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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 시립합창단 찬송가 공연에 잇따라 사과

  • 교계
  • 입력 2014.10.24 11:31
  • 수정 2014.10.30 19:51
  • 댓글 29

시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시립합창단이 잇따라 찬송가를 공연하거나 기획해 해당 지자체가 불교계에 사과와 재발방지를 약속하는 등 곤욕을 치르고 있다. 2010년 본지의 ‘지자체 합창단 선교활동 점입가경’ 보도 이후 주춤했던 찬송가 공연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대구시 합창단 지휘자 사표수리
종교편향 공연에 대한 책임물어
“단장임용시 서약받겠다” 약속
속초시도 찬송가 기획했다 사과
교계 “세금으로 특정 종교 선교
이제는 뿌리 뽑아야” 강력 대응

최근 잇따른 찬송가 공연으로 물의를 일으킨 이기선 대구시립합창단 상임지휘자가 결국 사임했다. 대구시는 10월17일 “대구시립합창단의 종교편향 공연에 대한 책임을 물어 이기선 상임지휘자의 사표를 수리하고, 최재욱 단무장의 보직을 변경했다”고 밝혔다. 사건의 발단은 10월 7~11일 대구시민회관에서 대구시 주최로 열린 ‘제1회 대구합창대제전’에서 비롯됐다. 5개 단체가 하루씩 돌아가며 공연을 한 대구 합창제전에서 참가 단체들은 모두 찬송가와 가스펠 등 특정종교를 찬양하는 노래를 공연했다.

10월7일 대구시의 초대로 합창제전에 참석했던 동화사 스님들이 인천시립합창단의 찬송가 공연에 항의해 퇴장했다. 교계 안팎에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면서 논란은 확산됐다. 대구시는 즉각 동화사를 방문해 해명과 사과의 뜻을 전달했다. 그러나 10월8일 원주시립합창단, 10월9일 안산시립합창단, 10월10일 대전시립합창단 공연에서도 찬송가가 계속해 연주됐다.

더욱이 잇따른 찬송가 공연으로 대구시로부터 경고조치를 받은 대구시립합창단마저 이번 합창제전에서 ‘Little Tree(작은 나무)’와 ‘Oculi Omnium(모든 눈이)’, ‘At the River(생명수 강가에서)’ 등 찬송가 3곡을 무대에 올렸다. 이에 대구불교총연합회 등 대구 불교계는 대구시립합창단의 관리감독과 재발방지 등을 약속했던 대구시와 대구시민회관 등을 강하게 비판하며 이기선 지휘자 경질과 합창단 해체를 요구했다.

대구시는 공문을 통해 “앞으로 임용되는 예술감독과 관장들에게 ‘종교편향 공연을 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받겠다”며 “지난 8월 구성한 ‘종교편향 예방 자문회의’를 매분기 정례적으로 개최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오페라 합창 비중을 확대해 종교편향 공연 소지를 차단하고 △시립예술단의 공연계획을 외부전문가가 검토하도록 할 것이며 △외부 예술인이 종교편향 행위를 할 경우 최대 5년간 대구시 주최 행사에 초청을 금지하겠다고 약속했다.

속초시(시장 이병선)는 송년연주회를 앞두고 속초시립합창단이 찬송가를 대거 선곡해 파문이 확산되자 서둘러 사과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했다.

속초시립합창단은 연말 공연예정인 송년연주회에서 ‘Kyrie(자비송)’, ‘Gloria(영광의 찬가)’, ‘Sanctus(감사송)’, ‘Benedictus(즈카르야의 노래)’, ‘Agnus Dei(하느님의 어린 양)’ 등 찬송가 5곡을 무대에 올릴 예정이었다. 이에 대해 합창단원 일부가 “속초시민을 위한 송년음악회에 찬송가를 부르는 것을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송은희 지휘자는 “(하느님의 어린양 등) 1부의 선곡된 곡을 부르지 않으려면 무대에 서지 말라. 그것이 (불자로서) 소신 있는 행동이 아니냐”고 말했다.

이 같은 내용을 접한 속초 신흥사(주지 우송 스님)는 즉각 공문을 통해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신흥사는 “세금으로 운영되는 속초시립합창단에서 특정종교 관련 곡을 선정한 것과 이를 지적하는 합창단원에게 탈퇴를 요구한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다”며 “이병선 속초시장에게 이번 사건이 속초시의 공식입장인지 확인하겠다”고 속초시립합창단의 종교편향 행위를 비판했다.

파문이 확산되자 속초시는 10월23일 신흥사에 담당관을 파견해 합창단 논란에 대해 머리를 숙였다. 김남한 속초시 교육문화체육과장은 “연주회 곡 선정 시 특정종교에 치우치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사전에 충분한 협의를 거치겠다”며 “기관·단체 간의 지속적인 업무연찬과 교육을 실시해 이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공직자의 종교편향 방지를 위한 업무처리지침을 준수해 관리·감독에 철저히 하겠다”고 거듭 약속했다.

신흥사는 속초시청의 즉각적인 사과에 따라 경고조치를 하는 선에서 논란을 마무리 짓기로 했다. 신흥사 기획국장 지상 스님은 “속초시청의 진심어린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을 받고 일을 마무리 짓기로 했다”며 “그러나 약속한 내용이 지켜지는지 예의주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본지는 일부 지자체 합창단이 연말 송년음악회에 찬송가 공연을 기획하고 있다는 제보에 따라 관련 내용을 확인해 보도할 계획이다.

김현태 기자 meopit@beopbo.com   
임은호 기자 eunholic@beopbo.com
 

[1267호 / 2014년 10월 2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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