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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명상에 기반한 상담

기자명 인경 스님

생각 통해 세상 보면 지식이 우릴 지배해

명상치료, 혹은 명상상담은 명상을 임상적인 상황이나 상담에 적용하여 활용하는 방식을 총칭하는 말이다. 이런 경향은 1990년대 이후로 본격화 되었다. 여기서는 이런 배경을 간단하게 살펴보고자 한다.

믿음 강할수록 신념에 집착
새로운 대안으로 명상 필요
스스로 마음 안정 느껴보고
자신감 회복 전략 선택해야

불안이나 우울과 같은 심리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주로 약물치료를 하거나 인지치료적인 접근이 있다. 약물치료는 급박한 환자의 경우에 효과가 있지만,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서 문제를 해결해주지는 못한다. 두통과 같은 몸의 문제라면 약물치료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그 두통이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의 문제에서 비롯된 부분이라면 사정이 달라진다. 마음의 근본적인 문제는 그냥 둔 채로 약물로는 근본적인 치료가 힘들다. 물론 약물치료가 심각한 증상을 완화는 마음의 문제를 접근하는데 도움을 줄 수도 있다는 점에서 필요한 경우가 있다.

마음과 관련해서는 인지치료가 있다. 인지치료는 불안이나 우울을 만들어내는 생각을 바꾸는 작업이다. 이를테면, ‘나는 일처리를 잘 못해’, ‘나는 실패자야’, ‘나는 쓸모가 없는 쓰레기야’ 이런 생각들에 지배당하여 있다면, 그는 분명히 각한 불안 속에서 잠을 잘 자지 못하고 대인기피와 더불어서 우울증에 시달릴 것이다. 이런 지배적인 생각을 찾아내어서 그 생각을 긍정적인 방식으로 바꾸어줄 수가 있다면 효과적인 전략이 될 것이다. 사실 이런 전략은 우 효과가 있는 것으로 증명되고 있다.

하지만 깊게 도사린 이런 생각을 찾아내어서 바꾸는 일은 결코 쉽지 않고 많은 시간을 요구한다. 설사 상담실이나 치료실에서 생각이 바뀐 것 같지만, 생활 속에 들어가면 익숙한 옛날의 생각으로 되돌가곤한다. 이런 습성은 너무나 견고하여 거대한 성곽과 같다. 이를테면 ‘나는 잘 못해. 나는 할 수가 없어.’라는 생각에 지배당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자신의 집착된 생각에 의해서 세상을 본다. 생각은 단순하게 생각으로만 머물지 않고 그 사람의 삶 전체를 지배하게 되고, 강력하게 집착하여 더욱 견고하게 그것을 지키는 경향이 있다. 오히려 그 사람은 세상에 나아가기보다는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무기력에 빠져있는 것을 편안하게 여길 것이다. 그는 자신의 ‘생각을 통해서’ 세상을 본다. 생각은 세상을 바라보는 하나의 안경이 된다. 그 안경을 쓰고 보면, 세상은 온통 그 색깔로 보인다. 이런 믿음이 강할수록 더욱 강력하게 자기의 신념에 집착한다.

이런 현상은 매우 보편적이다. 기독교인은 기독교적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보고, 불교도는 불교적인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건설업자는 건설업의 입장과 가치를 가지고 사물을 본다. 변호사는 변호사의 관점으로 사물을 해석한다. 우리가 갖는 지식은 우리를 적응시키는데 도움을 주었지만, 반대로 그 지식은 이제 우리를 지배한다.

우리는 어떻게 생각의 안경을 벗고 세상을 바라볼 수 있을까? 어떻게 자신의 직업적인 관점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어떻게 지식 그 자체에서 해탈할 수가 있을까?

실제로 인지치료 내부에서도 증상의 재발율 문제와 신념이나 생각이 바뀌는 작업의 어려움에서 새로운 대안을 찾는 많은 노력들이 있었다. 이런 과정에서 명상 방식이 재발견되었다.

명상은 생각과 싸우기보다는 그것을 존재하는 그대로 수용하고 바라보는 전략을 선택한다. 옳다거나 틀리다는 생각의 내용을 바꾸려는 자세를 취하지 않는다. 그 생각의 내용을 문제 삼지 않고 그저 알아차리고 그냥 지켜보는 것을 강조한다. 일단 생각에 휩쓸리지 않으면, 그에 따르는 정서적인 반응에서 보다 자유로운 입장에 놓인다. 설사 정서적인 반응에 휩쓸린다고 해도, 그것에 따른 몸 느낌을 관찰하는 방식을 통해서 회피나 도피행동을 하지 않게 된다.

명상은 지금여기 현재에 머물게 하고, 생각을 알아차리고 현재로 되돌아오는 연습을 통해 마음의 자동조종 상태나 자동사고로부터 자기를 회복하는 전략을 선택한다. 대체로 우리는 과거나 미래로 마음이 구름처럼 떠돌아다닌다. 이런 마음을 지금여기 현재에 머물기 위해서 호흡명상이나 느낌관찰과 같은 다양한 방식의 기술들을 환자에게 학습시킨다. 이는 ‘명상에 기초한 상담’은 내담자 스스로 마음의 안정과 행복감을 느껴봄으로써 재발을 방지하는 명상수행을 길을 계속으로 갈 수 있게 돕는다.

인경 스님 명상상담 연구원장 khim56@hanmail.net
 

[1260호 / 2014년 9월 1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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