야 한다’라는 생각에 잡혀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리고 평가를 궁금해 합니다.
 
글을 쓰고 나서 꼭 묻습니다. ‘이번 글에 대한 반응이 어떻냐’구요. 그럼 돌아오는 대답은 이미 알고 있는 것입니다. “스님, 그 정도면 아주 좋아요. 힘내세요”라는 답변입니다. 이미 예상한 뻔한 답변이지만 그 말을 듣고 싶어 합니다. 그 말을 들어야 다시 힘을 내서 글을 쓰기 시작합니다. 제가 ‘잘 해야 한다’와 ‘좋은 평가’에 목말라 하는지를 알게 됩니다. 또 비난 받는 것을 얼마나 싫어하는지도 알 수 있습니다.
이는 자존감이 약할 때 나오는 반응입니다. 때론 ‘잘 해야 해’ ‘비난 받으면 안 돼’에서 벗어나, ‘실수해도 돼’ ‘욕 좀 먹으면 어때 다 시간이 지나면 잊어버릴 거야’라는 생각으로 살고 싶습니다. 아니 누군가가 이런 말을 계속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고 보면 착하게 잘 살려고 하는 사람들이 오히려 더 불안해하면서 사는 것 같습니다. 남에게 좀 피해가 가더라도 자기 것을 챙기고, 자기주장도 하고 사는 사람이 더 당당해 보이고 건강해 보입니다.
 
고통은 집착에서 온다고 누누이 경전에서 말합니다. 내가 힘들어 하는 것은 반드시 뭔가에 집착해 있다는 증거입니다.
 
주지가 꼭 잘해야 하나요? 주지로서 제대로 살지 못한다고 욕 먹는 스님들도 즐겁게 잘 살더군요. 오히려 여행도 다니면서 힘들어 하지 않고 적당하게 살아갑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보고 위안을 얻는 신도님들도 많더군요. 과연 저는 그런 스님들에 비해서 얼마나 욕심이 많은 것인가요?
 
어떻게 모두에게 좋은 모습을 보이고, 좋은 소리만 들을 수 있겠습니까. 부처님을 비난하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하물며 제가 그런 소리 듣지 않고 살려니 얼마나 욕심이 많은 것일까요. 비난에 대한 두려움과 잘하려는 욕심을 내려놓고 산다면 제 어깨는 참으로 가벼울 것입니다. 가벼운 몸과 마음으로 즐겁고 건강한 몸과 마음을 함께 나누며 사는 것, 이것이 주지로서 신도들과 함께 살아가는 방향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 시간에 행복하게 잠드는 아이들은 ‘내일 친구들과 뭐하고 놀까’하면서 잠에 들 것입니다. 저도 내일 신도님들과 뭐하고 놀까하면서 잠을 청해 볼까 합니다. 아마도 즐거운 잠자리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하림 스님 whyharim@hanmail.net

[1253호 / 2014년 7월 1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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