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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내가 꿈꾸는 것들

기자명 하림 스님
초등학교 6학년 시절로 기억이 됩니다. 누군가가 ‘이렇게 살아라!’라는 확실한 길을 알려준다면 ‘내 목숨을 다해 그렇게 살겠다’고 생각하던 시절이었습니다. 이 생각을 되짚어 보면 ‘어떻게 살아야 되는 걸까?’에 대한 고민이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또 한편으로 이런 생각도 했습니다. ‘이 세상에 훌륭한 사람이 있다면 그의 삶과 같은 길을 걷겠다’고요. 이것은 중학교 때쯤 가졌던 생각이었습니다.
 
남 가진 것만 바라보고
좇으려 꿈을 꾸지만
잊고 있던 주변에 감사
만족하는 삶이 참 행복
 
그런데 내 안에 다른 목소리도 들렸습니다. ‘아무리 명성이 높은 사람도 함께 살아본다면 명성과 같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될 거야’라고요. 그러면서 나의 길을 찾기 위해 세상에 더 이상 묻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래 세상은 내가 살아보아야 해’ ‘내 스스로 걸어봐야 해’라는 생각을 갖게 됐습니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내 계획대로 도전해 보는 거였습니다. 내가 진정 원하는 삶, 이상적인 삶을 위해서 몇 개월 동안을 세상에 나가면 어디에 가서 무엇을 하고 살 것인지 점검하고 또 점검하면서 의지를 불태웠습니다. 드디어 결행의 날이 왔습니다. 아무도 모르게 짐을 챙겼습니다. 학교에 가는 척하고 나오는 길로 세상을 향해 날았습니다. 그러나 세상은 내가 생각했던 것과 달랐습니다. 내가 만난 세상은 나를 따뜻하고 평온하게 꿈을 향해 나아가도록 펼쳐져 있지 않았습니다. 용감하게 발걸음을 뻗어 나갔지만 해가 지는 시간과 함께 나의 꿈은 접혔습니다. 당장 내게 필요한 것은 오늘 밤 묵을 잠자리였고, 허기진 배를 채우는 거였습니다. 또 한 가지는 불편하더라도 얼굴을 알고 지내던 사람들과 그 익숙한 장소가 그리웠습니다. 아는 얼굴과 아는 장소, 익숙한 먹을거리가 당시 내 계획에는 전혀 반영되지 못했던 것입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이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꿈’은 그냥 ‘꿈’이었습니다. 두세 번은 세상으로 나가고 두세 번은 산속을 향해 갔습니다. 양쪽을 다 가보아도 마침내 해가 지면 갈 곳이 있어야 하고 먹을거리가 급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어둠이 오면 함께 사는 인연의 집을 찾아가 의탁하기를 반복했습니다.
 
우리는 꿈을 이야기 하고 미래를 이야기 합니다. 그러면서도 지금 내 곁에 나와 함께 호흡하고 말하고 얼굴보고 있는 사람의 소중함은 잊게 됩니다. 남의 손에 들고 있는 것만 보입니다. 나도 그만큼 많이 갖고 싶어 하면서도 내 손에 든 것이 얼마나 많은 지 보려하지 않습니다. 남이 가진 만큼, 남이 하는 만큼 나도 하게 해 달라고 기원합니다. 심지어 이것을 꿈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산다면 부족하고 애타는 마음만 갖고 살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우리가 꿈을 이뤄서 얻으려는 것은 고요와 평화로움입니다. 꿈을 이뤄서 얻을 것 같은 고요와 평화로움은 그곳에 있지 않습니다. 우리를 허무와 절망으로 이끄는 꿈은 우리의 꿈이 아닙니다. 99번 넘어져서 한 번 행복해 하는 그런 느낌은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꿈이 아닙니다. 우리의 꿈은 지금 여기에서 함께 사는 이들의 소중함과 감사함을 느끼고 알아차릴 때 기쁨과 평화로움을 만날 수 있습니다. 꼭 에베레스트산의 정상에 올라야 모두가 행복한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고요와 평화로움을 위해 고생길을 나서라고 권하고 싶지 않습니다. 내 집안에도 매화가 피어있습니다. 따뜻함이 있습니다. 매화를 발견하고 그 향기를 맡을 때 함께 해서 행복한 우리가 되리라 믿습니다.
 

[1259호 / 2014년 9월 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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