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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자녀가 느끼는 가정 : 지옥형

학대와 폭력 휘두르는 부모 있는 곳이 지옥

오래전 학생들의 현장실습을 위해 소년원을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 이곳 소년원생 중에는 가정으로 돌아간 후에도 또 다시 가출하여 죄를 짓고 들어온 재범, 3범들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 이유를 묻자 원생들 상당수가 ‘가정이 지옥처럼 느껴져 부모와 함께 살면 숨 막혀 죽을 것만 같아 집을 뛰쳐나오게 된다’는 것이다.

폭력에는 무서운 과보 따라
부모는 인과 도리 직시해야
학대 지속되면 계속 대물림

한창 부모의 관심과 도움을 받으며 건강하게 자라나야할 청소년들이 왜 가정을 지옥같이 느끼게 되었는지, 그리고 집보다 소년원이 더 낫다고 생각하여 고의로 죄를 범하고 들어오는지 참으로 안타까웠다.

우리가 생각하는 지옥은 어떤 곳인가? 활활 타오르는 불 속이나 끓는 기름이 먼저 떠오른다. 이 안에서 사지가 녹아내리는 고통을 겪으며 두려움과 불안에 떠는 곳이 아니던가? 가정이 지옥만큼 고통스럽다는 아이들, 그리고 여전히 어디에선가 고통으로 신음하며 위협받는 아이들의 지옥은 학대와 폭력을 휘두르는 부모 행동이 아니겠는가?

폭력의 뿌리는 분노다. 분노는 타오르는 불길과 같아 자신과 주위를 태우는 공격성을 지녀서 부모 인생에 귀찮은 존재라고 생각되는 자녀라면 언제든 폭력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내 마음이 평정하고 행복한 사람은 결코 남에게 고통을 주지 않지만 화가 많은 사람은 자기 마음이 지옥이기에 분노조절이 어렵다. 선한 심성과 행동의 싹이 화의 불길로 타버리기 때문이다.

부처님 당시에도 비구 데바닷타의 사악한 행동으로 승가의 화합을 위협하고 분열시키는 혼란이 있었다. ‘증일아함경 5 불체품’을 보면, 부처님은 악행의 과보가 얼마나 무서운지를 비구들에게 말씀했다.

“어떤가? 비구들아, 혹 어느 누구라도 데바닷타에게서 깨끗한 법을 보았느냐? 그가 지은 악이 너무도 무거워 겁이 지나도록 죄를 받아도 치료할 수가 없으리라. 그에게서는 내 법 가운데에서 칭송할만한 털끝만큼의 선도 보지 못하였다.(…) 저 어리석은 데바닷타는 오로지 삿된 이득에만 집착하여 5역죄를 지었으므로 몸이 무너지고 목숨을 마친 뒤에는 나쁜 곳에 떨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부처님 말씀에서 우리는 선악의 과보를 무시하고 욕망에만 집착하여 선한 삶을 살지 못한 과보가 얼마나 무거운지를 깨닫게 된다. 그러나 폭력 부모는 엄연한 인과의 도리를 애써 외면하거나 무시한다. 부모의 폭력은 후대로 이어지며 대물림을 한다. 이것이 폭력의 윤회다. 이 윤회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라도 자녀는 안전하고 따뜻한 가정에서 고운 심성을 길러가야 한다.

‘어린이는 건전하게 태어나 따뜻한 가정에서 사랑 속에서 자라야 한다.’

대한민국 어린이 헌장에 명시된 내용이다. 해마다 5월5일 어린이날이 되면 어린이를 위한 잔치가 각 지방마다 성대히 펼쳐진다. 이날 만큼은 모든 아동이 주인공이 되어 행복을 만끽하도록 돕기 위함이다.

단 모든 아이들을 위한 화려한 행사 못지않게 그 뒤안길에서 부모의 폭력으로 불안에 떠는 아이들을 찾아내 보살피려는 노력도 있어야 한다. 적어도 대한민국 어린이가 지옥에 살도록 방치해서야 되겠는가? 분노의 정서는 자비심의 배양으로 소멸할 수 있다는 불교적 관점에서 자비심은 폭력적인 부모가 키워야 할 핵심 덕목이다. 아울러 자녀의 상처 난 마음을 위로하고 감동을 안겨주는 부모의 참회 표현을 해보자. 자비심을 일으키는 효과가 있다.

“사랑하는 00야! 그간 말과 행동으로 알게 모르게 너에게 많은 상처를 주었지 미안해. 용서를 구하고 싶구나. 이제부터 난 우리 가정이 평화롭고 행복하도록 노력할 거야, 네가 도와주길 원해!”

황옥자 동국대 명예교수 hoj@dongguk.ac.kr

[1341호 / 2016년 4월 2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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