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 천사
80. 천사
  • 이필원 박사
  • 승인 2014.09.05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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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는 대표적인 무신론의 종교이다. 창조주라든가 하는 절대자를 인정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경전을 보면 무수한 신들이 또한 등장한다. 따라서 불교에서 말하는 무신론이란 신적인 존재 자체가 없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절대자로서의 신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입장인 것이다. 그것은 불교의 우주관을 통해서도 알 수 있는데, 인간계와 천계로 나누고 천계는 다시 욕계천(欲界天), 색계천(色界天), 무색계천(無色界天)으로 구분한다. 욕계천은 6개의 하늘나라가 있고, 색계천에는 18개의 하늘나라, 그리고 무색계천에는 4개의 하늘나라가 있다. 도합 28개의 하늘나라가 있다. 각각의 하늘나라에는 무수한 신들이 살고 있으며, 또 신들의 제왕이 존재한다.

우리는 늘 천사 만나지만
그들의 경고 알지 못하고
악행 일삼고 시간 낭비해
스스로 자신삶 잘 살펴야


경전에서는 부처님께서 이들 신들에게 설법을 하는 장면을 어렵지 않게 본다. 그리고 이들 신들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통해 부처님께 귀의하고, 불법의 외호하는 역할을 담당하기도 한다. 그리고 한편으로 수행에 전념하는 수행자를 외호하는 것도 신들의 역할 가운데 중요한 일이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인간보다 신이 반드시 우월하다고 볼 수만은 없을 것 같다. 진정한 수행자는 신들의 보살핌을 받고, 깨달은 자는 신들의 공양과 귀의를 받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한편 불교에도 천사라고 하는 존재가 있다. 천사는 빨리어로 데와두따(devad?ta)라고 한다. 말하자면 ‘신의 메신저’, 혹은 ‘신의 사자’인 것이다. 천사라는 말은 이미 오래전부터 한역 경전에서 사용된 말이기도 하다. 한역경전에는 ‘천사경(天使經)’이 존재한다. 따라서 천사라는 말이 기독교의 전유물이 아니라, 불교의 용어를 기독교에서 차용해서 사용한 것임을 알 수 있다. 불교계 스스로 이러한 말들을 사용하지 않음으로서, 용어 자체를 잃어버리고 나아가 스스로 불교의 풍부성을 제한하는 것은 아닌지 깊이 생각해 볼 일이다.

‘맛지마 니까야’에 ‘천사의 경(devad?tasutta)’이 있다. 이 경전에서 천사에 대해 다음과 같이 기술하고 있다.

야마왕 : “이보게, 그대는 세상에서 첫 번째 천사가 나타난 것을 보지 못했는가?” 지옥에 간 중생 : “대왕이여 보지 못했습니다.” 야마왕 : “이보게, 인간 가운데 갓난아이가 침대에서 스스로 똥과 오줌으로 분칠하고 누워있는 것을 본 적이 있는가?”

위 인용문은 사후 심판의 신이자 죽음의 신인 야마왕이 악행을 저지르고, 선행을 닦지 않은 자를 심문하는 장면이다. 야마왕은 이러한 방식으로 다섯 천사에 대해 하나하나 질문한다. 두 번째 천사는 늙은 사람이고, 세 번째 천사는 병든 사람이며, 네 번째 천사는 범죄를 저질러 온갖 형벌을 받는 사람이고, 다섯 번째 천사는 죽은 사람이다. 즉 생노병사와 형벌이 다섯 천사인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천사를 늘 만나면서도 천사가 주는 경고를 알지 못하고 나태하면서 온갖 악행을 일삼으며 세월을 낭비하게 된다. 그 결과 죽은 뒤에 야마왕이 있는 곳으로 가 생전의 잘못에 대해 심판을 받게 되는 것이다. 야마왕은 심문을 하면서, ‘어찌 그러한 천사를 보고서도 선행을 닦을 생각을 하지 못했는가?’ 라며 질책한다.

경전에서 말하는 천사는 날개달린 우아한 존재로 묘사되고 있지 않다. 대신 우리 곁에서 인간의 한계성을 일깨워 주고, 자신이 지은 악행에 대한 과보의 엄중함을 보여주는 존재로 묘사되고 있는 것이다. 천사를 만나고 싶다면 자신의 삶을 잘 살펴보면 된다. 천사는 언제나 나의 삶속에서 부지런히 선행을 닦아 죽음을 대비하라고 다양한 방식으로 알려주는 존재임을 경전은 말하고 있다. 

이필원 동국대 연구교수 nikaya@naver.com

[1260호 / 2014년 9월 1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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