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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50대에는 무엇을 할까?

기자명 하림 스님

어제 신도 몇 분과 차를 마셨습니다. 매주 경전공부 하시는 분들이었습니다. 요즘 절은 한참 불사가 진행돼 시끄러운 소리를 피해 찻집으로 갔습니다. 따뜻한 생강차 한잔은 함께 한 사람들의 가슴에도 전해져 금방 훈훈한 기운이 감돕니다.

정신없이 보낸 시절 후
남편·자식들 떠나면
삶에 대한 고민 밀려와
엄마들 새 꿈 돕고싶어

무슨 이야기를 할까 하다가 전날 밤 TV에서 본 ‘설레임’이라는 말을 떠올렸습니다. 오랜만에 듣는 반가운 어휘였습니다. 자신을 설레게 했던 일에 대해 대화하기로 했습니다. 어떤 이는 자식이 결혼을 준비하면서 며느리가 될 사람이 ‘아버님’하고 다가오는 것이 너무 즐겁다고 합니다. 가끔 안부 문자가 기다려진다고 합니다.

어떤 이는 남을 위해 상담을 하는 일이 아무리 해도 피곤하지 않고 힘이 난다고 합니다. 혹 이분은 관세음보살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문득 듭니다. 관세음보살은 아무리 힘든 소리라도 자비로운 마음으로 잘 들어주는 분이기 때문입니다.

또 다른 분은 가족이 불교 명상공부를 하면서 서로 소통하고 이해해가며 앞으로 삶의 목표를 함께 세워나갈 수 있는 것이 너무 설레고 행복하다고 합니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서  저마다 설레임을 경험하는 것이 모두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옆에서 보기엔 ‘왜 저렇게 힘들게 살까’라고 보이는 일들이 당사자들에게는 삶의 활력이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전까지 남의 행복과 불행을 내 기준으로만 봤던 것이 아니었나라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저도 축구를 좋아하는데 많은 분들이 제가 축구하는 것을 걱정합니다. 안 그래도 힘들어 하면서 왜 축구를 하냐고 말이지요. ‘그 기운이 있으면 다른 것을 열심히 하지’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런데 저는 축구가 너무 좋습니다. 내일 축구 시합이 잡히면 밤새 잠을 설칩니다. 새벽에 일찍 깨서 그 시간이 기다려지고 설레게 됩니다.

이제 며칠 있으면 저도 50이 됩니다. 50이 되면 어떨까 생각을 많이 하게 됩니다. 그런데 저는 많이 기다려집니다. 그때부터 50대 축구 시합에 출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마치 소풍을 기다리듯 50대가 언제 오는가를 기다립니다. 그런데 아마도 이것은 철없는 생각이겠지요.

50대 중반쯤으로 보이는 분들에게 어떠시냐고 물었습니다. 정신없이 보내던 시기가 끝나고  이제 어떻게 살아야 할지 진심으로 고민하게 된다고 하십니다. 남편도 예전처럼 손길을 기다리지 않고 자식들도 이젠 자기 갈길 갑니다. ‘엄마 이젠 내가 알아서 할께요’라는 말이  엄마를 슬프게 만듭니다. 나의 손길을 바라고 나만 쳐다보던 식구들이 이젠 나의 손길을 피합니다. ‘그럼 이젠 엄마가 무슨 역할을 해야만 하지?’ 스스로의 존재감에 상처를 받게 됩니다. 또 스스로 삶의 희망을 잃어버리게 됩니다. 희망이 없다는 것은 생명에 기운이 없는 것과 같습니다. 이젠 50대 엄마들에게도 꿈을 찾는 작업이 필요할 때인 것 같습니다. 꿈은 내가 가장 원하는 것입니다. 어릴 때는 그저 감각적으로 원하는 것이었다면 50대에는 좀 더 성숙된 꿈이 될 것입니다. 좀 더 인간의 근원에 다가가는 원함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런 엄마와 아빠들이 작은 그룹으로 모여서 자신의 꿈과 희망을 함께 찾아가는 모임들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서로 소중한 꿈을 찾아가는 중년의 모임들이 많아져서 함께 노년을 아름답게 만들어가는 세상을 보고 싶습니다. 저도 그 길에 함께 해야 할 때라서 더 기다려집니다. 그것을 생각하니 다시 설레게 됩니다. 고맙습니다.

하림 스님 whyharim@hanmail.net

[1273호 / 2014년 12월 1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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