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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자동기계

기자명 인경 스님

우리는 언어, 정보의 물결 속에 살고 있어

보통 인간을 ‘사유하는 동물’, 혹은 ‘생각하는 갈대’라고 말한다. 이점은 인간의 강점을 설명할 때 자주 하는 평가들이다. 인간은 날카로운 발톱도 없고, 하늘을 날 수 있는 날개도 없다. 재빠른 근육도 발달되어 있지 않다. 그래서 연약한 갈대이다. 하지만 인간은 사유를 한다. 생각을 통해서 자연의 수많은 위협으로부터 이런 약점들을 극복해왔다.
 
넘쳐나는 인터넷 물결 속에
실재 한 것 같은 세상 경험
사실이 아니고 사이버 세상
자극 없음에도 공허감 느껴
 
오랜 인간의 역사를 돌아보면, 확실하게 생각한다는 점은 인간의 놀라운 강점임에 분명하다. 사유하는 작용을 통해서 칼날보다 날카로운 칼과 총을 만들어내지 않았던가? 새의 날개보다 우렁찬 비행기를 창공에 날려 보내지 않았던가?
 
그런데 역설적으로 이런 과정에서 인간은 생각을 매개하는 언어의 지배를 받게 되었다. 이것은 인간이 스스로 만든 로봇의 지배를 받는 날이 올 것이라고 말하는 것과 상통한 내용이다. 로봇도 결국은 언어의 회로에 의해서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언어의 감옥에 갇혀있다. 여기에 우리가 언어의 지배를 받고 있다는 간단한 사례가 있다.
 
여기 예쁘고 달콤한 크림빵이 있다. 이것의 냄새를 맡아보라. 어떤가? 입안에 침이 샘처럼 솟아날 것이다. 이번에는 입안의 침을 삼키지 말고 그것을 혀를 움직여서 모아 그 맛을 느껴보라.
 
어떤가? 침이 더욱 많아질 것이다. 그런데 재채기가 나오면서 침을 앞의 크림빵에 토해버렸다. 어떤가? 그래도 크림빵을 먹겠는가?
 
아마도 당신은 크림빵을 말할 때는 달콤한 냄새를 맡고 입안에서 침을 느꼈을 것이다. 이 느낌은 즐거운 느낌이고, 이 즐거운 느낌에서 탐착을 보였을 것이다. 입안에 가득 고인 침에서는 어떤 느낌을 느낄까? 아마도 그것은 무덤덤함을 느꼈을 것이고, 여기서 탐착은 별로 느끼지 않았을 것이다. 반면에 먹고자 했던 음식에 침을 토할 때는 기분이 어떤가? 이때는 즐겁지 않은 느낌과 함께 마음은 혐오감을 경험했을 것이다. 그래서 당신은 아마도 얼굴을 찌푸렸을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어떤가? 사실은 말이지 사실 당신은 실재하는 빵을 실제로 보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침이 나오고 마치 그것을 먹었던 것처럼 신체가 반응한다. 이것을 통해서 보면,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언어적인 자극이나 반응만으로도 우리의 신경세포는 그것에 응답을 한다.
 
이런 자극과 반응은 자동적인 기계처럼 작동을 한다. 일단 작동되면 멈출 수가 없다. 일단 화가 나면 멈출 수가 없고, 어떤 생각을 하게 되면 그 생각을 내려놓을 수가 없다. 어떻게 보면 이럼 점에서 우리는 언어와 생각의 지배를 받는다고 말하는 것이다.
 
주변을 돌아보면 우리는 온통 언어, 정보의 물결 속에 살고 있다. 카톡과 스마트폰을 통해서 인터넷을 통해서 우리는 실제로 경험하지 않으면서도 마치 실제로 경험하는 것처럼 세상을 경험한다. 이것은 실재가 아니고 사이버의 세상이다. 실질적으로 눈으로 보고 듣지 않으면서도 사실상 실제로 보고 듣는 것처럼 반응하고 있다. 이것은 인간이 스스로 창조한 거대한 인간의 문화이다.
 
우리는 실제적인 자극을 받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스트레스를 받고 실제적으로 그 사람을 만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싫어하거나 사랑에 빠지거나 한다. 하지만 이런 것들은 그림속의 떡과 같아서 배고픔을 면하게 할 수가 없다. 오히려 더욱 배가 고프게 만든다.
 
사이버의 세상은 실재가 아니기에 인간은 공허감 속에서 뿌리 없는 부평초처럼 떠돌아다닌다. 이러할 때, 우리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
 
인경 스님 명상상담 연구원장 khim56@hanmail.net

[1259호 / 2014년 9월 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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