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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현재에 접촉하기

기자명 인경 스님

삶은 현재 시점에서 경험하며 느껴가는 것

우리는 현재에 접촉하면서 살지는 않는다. 무엇인가 부지런히 일을 하지만, 생각은 언제나 과거의 특정한 사건에 사로잡혀있거나 미래의 수많은 계획 속에 서 있다. 그렇다보면 현재의 생생한 경험을 놓치게 된다. 설사 현재를 경험한다고 하더라도 개념적으로 피상적 경험에 머물 뿐, 다시 미래를 향하거나 과거에 잡혀있게 된다. 현재를 산다고 하는 것은 온전하게 경험에 접촉하여 그 경험을 현재의 시점에서 충분하게 느낀다는 의미이다.

소유하고 버리는 소비양식은
삶도 일회성으로 변하게 해
상태 벗어나기 위한 명상은
내적 고립감 이겨낼 수 있어

현재에 접촉하기 위해서 필요한 전략이 바로 명상이다. 명상이란 현재의 순간에 주의를 집중하여 그것에 대해서 어떤 판단도 보류한 채로 충분하게 경험하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의 경험내용을 좋다거나 나쁘다거나 하는 판단 없이 존재하는 그대로 충분하게 자각한다는 것이다. 먹기 명상은 이런 점을 잘 깨닫도록 기획된 명상이다. 한번은 평상에서 먹던 대로 먹는다, 다음 한번은 알아차림을 가지고 먹는다. 그런 다음에 이들 경험에 대한 차이점을 나눈다. 그러면 어떤 이야기들을 할까?

“한 번도 느끼지 못한 음식의 맛을 충분하게 느낄 수가 있어요.”, “무엇인가를 먹을 때 항상 정신이 없었는데, 마음이 차분해져요.”, “평소에 음식습관이 얼마나 빠른지 알겠어요.”, “알아차림이 없는 경우는 늘 다른 생각에 빠져서 음식을 먹고 있어요.” 

다른 사례를 들어보면, 아주 바쁜데 사무실에서 전화벨이 울린다. 그러면 우리는 어떤 반응을 할까? 받지를 않거나, 전화를 받더라도 마음은 급하고 짜증이 날 수가 있다. 우리는 그 전화벨 소리 자체를 충분하게 경험하지 못한다. 전화벨소리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전화벨 소리를 통해서 전달된 정보와 그 의미가 더 중요하다.

이 순간에 명상을 한다면 어떨까? 전화벨 소리를 그 자체에 집중하여 충분하게 그 소리를 듣는다면 어떨까? 그는 천천히 일어나서 전화를 받고 마음은 급하지 않을 것이고, 그 만큼 스트레스는 덜 받지 않을까? 그는 소리에 충분하게 깨어있고, 자신의 마음 상태를 잘 자각하고 있다. 물론 항상 이렇게 살수는 없지 않겠지만, 그래도 우리 일상의 삶은 너무나 바쁘고 과도한 빨리빨리 문화가 지배하면서 마음은 늘 산란하고 편하지가 않는 것도 사실이 아닌가?

우리의 일상, 특히 사업하시는 분들의 삶은 모든 것들을 일사분란하게, 재빠르게 일 처리하는 것을 미덕으로 알고 있다. 이런 삶은 일의 성취가 중요하고 생산성을 높여서, 회사의 재정구조를 개선하는데 모든 것들이 맞추어져 있다. 이런 삶의 양식을 행위모드(Doing Mode) 혹은 소유양식(Having Mode)이라고 부르곤 한다. 행위모드는 ‘알아차림 명상에 기반한 인지치료(MBCT)’에서 사용한 용어이고, 소유양식은 E.프롬(Erich Fromm)이 현대사회를 진단하면서 사용한 표현이다.

현대 자본 사회는 무엇인가를 소유하기 위한 무한한 행위들을 하게 된다. 그러나 이런 행위는 사실상 소유하고 버리는 소비양식이다. 자동차도 그렇고 음식도 그렇게 소비의 대상이다. 한번 사용하고 곧 버리는 어쩌면 우리 삶은 일회성이 되어 버렸다. 우리 자신도 거대구조 속에서 소비재가 되어 버린 느낌이다. 이런 사회에서 현대인들은 고립감과 함께 끊임없는 소외감에 불안과 우울증을 경험하게 된다. 이것은 우리 자본사회의 병리적 특징들이 아닌가 한다.

이런 병리적 상태에서 벗어나는 길, 그 중심에는 명상이 있다. 명상은 무엇인가를 생산하지 않는 까닭에 자본사회에서 배척받을 수도 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명상은 바쁘고 지친 이들에게 자본 생산보다 더욱 중요한 가치를 제공한다. 그것은 현대인에게 숨을 쉴 공간을 주면서 여백을 즐기게 하고, 현재의 삶을 생생하게 있는 그대로 느끼게 함으로써 고립감을 이겨내고 하고, 일상에서 자주 경험하는 스트레스를 직접적으로 감소시킴으로써 행복감을 준다. 명상은 이제 우리에게 삶의 필수품이 되었다.

인경 스님 명상상담연구원장 khim56@hanmail.net


[1270호 / 2014년 11월 1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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