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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명상일지

기자명 인경 스님

일상서 일어나는 문제행동 정밀평가 필요해

명상일지는 일상에서 명상을 일지형식으로 기록하는 것을 말한다. 명상일지를 작성함으로써, 자신의 명상을 스스로 점검하고 통찰의 힘을 배양하는데 목적이 있다. 물론 반대로 내담자에 따라서 부담감을 가질 수도 있기에 배려도 필요하다. 매일 기록하는 관찰일지처럼 기록해도 되지만, 여기에는 일정한 형식이 있다.

활동지 형식으로 감정 작성해
생각을 결과물로 산출시켜야
일상 속의 일지 작성 훈련은
본인 통찰 힘 배양할 수 있어

인지행동치료에서는 상담을 끝낸 내담자에게 ‘활동지’라는 과제를 부과한다. 이것의 대표적 구성은 선행사건(A), 믿음(B), 결과(C), 논박(D), 효과(E)로 알려져 있다. 선행사건(A)은 정서적인 결과(C)에 관련된 사건이다. 이를테면 내가 지금 화가 난 것은 ‘그가 나를 무시했다’는 믿음(B)에 있고, 그래서 ‘감히 내게 그럴 수 있느냐!’ 면서 씩씩거리는 것이다. 인지행동에서는 상황에 대한 생각이나 판단, 혹은 신념에 의해서 ‘화’라고 하는 정서적인 결과가 발생된다. 대부분 일반 사람들은 내가 화난 것은 그의 모욕적인 언어와 행동, 사건 때문이라고 믿는다. 인지행동치료에서는 행동이나 사건(A)보다는 그것에 대한 해석이나 판단에 대한 믿음(B)이 ‘화’라는 정서적인 결과를 산출해낸다고 보는 것이다.

그렇다면 상담자는 어떻게 이런 내담자를 도울 수 있을까? 일단 그가 ‘내담자를 무시하지 않았다’는 증거를 제시하는 것이다. 내담자의 믿음과 반대되는 증거를 제시하는 것을 논박하기(D)라고 한다. 논박를 통해서 내담자의 믿음을 수정하거나 그에 따른 정서적인 결과를 감소시킬 수가 있다. 이를테면 앞의 사례에서, 무시하는 어투는 내담자에게 한 게 아니고 다른 동료를 향한 말이었다는 증거를 제시한다면, 내담자는 확실하게 자신이 오해했음을 시인할 것이다. 그럼으로써, ‘그가 나를 무시했다’는 믿음은 잘못됐고 ‘그는 나를 무시하지 않았다. 내가 그를 오해했다.’는 새로운 믿음으로 대체 된다.

인지행동에서는 이런 사례가 일상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날 수 있기에, 이럴 때마다 ABCDE 활동지를 작성하게 한다. 이것을 계속 작성하게 되면 내담자는 자신이 어떤 생각이나 믿음에 자주 집착하고, 점점 논박하기를 잘 해낼 수 있게 되면서, 효과적으로 현실에 적응하는 기술을 익히게 된다. 더구나 상담자는 내담자의 활동지를 통해 내담자의 일상에서 일어나는 문제행동을 더욱 정밀하게 평가하고 점검해 줄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

명상을 기초로 하는 상담에서도 마찬가지로 명상일지를 내담자에게 작성하도록 하면, 도움이 된다. 일단 인지행동치료의 활동지를 참조하고, 불교적 관점에서 유식심리학에 이론적인 기초를 두면서, 여기에 명상적 요소를 첨가한다면, 좋은 방식의 명상일지를 제시할 수 있다.

유식심리학에서 가장 유용한 심리적인 분석틀은 변행심소(遍行心所)다. 변행심소란 8식을 포함한 모든 마음에서 일어나는 마음현상을 말한다. 여기에는 ‘접촉(觸), 작의(作意), 감정(受), 생각(想), 갈망(行)’ 다섯 가지의 요소로 구성된다. 여기에다 명상 요소를 첨가하면 되겠다.

‘접촉’은 인지행동과 동일하게 선행하는 사건과의 접촉으로 이해한다. 선행사건에 대한 간단한 줄거리를 신문기사처럼 작성하게 한다. 그런 다음 ‘작의’를 기술하게 되는데 작의는 마음이 크게 일어난 경우, 신경이나 주의가 끌리는 것을 말한다. 선행 사건에서 주의가 가거나 신경이 쓰이는 요소를 말한다. 사건이란 일종의 다양한 동영상인데 그 가운데 끌리는 하나의 장면을 선택하게 된다.

그런 다음 선택된 사건에서, 내담자가 강력하게 반응하는 장면에서 어떤 감정을 느끼고, 그때 어떤 생각을 했는지, 그리고 그 순간에 무엇을 누구에게 원했는지를 살펴보고 기록 한다. 그 다음 명상적인 요소를 결합한다. 이 사건에 대해서 어떻게, 어떤 명상을 했는지 기술하게 한다. 이점이 인지행동치료적 관점과 가장 크게 차이가 난다. 곧 논박하기를 하지 않고 그 감정이나 생각, 그리고 갈망을 존재하는 그대로 지켜보기를 선택한다는 점이다. 물론 명상의 종류는 매우 다양한 관계로 상담자의 지침이 필요하다. 이렇게 명상을 끝내고 당시의 행동을 어떻게 했고, 다음에는 어떻게 행동할지를 적어본다. 마지막으로는 명상일지를 쓴 소감을 적는 것으로 맺음을 짓는다.

인경 스님 명상상담 연구원장 khim56@hanmail.net

[1263호 / 2014년 10월 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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