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종단 승인없는 사찰재산 처분
Q. 종단 승인없는 사찰재산 처분
  • 김경규 변호사
  • 승인 2014.08.18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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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불교조계종 소속의 전통사찰 OO사 주지 A스님은 B에게 OO사 소유 토지매도와 관련한 일체의 권한을 위임했다. B는 2000년 6월 K와 OO사 부동산 매입계약을 체결하며, 10일 이내에 조계종의 승인을 받지 못하면 무효로 한다는 내용을 포함시켰다. 이에 A스님은 종단에 토지매매에 관한 승인을 요청했으나 불허됐다.
 
재산 처분권은 주지 권한
종단 승인 내부절차일 뿐
표충사 불법매각 계기로
대법원, 등기예규로 규제
 
그러던 중 K는 OO사 소유 부동산 가운데 이미 부천시에 수용된 토지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2000년 7월 B와 매매목적물을 이 부동산으로 변경하는 내용의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매매계약 당시 B는 참석하지 않았고 C가 B의 도장으로 계약서에 날인했다. 한편 A스님은 조계종에 이 부동산에 대한 토지거래 허가를 신청했고, 조계종은 공매처분을 조건으로 승인했다. K는 B와의 사전협의에 따라 잔금을 법무사에게 지급했고, 법무사는 B의 요청으로 C에게 잔금을 지급하고 B명의의 영수증을 교부받았다.
 
그러자 OO사 구성원들이 반발했다. 이들은 “B는 OO사를 대리할 권한이 없으며 조계종의 공매처분 조건을 위반한 계약으로 K는 이러한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으므로 효력이 없을 뿐 아니라 승인조건에 위반됨을 알면서도 OO사에 매매계약의 효력을 주장하는 것은 신의칙에 반한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전통사찰보존법에 따라 문화체육부장관이 허가하지 않은 매매계약은 무효”라며 소유권이전등기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법원은 원고 패소를 결정했다. 법원은 “2007년 7월 계약서는 그 주요 내용이 2000년 6월 매매계약시 이미 결정된 상태에서 다만 조계종의 미승인과 목적물의 변경에 따른 계약의 일부내용을 변경해 새로 작성한 것으로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한 계약은 OO사와 사찰의 대리인인 B 사이에 적법하게 체결되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밝혔다.
 
또 조계종 공매처분 조건 주장에 대해서는 “조계종이 처분방법을 공매로 하고 신문에 1회 이상 공고해 최고가 매수신청자에게 처분할 것을 조건으로 승인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사찰재산의 관리처분권은 사찰을 대표하는 주지에게 일임되어 있으므로 주지가 소속 종단의 승인 등 내부절차를 위반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처분행위는 유효하다”면서 “나아가 조계종의 승인조건은 2000년 7월 매매계약 이후의 조치인 만큼 K가 승인조건에 위반된 사정을 알면서 피고사찰에게 그 효력을 주장한다고 하여 신의칙에 위반된다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전통사찰보존법에 따른 관할청의 허가 역시 “전통사찰의 경내지는 당해 사찰의 경계를 기준으로 경계 내 부동산 및 사찰의 불교의식, 승려의 수행 및 생활, 신도의 교화를 위해 필요한 토지만을 의미한다고 봄이 상당하다”며 “전통사찰보존법에서 사찰재산의 처분에 관해 관할청의 허가를 받도록 한 것은 사찰로 하여금 본래의 존립목적과 사회문화 향상에 기여하기 위해 규제하는 것으로 사찰목적의 수행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사찰자체의 존립을 위태롭게 할 우려가 있는 경우에만 관할관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매매계약이 체결된 부동산은 OO사로부터 멀리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을 뿐 아니라 OO사는 이 사건 부동산 외에도 수십 필지의 부동산을 소유하고, 소유 부동산 중 이 사건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도 극히 미미하다”며 기각의 이유를 밝혔다.
 
한편 대법원은 2012년 교계 안팎에 파문을 몰고온 표충사 토지 불법매각 사건을 계기로 조계종의 청원을 받아들여 2013년 8월 종단의 허가 없이 사찰 부동산을 매각할 수 없도록 대법원 등기예규를 제정해 공포했다.
 
김경규 법무법인 나라 구성원변호사 humanleft@nalalaw.co.kr

[1257호 / 2014년 8월 2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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