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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호병 [끝]

원문: 僧問雲門하기를 如何是超佛越祖之談입니까 門云하기를 胡餠이다.
번역: 어떤 스님이 운문선사에게 질문을 했다. “무엇이 부처를 초월하고 조사를 뛰어넘는 말씀입니까?” 운문선사가 대답했다. “호떡이다.” ‘벽암록’

중생 배고프면 밥 주고
고통 덜어주는 게 불법

임금도 백성 먹고 사는
일상사 떠나 존립 불가
 

운문 문언(雲門 文偃: ?~949)선사는 중국 선종의 5가7종 가운데 임제종과 쌍벽을 이루는 운문종의 종조이다. 운문사는 광동성(韶州) 운문산에 당말오대의 남한왕(南漢王) 유엄이 절을 지어 운문선사를 모시고 개산한 선찰이다.

운문종의 종풍은 제자를 가르치는 언어가 독설과 역설적이고 간단명료하다는 것이다. 단칼에 권위와 우상을 끊어버리는 명쾌한 가풍이 있다. 예를 들면 제자가 “부처란 무엇입니까?” 하고 묻는 질문에 답하기를 “마른 똥막대기다(간시궐)”라고 하였다. 상식을 초월한 언어이다.

그의 설법은 파격적이고 독설이다. “아기 부처님이 태어나면서 천상천하 유아독존이라고 하였는데, 내가 당시에 그 장면을 목격했더라면 그를 때려죽여 개의 먹이로 주었을 것이다.” 임제선사의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이고 조사를 만나면 조사를 죽인다”는 살불살조의 극단적인 언어를 뛰어넘는다. 부처를 초월하고 조사를 뛰어넘는 초불월조(超佛越祖)의 선적인 기개가 나타난다. 충천대장부는 부처가 가는 길도 따라가지 않고 홀로 자신의 길을 간다. 그것은 자기가 바로 부처이기 때문이다. 중생이 곧 부처이고, 내 마음이 곧 부처인 것이다.

본문에 나오는 ‘운문의 호떡’은 ‘운문록’이나 ‘조당집’에도 나오는 유명한 화두 공안이다. 어떤 스님이 운문선사를 찾아와 “부처와 조사를 초월하고 능가하는 일전어(一轉語)를 말하라”고 쪼으고 있다. 불가에서 부처와 조사의 말씀(깨달음의 지혜)을 능가할 수 있는 소식이 있을 수 있겠는가? 그러나 운문선사의 대답은 명쾌했다. “호떡이다.” 청천벽력이고 황당무계한 대답이다.

‘왜? 호떡이 부처와 조사를 능가하고 초월할 수 있는가?’ 이렇게 ‘시심마’하는 것이 간화선의 화두 공안이다. 조사들의 선문답은 긴 말이 필요 없다. 한 마디로 약축하고 상징된 말로서 나타낸다. 화두 속에 담긴 깊은 뜻을 알고 모르는 것은 묻는 사람의 깜냥이다. 스스로 깨달아 무릎을 치면서 마음으로 계합하는 것이다. 조사의 선문답은 제자를 깨달음의 길로 인도하기 위하여 창안한 고도로 축약된 교화 프로그램이다.

선어록에 보면 선문답의 소재로 쌀, 보리, 무우, 삼, 호떡, 똥덩어리 등과 같이 농경사회에서 의식주와 일상생활과 관계가 있는 것들이 자주 등장한다. ‘청원선사의 여릉의 쌀값’, ‘조주선사의 진주의 무우’, ‘동산선사의 마삼근’ 등이다.

과거 농경사회나 현재 산업사회, 정보화 사회에서 민초들의 화두는 빵이다. 호떡이다. 요즘 말로하면 복지다. 무상급식, 누리과정 등 복지정책이 정치인과 정권의 생명을 좌우하고 있다. 국민이 먹고 사는 일이 국가의 대사이고 인간의 삶에 있어서 근본이다.

조사께서는 “잠이 오면 잠을 자고, 배가 고프면 밥을 먹는 것이 신통이고 불법이다”고 하였다. 잠 잘 자고 밥 잘 먹는 것이 기적이고 불사 가피이다. 밥을 못 먹으면 재벌 회장도 세상에서 퇴출이다. 중생의 배가 고프면 호떡을 입에 물려주고, 고통을 받고 있으면 고통을 덜어주는 것이 불법이다. 나라님이나 부처님도 백성들이 먹고 사는 일상생활을 떠나서는 존립할 수 없다.

서민들은 배가 고파도 밥을 못 먹고 있다. 일부 종교지도자는 배부르고 있다. 여의도 국회는 종교지도자의 세력이 선거 때 두려워 종교인 과세를 미루고 있다. 서민의 고혈을 빠는 과세는 문제가 있다.

2년 동안 성원해주신 독자 여러분께 감사의 인사를 드리며 ‘김형중법사의 대장경 속 명구’를 마무리한다.

김형중 동대부중 교감·문학박사 ililsihoil1026@hanmail.net

[1275호 / 2014년 12월 2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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