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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은 가명, 진짜엔 이름 못 붙여 이름 붙인 모든 것은 속된 것일 뿐

한 분은 이근으로 원통하고 한분은 마음으로 통문(洞聞)하신다. 늙은이 감산의 분상(分上)에서는 저 허공이 눈썹과 결합되어 끊임없이 설법하는 것을 삼라만상이 모두 듣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세분 보살 대사님들이 한바탕 허깨비 춤을 춘 것이고 자백 대사가 이렇게 말한 것도 갖다 붙일 곳이 없게 된다. 바로 여기에서 꿰뚫어낼 수 있어야 비로소 ‘통문’이라고 불러줄 수 있다.

생사열반 모두 어젯밤 꿈
명자 붙인 건 꿈속 잠꼬대
모든 존재 꿈임을 관하면
부처님 법 항상 나타날 것

당주에게 천향에서 무은으로 자를 바꾸어서 준 이야기

당주인 명계(明桂)의 옛날 자는 천향(天香)인데 해인노인(海印老人)에게 바꾸어 달라고 청하였다. 그것이 속세에 가깝다는 이유에서였다.

노인이 웃으면서 대답하였다. “이름은 가명입니다. 더구나 진짜에게는 이름 붙일 수 없습니다. 그러니 이름 붙일 수 있는 모든 것은 속된 것일 뿐입니다.” 이에 이야기를 끝내고 돌아갔다. 어느 날 우연히 방장실로 찾아와서 말하였다. “제자가 지난밤에 스님께 자를 바꾸어주는 꿈을 꾸었습니다.” 바꾼 자가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어찌하여 잊어버리셨습니까?” 하였다.

노인이 다시 크게 웃으면서 말하였다. “생사와 열반이 다 어젯밤 꿈과 같은 것입니다. 그러니 명자를 붙이는 것은 다 꿈속에서 잠꼬대하는 것입니다. 모든 존재가 꿈같은 것임을 잘 안다면 모든 명자와 언어가 꿈속의 일 아닌 것이 없습니다. 모든 존재가 꿈같은 것이라고 관할 수 있다면 부처님의 법이 항상 눈앞에 나타날 것입니다.”

이에 새로 자를 지어서 무은(無隱)이라고 하였다. 이 의미가 눈앞에 분명해지기만 하면 육근으로 상대하는 것이 모두 불사(佛事)가 될 것이다. 또 영운 스님이 복사꽃 피는 것을 보고 도를 깨친 것과 향엄 스님이 대나무에 돌조각이 부딪치는 소리를 듣고 마음을 밝힌 것은 이 모두가 성색문두(聲色門頭)에서 실제로 증득한 것이다.

황산곡 도인이 회당 조심 화상을 의지해서 가르침을 받았는데, 지름길이 있는 곳을 알려달라고 청하였다. 회당 스님이 말하였다. “중니께서 ‘제자들이여. 내가 그대들에게 숨기는 것이 있다고 여기느냐? 나는 그대들에게 숨기는 것이 없느니라’한 것과 같소. 태사(太史)께서는 평소에 이것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공이 주저주저하면서 대답하자 회당 스님이 말하였다. “틀렸소, 틀렸소.” 어느 날 회당 스님을 모시고 산행을 하던 차였다. 이때 바위에서 계수나무 향기가 한창 뿜어나오고 있었다.

회당 스님이 물었다. “목서화의 향기를 맡고 있습니까?” 공이 말하였다. “맡고 있습니다.” 회당 스님이 말하였다. “나는 당신에게 숨기는 것이 없습니다.” 공이 속이 시원해지면서 절을 올렸다. “화상께서 이렇게 노파심이 간절하셨군요.”

이것이 바로 저 속세의 사나이가 향진(香塵)을 따라서 깨달아 들어간 것이다. 당주는 향진을 따라서 깨달아 들어갔다고 말하지 마시라. 그래야만 무은이라는 자를 붙일 수 있을 것이다. 그밖에 무엇을 숨기는 것이 있겠는가.

중니께서 또 말씀하셨다. “나는 그대들과 함께 행하지 않는 것이 없으니, 이것이 공구이니라. 증삼아”

허회라는 자를 지어준 이야기

오대산의 죽림대사(竹林大師)께서 입멸하신 다음해인 무오년에 문인인 대겸(大謙)이 멀리 광산(匡山)으로 찾아와서 나에게 탑명(塔銘)을 지어달라고 청하였다. 공은 경도의 서산에 있는 벽운사(碧雲寺)에서 공부를 하였는데 벽운사는 왕성의 뛰어난 사찰이어서 네 가지가 풍부하다. 첫째는 승가에서 가장 뛰어난 욕락을 향유하는 것이다. 공이 이것을 버리고 얼어붙고 눈 내리는 차가운 바위가 있는 곳으로 가서 선지식을 가까이하면서 불법에 마음으로 침잠하였다. 죽림대사의 문인을 천 명 단위로 백 명 단위로 헤아린다.

박상준 고전연구실 ‘뿌리와 꽃’ 원장 kibasan@hanmail.net

[1299호 / 2015년 6월 2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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