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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자비공양은 평등실천입니다

기자명 일운 스님

지난주에 이어 자비공양에 대해 조금 더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부처님 전생에 관한 일화 중 어느 나라 왕이었을 때의 일입니다. ‘어느 날 왕이 숲 속에 앉아 명상에 잠겨있었다. 그 때, 다급히 비둘기 한 마리가 매에게 쫓겨 왕의 품 안으로 숨어들어왔다. 바로 뒤이어 매가 날아와 왕에게 비둘기가 옷 속으로 들어가는 걸 보았으니 내 놓으라고 하였다. 왕은 매를 향해 “어찌 힘없고 약한 비둘기의 목숨을 없애려고 하느냐 살아있는 생명은 모두 소중한 것이다. 그러니 돌아가서 다른 먹이를 찾아보아라”고 하셨다. 그러자 매는 항의했다. “비둘기 목숨만 소중하고 저는 굶어 죽으란 말입니까? 그럼 제 목숨은요?” 왕은 “그러면 비둘기를 대신하여 내 살을 그만큼 떼어주겠다”하시고는 엉덩이 살을 한 덩어리 떼어 주셨다. 매는 비둘기와 똑같은 무게의 살을 달라며 저울을 준비해서 한 쪽엔 비둘기를 올려두고 반대편에는 왕의 엉덩이 살을 올렸다. 헌데 저울은 비둘기 쪽으로 기울어졌다. 이번엔 팔을 잘라 올렸다. 역시나 비둘기가 무거웠다. 왕은 자신 모두를 올려놓았다. 그제서야 똑같아졌다.’

순간 모든 생명 있는 존재의 가치에 대해 깨달으셨고, 살신성인을 행하심으로 다시 살아나셨다는 일화입니다. 왕의 생각이 그러했듯이, 우리도 남에게 자비를 베푼다고 생각할 때 이와 같이 내 중심에서 상대방을 나보다 낮춰 생각하진 않았을까요. 내가 더 많이 가졌으니 조금 나눠줄 수 있는 여유에 대해 ‘자비를 베푼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는지 한 번쯤 생각해 보면 좋겠습니다.

요 몇년 사이 부쩍 많이들 힘들어합니다. 밥 한 끼 해결하기 힘든 사람들도 많아졌습니다. 길을 가다 추위에 떨고 있는 걸인을 보았을 때, 그도 나와 같은 처지라는 마음으로 내 밥값을 선뜻 내어주는 일, 가까운 편의점에 들러 따뜻한 컵라면에 김밥을 사서 쥐어주는 일, 마음을 조금 더 낸다면 나란히 앉아 함께 저녁을 먹는 것도 좋은 방법이겠지요. 밥 한 끼를 나눈다는 것은 내 마음을 주는 것과 같은 것입니다. 이 역시 무외시입니다.

사회의 약자, 소외되고 굶주린 자라고 해서 나와 다르지 않습니다. 다만 다르다고 분별하고 편애하는 마음만 있을 뿐입니다. 부처님께서 우리의 본성은 누구나 착하고 선하다고 하셨습니다. 맛있는 음식을 배불리 먹으면 순간이 즐겁지만 남과 함께 나누는 행복을 알면 오랜 시간이 즐겁고, 그러한 베푸는 마음이 쌓여서 몸에 배면 일생이 행복해집니다. 그 습(習)은 세세생생 우리를 따라 다닙니다. 실천행 없이 말과 생각에만 머물러 있는 것은 빈(空)공양과 같습니다. 진심에서 우러난 평등한 마음으로 자비공양을 실천할 수 있는 날들이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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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채소만두

 
김장김치가 맛있게 익어 신김치로 변해갈 무렵이면 특별식으로 종종 만두를 한다. 재료를 준비하기에는 손이 많이 가므로 가까운 신도분들이 시간을 내어 만두소 준비를 도와주시고 스님들은 울력으로 함께 빚는다. 김치가 주재료가 되고 여기에 잘 말린 무말랭이, 양배추, 숙주, 두부, 애호박, 시금치, 당근 등을 손질해서 곱게 다져 양념을 넣고 섞는다. 고소하게 씹히는 맛을 더하려면 생땅콩을 다져서 곁들이기도 한다. 어울려 맞들인 넉넉한 만두는 여러 대중과 윗마을 노인정까지도 훈훈한 정(情)을 함께 나누기에 안성맞춤이다.

[1334호 / 2016년 3월 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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