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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수행의 시작, 공양간 소임살기

기자명 일운 스님

 
지난 해, 마지막 달력 한 장을 남긴 12월이 끝나갈 무렵 이십대 수행자 두 명이 불영사로 출가를 했습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또 한 명이…. 그렇게 세속의 집을 떠나 불문(佛門)에 들었습니다. 모두는 빨갛게 상기된 얼굴로 부처님 법에 따라 깨달음을 구해 바른 길을 가겠다는 원을 세웁니다. 참으로 기쁜 일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이렇게 스님이 되고자 출가를 하면 행자(行者)로서 대중생활을 잘 할 수 있는지 일정기간을 갖고 두루 잘 살펴봅니다. 세속의 많은 습(習)을 벗고 부처님의 제자가 되기 위한 그릇을 만드는 시간이기도 하지요. 이 때는 지극한 마음으로 하심(下心)을 내어 모든 사람을 공경하고 ‘나다’하는 아상을 내려놓고 다시 태어났다는 마음의 자세를 가져야 합니다.

모든 수행자가 가장 먼저 행자로 일을 하게 되는 공간이 바로 공양간(후원)입니다. 사부대중이 많은 절의 공양간은 흔히 일반음식점의 바쁜 시간대에 볼 수 있는 풍경과 별반 다를 바가 없습니다. 청소를 하고 상차림을 하고 나면 채공(菜供)소임자는 나물을 다듬고 씻고 썰고 무치고 볶는 등 여러 가지 반찬을 만들고 김치 등 저장음식과 밑반찬을 담아냅니다. 어느 정도 반찬을 잘 만들게 되면 다음으로 국을 끓이는 일을 맡게 되고, 마지막 최고참이 되면 밥을 짓는 공양주(供養主)소임을 맡게 됩니다.

절의 규모에 따라 소임이 이보다 더 세분화되기도 하고, 요즘처럼 출가자가 귀한 시절이면 일인다역을 하게도 되지만 대부분의 절에는 오랫동안 공양간의 큰살림을 도맡아 하시는 노보살님이 많은 도움을 주시기도 합니다. 요즘세대들은 출가 전에 공부하고 스펙 쌓기에 바빠서 살림이고 부엌일을 해 본 적이 거의 없으니 일이 힘들고 고달픈 마음에 시시때때로 번뇌 망상에 사로잡힐 때도 있습니다.

수행자가 먹는 음식은 단순히 만드는 조리법에 기교를 부리고 모양을 내고 꾸미는 것이 아니라 한 결 같이 수행정진하고 있는 그 마음을 녹여 담아내는 일입니다.

모든 일에는 단계가 있습니다. 작은 것이 쌓여 큰 것이 되는 이치를 알아야 합니다. 인내하고 차근히 배우고 익힌 모든 경험들이 어느 순간 법의 진리와 하나 됨을 알게 될 때, 그 희열감이란 이루 말 할 수가 없습니다. 도를 이룬다는 것이 어떠한 거대한 성과를 내는 일이 아닙니다. 일상에서 지금에 집중하며 주어진 시간에 최선을 다하는 것, 그로써 지혜를 닦아 자비실천을 하는 것입니다. 반찬을 만들 때는 정성을 다해 공양 받으실 분들의 환한 미소를 떠 올리고, 밥을 지을 때는 항시 부처님께 올리는 지극한 마음과 대중의 건강을 살피며 진언을 외운다면 그것이 더 큰 수행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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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감자 차

 
돼지감자는 생으로 먹는 것보다 말렸을 경우 천연 인슐린 성분이 더 많다. 당 수치를 내려주고 면역력을 키워주며 변비에도 좋아 혈색이 좋아진다고 한다. 초겨울 수확한 돼지감자는 깨끗이 손질한 후 얇게 저며 썰어 볕에 잘 말리고 찌고를 서너 번 한 후 가마솥에서 잘 덖어내 한 번 더 바짝 말리면 훌륭한 돼지감자차가 된다. 연하게 끓여 수시로 물처럼 마셔도 좋고 진하게 우려내 차로 마셔도 좋다.

[1331호 / 2016년 2월 1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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