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무량사 금동아미타불좌상
7. 무량사 금동아미타불좌상
  • 김규보 기자
  • 승인 2016.02.29 13: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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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고 녹이고 탈취한 아미타부처님

 
1989년 7월13일, 부여 무량사. 한낮의 이글거리던 태양이 서산 너머로 사라지고, 으슥한 어둠만이 경내를 배회하던 무렵이었다. 복면을 쓴 두 사람이 인적 끊긴 무량사의 일주문을 넘어왔다. 한 명은 산소 용접기를 들고 있었다. 그들은 한 치의 주저함 없이 경내를 가로질러 주지실로 향했다. 이윽고 주지실 앞에 당도한 그들은 주머니에서 칼을 빼들고는 거칠게 방문을 열어젖혔다. 느닷없이 벌어진 상황에 아연실색하고 있는 주지스님의 손발을 묶고 입은 테이프로 막았다. 곧이어 가지고 온 산소 용접기의 밸브를 개방하자 토치에서 불이 뿜어져 나왔다. 주지실에 있던 금고가 산소 용접기 불길에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1989년, 경내 잠입 괴한들
스님 위협하고 문화재 절도
K씨 검거하고 보살상 회수
아미타불상은 끝내 못 찾아


금고에는 과연 무엇이 보관됐던 것일까. 1971년 무량사 오층석탑 해체보수 작업을 하던 중 1층·3층·5층 탑신에서 고려시대에 만들어진 유물들이 쏟아져 나왔다. 1층에서는 아미타불좌상을 주불로 한 금동삼존불이, 3층에서는 금동보살좌상이, 5층에서는 사리구가 발견됐던 것이다. 무량사는 오층석탑 출토유물 9점을 금고에 보관하고 있었다. 금고를 뜯어낸 그들은 금동아미타불좌상〈사진〉, 금동관음보살좌상, 금동지장보살좌상 등 8점을 꺼낸 뒤 도망쳤다.

이튿날, 주지스님의 신고를 받은 경찰과 문화재청 사범단속반 관계자들이 무량사로 모여들었다. 하지만 수사는 좀처럼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문화재청 담당자는 수사기간 내내 찜찜한 기분을 털어내지 못했다. 스님 행세를 하며 전국 사찰에서 문화재를 훔친 전범이 있던 K씨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는 K씨를 비롯한 전문절도범 일당을 용의선상에 올리고 행방을 추적했으나 결국 검거하지 못했다. 그렇게 12년이 지났다. 무량사 아미타부처님과 관음보살, 지장보살님은 영원히 사라지게 되는 것일까.

2001년 2월 어느 날, 경찰과 문화재청에 한 통의 제보전화가 걸려왔다. 서울 낙원동 소재 골동품상 주인이었다. 어떤 스님이 가게에 들어와 불상 3점을 팔겠다고 말했는데, 거동이 영 수상해 보인다는 것이었다. 이 이야기를 전해들은 문화재청 담당자의 머릿속에 무량사 도난사건이 번개처럼 스쳐지나갔다. 경찰과 문화재청은 골동품상의 협조를 얻어 수사에 들어갔다. 골동품상 주인이 매매업자가 나타났다고 말하자 스님은 장소를 지정해 만나겠다는 뜻을 전했다. 약속장소에 나타난 스님은 가방에서 불상들을 꺼냈다. 금동관음보살좌상, 금동지장보살좌상과 금동보살좌상 등 3점이었다. 무량사의 것들이 확실했다. 잠복해있던 경찰이 신호를 받고 현장을 덮쳤다. 스님은, 아니 K씨는 그 자리에서 검거됐다.

하지만 K씨는 “1989년 12월에 5000만원을 주고 샀다”며 범행 사실을 일체 부인했다. K씨는 특수절도 등 전과가 17범에 이렀으며 당시에도 의료법 위반 등으로 수배 중인 상태였다. 하지만 도난당한 문화재인 것을 몰랐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아 수사는 난항을 겪었다. 회수된 불상 외에 금동아미타불좌상 등 5점의 행방을 끝내 찾을 수 없었던 것은 이러한 이유에서다.

한편 무량사는 회수한 3점을 되찾기 위해 1년 동안 소송 절차를 밟아야 했다. K씨가 장물인지 모르고 매입했다며 민법상 선의취득을 내세웠던 탓에 부득이하게 법원으로부터 소유권을 인정받아야 했기 때문이다. 2001년 10월 소유권 확인 소송에서 승소한 무량사는 곧바로 가환부 소송을 제기, 해를 넘긴 2002년 초에 승소했다. 이에 따라 검찰청에 보관됐던 금동관음보살좌상과 금동지장보살좌상은 무사히 무량사로 돌아올 수 있었다. 이들 두 보살님은 그로부터 14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아미타부처님을 다시 만날 날을 기다리며 쓸쓸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김규보 기자 kkb0202@beopbo.com
 

[1333호 / 2016년 3월 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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