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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건륭이 세계최강 되게 길 닦은[br]청나라 최고의 냉혹한 독재자 ‘옹정’

기자명 이병두

‘옹정제’ / 미야자키 이치사다 지음 / 차혜원 옮김 / 이산

▲ '옹정제'
일본의 아시아사 연구를 세계 학계에 빛나게 한 이른바 ‘교토(京都)학파’의 대표였던 미야자키 이치사다, 그의 글을 좋아하여 국내에 번역 소개된 것은 거의 다 사서 읽는다.

역사를 깊이 공부하지 않은 일반인들도 청(淸)나라 강희(康熙)제와 건륭(乾隆)제 시절에 중국이 정치·군사·문화 부문에서 세계 최강이었다는 사실은 알고 있다. 그러나 이렇게 널리 이름이 알려진 아버지 강희와 아들 건륭 사이의 옹정(雍正)제에 대해서는 거의 모르고 있다. 왜 그랬을까.

저자는 말한다. “강희제는 인자하고 도량이 넓은 군주라는 좋은 평판을 얻었다. 그러나 세상의 평판이라는 것은 실상 믿을 게 못된다. … 여론이란 지식계급 출신의 정치가가 정치는 내팽개쳐 두고 술을 마시고 시문에 흥겨워하면서 그 사이 사이에 발산시킨 귀족적 향기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니 강희에 대한 역사가들의 호평도 100% 믿을 게 아니라는 것이다.

“역사는 경박하게도 종종 그늘에 숨겨진 공로자의 존재를 간과할 뿐만 아니라 비난”을 가하기도 한다. 그래서 옹정이 훨씬 덜 알려졌지만, “옹정제는 관리의 기풍을 단속하고 수뢰의 폐단을 근절하였으며 정계를 숙청하고 탐관오리를 벌주었다. … 그러므로 그 전에 탐욕스럽던 자라도 당시의 풍습에 동화되어 완전히 마음을 바꾸게 되었던 것이다.” 그러니 건륭시대에 청조의 영토가 최대 범위에 도달하고 문화의 꽃을 피운 배경에는 옹정시대에 “민간의 경제력 향상과 풍부한 물자의 축적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저자의 말마따나 제왕만이 갖는 “일반인이 알지 못하는 고뇌”인 “후계자 문제”가 말년의 강희를 짓눌렀다. “군주제 하에서 황자들 중에서 아버지의 뒤를 이어 황제가 되는 자와 그렇지 못한 자 사이에는 비록 형제간이라 할지라도 천양지차보다 더 심한 괴리가 생긴다.” 이 문제를 피하기 위해 후계자를 일찍 정하여 황태자로 책봉하는 방법을 쓰게 되었고, 청나라가 중화제국으로 완전히 정착되는 “강희제 때에 이르자 완전히 중국식을 따라 천자 생전에 황태자를 확실히 정해 두려고 하게 되었다.”

그러나 후계자를 일찍 확정하면 그대로 문제가 많다. “성공한 자에 대한 질투, 권력자에 대한 반감, 이런 것은 어느 사회에나 있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이 문제는 강희 시절에도 예외가 없었고 옹정이 마지막 승자가 되기까지 황실 안에서 숱한 변고를 겪을 수밖에 없었지만, 옹정은 참을성이 대단하였다. “폭탄은 때가 되어서 폭파시킬 때까지는 가만히 품에 안고 소중하게 지키는 것이 제일 안전하다”고 믿으며 기다릴 줄 아는 인물이었다.

그는 흔히 내성적이라는 평가를 받았고, 전형적인 호걸들과 달리 참선을 즐겼다. 사람들은 보통 “내성적인 성격을 나약한 성격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있지만, “실제로는 내성적이고 주의 깊은 성격의 사람이야말로 기(氣)가 강한 편이다.” 그는 형제들과 공공연히 경쟁하기에는 너무 기질이 강하였다. 거기에다가 “더 강한 인간이 되고 싶다는 염원 아래 수양을 쌓았고, 기만당하지 않고 착각하지 않겠다고 조심에 조심을 거듭한 끝에 아주 견고한 콘크리트 요새와 같은 성격이 완성”되었다.

그런 만큼 옹정은 냉혹하였다. “독재군주의 빛나는 권위를 가로막는 것은 추호도 용서해서는 안 된다”는 의식이 강하였고, “자신을 얕보던 형제들에 대한 박해가 시작되었다. 형제들이 완전히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굴복할 때까지 압박을 늦추지 않았다.” 그는 또 밀정[정보] 정치를 최대로 활용한 독재자였으면서도, 거기에 휘둘리지 않도록 “정보 통로를 한 군데로 하지 않고 밀정의 계통을 종횡십자형으로 겹쳐” 놓았으며 “관료 서로가 스파이 역할을 하게 하는” 책략을 구사하였다. 이 대목에서 어느 전직 대통령의 얼굴이 눈에 아른거린다.

이병두 대한불교진흥원 사무국장

[1315호 / 2015년 10월 2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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