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5. 거울
85. 거울
  • 이필원 박사
  • 승인 2014.10.14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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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은 대상을 있는 그대로 비춘다. 그런데 거울에 금이 가거나, 얼룩이 지거나, 다른 무엇인가를 붙여 놓으면 대상이 왜곡되거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비추지 못한다. 예부터 현인들이 우리 인간의 심성을 거울에 비유한 것은 이 때문이다. 내가 색안경을 쓰고 세상을 바라보면 안경 색깔에 따라 세상이 다르게 보인다. 하지만 세상은 색안경 때문에 결코 달라지지 않는다. 다만 세상을 바라보는 그 사람의 인식이 그렇게 색안경에 의해 왜곡될 뿐이다. 그런데 이것을 알지 못하게 되면 자신이 바라보고 있는 세상이 옳은 것이고, 전부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다른 사람이 보는 세상은 잘못된 것이라는 견해에 사로잡히게 된다.

마음씀씀이 다듬는
세밀한 점검 필요해
거울 통해 단장하듯
내 마음도 성찰해야


이러한 잘못된 견해가 일단 자리 잡게 되면 그 사람은 자신의 잘못된 견해를 바로잡으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게 되고, 오히려 다른 사람들을 질책하며 자신과 같이 색안경을 쓸 것을 요구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으로까지 전개되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잘못된 견해는 대상을 왜곡할 뿐만 아니라, 바른 노력을 방해하여 자신의 향상과 다른 사람의 진보에 커다란 장애가 되기에 쉽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늘 내가 어떤 색안경을 쓰고 상대를 대하는지, 세상을 바라보는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성찰해야 하는 것이다.

경전에는 마하목갈라나 존자가 거울의 비유를 통해 다른 비구스님들께 가르침을 설한 내용이 전한다. 그 대략적인 내용을 보면 다음과 같다.

“예를 들자면 마치 장식을 좋아하는 어리고 젊은 여인이나 남자가 깨끗하고 밝은 거울이나 대야에 담긴 맑은 물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들여다보면서 얼굴에 더러운 것이나 때가 묻은 것이 있으면 그것을 지우기 위해 몇 번이나 얼굴을 닦아내고, 반대로 더러운 것이나 때가 묻지 않았음을 확인하면 ‘참으로 다행한 일이다. 내 얼굴은 깨끗하다‘ 하며 만족해하는 것과 같습니다. 이와 같이 벗들이여, 수행자는 자기 자신을 성찰하면서 악하고 해로운 법들을 제거하고 선하고 유익한 법들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정진하여야 합니다.”(Majjhima-nika-ya,  Anuma-na sutta 중에서)

우리는 하루 중 한 번 정도는 거울을 본다. 다른 사람을 만나기 전에 자신의 모습을 점검하기 위해서이다. 여기서 다른 사람이란 불특정한 다수를 포함한다. 그들에게 비치는 모습을 거울을 통해 미리 점검하여 자신이 보여주고 싶은 모습을 하기 위해서이다. 거울과 같이 나를 비추는 것이 없으면 나는 나를 결코 보지 못할 것이다. 그러면 내가 타인에게 어떤 모습으로 비추어지는지 알 수 없게 된다. 그러나 다행히도 우리는 거울을 통해 나의 모습을 샅샅이 체크해 볼 수 있다.

그런데 우리에겐 겉으로 들어난 모습 말고도, 다른 사람에게 비추어지는 모습이 또 하나 있다. 그것이 바로 마음씀씀이 이다. 우리는 늘 마음을 어떤 형태로든 쓰며 산다. 그런데 그 마음이 어떻게 드러나는지에 대해서는 거울을 통해 겉모습을 체크하듯이 면밀하게 점검하지 않는다. 내 마음이 욕망에 찌들어 있지는 않은지, 악한 성향에 물들어 있지는 않은지, 분노에 사로잡혀 있지는 않은지 등등을 세밀하게 점검할 때, 우리는 자신의 마음씀씀이를 가다듬을 수 있다. 마치 거울을 통해 모습을 단정히 꾸미듯이. 이렇듯 자신의 마음을 되돌아보고, 점검하는 것을 ‘성찰’이라고 한다.

하루에 적어도 한 번 거울을 보듯이, 적어도 하루에 한 번은 내 마음을 성찰해 볼 때 마음이 함부로 날뛰는 것을 통제할 수 있는 힘이 생겨날 것이다.

이필원 동국대 연구교수 nikaya@naver.com

[1265호 / 2014년 10월 1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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