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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 허물없는 음식

부처님 당시 지와까란 의사가 있었다. 그는 부처님의 주치의이자, 북인도 일대에서 가장 유명한 의사로 명성이 자자했다. 당시 사람들은 지와까에게 진료를 받기 위해 출가하는 사람도 적지 않았을 정도였다고 경전은 전한다. 오늘날과 같은 의료 혜택을 받지 못했던 시대의 이야기이지만, 얼마나 의료 환경이 열악했는지를 미루어 짐작해 볼 수 있는 에피소드이기도 하다.

음식 속 허물 유무
사람의해 좌우 돼
맛 탐착 않는 것이
음식 즐기는 방법

지와까는 부처님을 자주 뵙고 건강상태를 체크해 왔기에, 그만큼 부처님과 대화를 나눌 기회도 많았던 것 같다. 그래서 경전에서는 부처님께서 지와까를 대상으로 가르침을 주신 경전들이 전하고 있다. 그 가운데 하나가 지와까경(J-I vakasutta)이다. 이 경전에서는 허물없는 음식에 대한 가르침이 나온다. 음식에 허물이 있다거나 혹은 없다거나 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음식을 대접받는 출가 수행자의 마음가짐에 대한 가르침이다. 경전의 내용을 보면 다음과 같다.

“‘장자나 장자의 아들이 나에게 훌륭한 음식을 대접하는 것은 고마운 일이다. 아! 장자나 장자의 아들이 앞으로도 나에게 훌륭한 음식을 대접하길 바란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는 이와 같이 생각하지 않으므로, 그는 음식에 탐착하지 않고, 매혹되지 않고, 잘못을 범하지 않고, 위험을 보고, 여읨을 알아서 그것을 먹습니다. 지와까여, 그대는 어떻게 생각합니까? 이 때 그 수행승은 자기를 해치려 생각한 것입니까, 남을 해치려 생각한 것입니까, 또는 둘 다를 해치려 생각한 것입니까.”(Majjhima nika-ya, J-I vakasutta 중에서)

허물이 없는 음식과 허물이 있는 음식이란 무엇인지를 경전에서는 명확하게 제시하고 있다. 말하자면 음식에 허물이 있는 것이 아니라, 음식을 받는 사람으로 말미암아 허물없는 음식도 되고, 허물있는 음식도 된다는 것이다.

부처님께서는 공양을 받되 공양이 마음에 든다고 반색하지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불쾌해 하지도 말라고 하신다. 다만 공양을 감사하게 받고, 그것의 맛을 충분히 음미하며 음식을 먹되, 맛에 탐착하여 ‘좋다’, ‘싫다’라는 생각을 짓지 말라고 가르치신다. 맛을 충분히 음미한다는 것은 음식을 급하게 먹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음식을 급하게 먹게 되면 음식의 맛을 음미하지 못함은 물론, 자신의 양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과식을 하거나, 먹기 위해 먹는 잘못된 습관을 갖게 되기도 한다.

위의 경문은 물론 그 외의 부처님의 식사와 관련된 가르침은 오늘날 수행자가 아닌 일반인에게도 음식에 대한 바른 관점을 갖는데 좋은 지침이 된다. 맛에 탐착하는 마음이 강하면 강할수록, 우리는 음식으로 인해 기뻐하고 분노하는 경향을 갖기 쉽다. 음식을 욕망을 채우고 실현하는 수단으로 삼을 것인지, 아니면 건강한 삶을 영위하기 위한 방편으로 삼을 것인지에 따라 우리의 마음가짐도 달라질 것이다.

우리가 맛에 탐착하지 않고 맛을 음미하게 되면, 음식 고유의 맛을 충분히 느낄 수 있게 된다. 음식에는 음식에 따라 고유의 맛이 있다. 그 맛은 우리 미각을 통해 ‘맛있다’, 혹은 ‘맛 없다’라는 판단이 일어나는 것이지, 음식 자체가 맛이 있고 없는 것은 아니다. 문화권마다, 사람마다 맛에 대한 기호가 다 제각각인 것은 맛이라는 것이 음식에 대한 습관과 경향성에 기인하는 바가 크기 때문이다. 이 말은 맛이란 우리가 경험을 통해 갖게 된 선입견과 그에 대한 기대심리에 따라 좌우된다는 것이다. 그러니 맛에 탐착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음식을 맛있게 먹는 훌륭한 방법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이필원 동국대 연구교수 nikaya@naver.com

[1262호 / 2014년 9월 2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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