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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우울증의 재발

기자명 인경 스님

무상은 허무 아닌 곧 지나갈 것을 의미해

우리가 커피를 마시고 싶으면 자판기에 동전을 넣으면 마실 수 있다. 그러나 동전을 넣어도 커피가 나오지 않으면 어떻게 할까? 몇 번 재시도를 하고 그래도 여전히 커피가 나오지 않으면 다른 자판기로 갈 것이다. 행동주의자들은 특정한 행동(동전을 넣는 것)에 의해서 보상(커피)하는 것을 강화라 하고, 그런 행동을 해도 보상이 계속 나오지 않으면 그 행동은 감소가 되는데 이것을 ‘소거’가 된다고 말한다.

삶에서 고통을 없앤다기보다
존재하는 그대로를 수용해야
생각이 흐르는 대로 지켜보면
무상이 허무 아님을 통찰케 돼

잠들기 전 자꾸 우는 아이가 있다고 하자. 그때마다 엄마가 달래고 안아준다. 그러면 아이는 안심하고 잠에 든다. 이게 습관화되어서 아이는 계속 울고 엄마는 달래주느라 피곤하다. 그래서 울더라도 엄마는 그냥 두기로 한다. 아이는 점점 더욱 크게 울면서, 엄마를 계속 찾는다. 그래도 엄마는 그냥 둔다. 아이는 울다가 잔다. 아이의 잠자기 전의 투정은 점차 감소 된다.

강화는 아이가 울면 엄마가 다가가 달래주고 안아주는 행동이고, 소거는 달래주고 안아주는 행동을 하지 않자, 잠 잘 때의 투정행동이 점차 감소되거나 제거 됨을 말한다. 이런 이론에 근거하여 인지치료자들은 부정적인 생각을 제거하는데 행동수정의 방식을 적용하여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

이를테면 ‘나는 실패자야.’라는 믿음을 가진 내담자가 있다고 하자. 인지치료자는 이런 부정적인 생각이나 신념을 찾아내고 그것을 수정하는 전략을 선택할 것이다. 인지치료자는 일차적으로 내담자가 성공한 사례를 찾아내서 반대증거 곧 성공한 경우를 제시함으로써 ‘나는 꼭 실패자는 아니구나’라는 것을 깨닫도록 하는 도전적인 방식을 적용할 수도 있다. 이렇게 하면 내담자는 ‘실패자’라는 혼잣말하는 횟수가 줄고 우울감이 감소될 수 있다. 이차적으로는 과거 성공한 경험을 통해 현재 당면한 과제를 성공적으로 처리하는 문제해결의 방식을 학습하게 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삶이란 반드시 항상 성공할 수는 없다. 성공하지 못하는 상황에 처하게 되면 내담자는 다시 ‘나는 실패자야.’라는 오랜 생각이 되살아나게 되고, 증상은 재발하여 우울감속에 빠져들 수가 있다. 이런 강화와 소거는 잠정적이고 일시적으로는 효과가 있지만, 내담자의 자발성을 이끌어내지 못하고 실제로 지속성이 없다는 연구가 보고되고 있다. 소거된 불건강한 행동이나 사고방식은 의식의 깊은 밑바닥에 숨겨져 있다가 언제든지 재발되고, 상담상황에서 잘못 사용한 경우에 상담자의 무관심은 절박한 내담자에게 큰 상처를 줄 수도 있다. 물론 여기서 인지행동치료 전략이 문제가 있다는 것을 말하지는 않는다. 하나의 방식이 모든 증상이나 경험현상들에 다 적용할 수는 없다.

우울증의 재발은 가장 큰 문제 가운데 하나이다. 첫 번째 우울증을 앓은 흔적이 있는 사람은 다시 우울증으로 고통 받을 확률이 70% 이상이고, 두 번째로 우울증으로 고통 받는 사람은 90% 이상 3번째 우울증을 경험한다고 한다. 우울증에 대한 약물치료의 경우 70% 거의 대부분 재발되는 것으로 나타났고, 인지행동치료의 경우도 50% 이상 재발된다고 보고하고 있다. 인지행동치료자들은 이점에 주목하고 보완적인 치료전략을 선택하고 있다.

첫째는 철학적 관점에서 우선 인지행동치료는 과학적이고 세심한 분석과 관찰이라는 자연과학적인 태도를 가진 장점이 있지만, 한편으론 인간을 인과론이나 기계론적으로 바라보는 경향이 있다. 현대 자본사회처럼, 인간의 행동을 관리하고 통제하려는 경향이 있다. 인간이 갖는 잠재력이나 성장 동기와 더불어 그들이 가진 강점을 적극적으로 드러내지 못한 경향이 있다.

두 번째는 통제적인 전략보다는 오히려 존재하는 그대로 알아차림 명상훈련과 더불어서 수용하는 방식을 병행하는 것이다. 삶이란 고통이라는 것은 그것을 없애라는 의미가 아니라 존재하는 그대로 수용하라는 의미로 해석하는 것이다. 끊임없이 일어나는 생각을 교정하려기보다는 그대로 지켜보는 전략이다. 무상이란 허무가 아니라, 조건 지어진 모든 현상은 곧 지나갈 것이라는 통찰을 내포한 의미이다.

인경 스님 명상상담 연구원장 khim56@hanmail.net

[1261호 / 2014년 9월 1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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