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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담과 짓궂은 장난 즐기다가[br]곤경에 처해 위대한 저술 남겨

기자명 이병두

‘마키아벨리 평전’ / 로베르트 리돌피 지음 / 곽차섭 옮김 / 아카넷

▲ ‘마키아벨리 평전’
니콜로 마키아벨리(1469~1527). ‘목적을 위하여 수단을 가리지 않는다는’ 뜻으로 왜곡되고 있는 마키아벨리즘(Machiavellism)이란 낱말이 주는 이미지 그대로, 그는 많은 사람들에게 ‘냉혹한 인물’로 각인되어 있다. 하지만 그는 농담과 짓궂은 장난을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프란체스코 수도회 총회에 피렌체 대사로 파견되었을 때에는 유숙하던 집의 주인과 수도사들을 골려먹으려고 다른 친구에게 부탁해 특별 전령을 자꾸 보내게 해서 사람들이 더 좋은 대접을 하게 하려는 계획을 세워 실행에 옮겼던 적도 있다.

전령이 “편지를 가지고 도착하여 땅에 코가 닿도록 절을 하면서 ‘급한 일로 특별히 왔다’고 말하자, 주위의 모든 사람들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우왕좌왕하며 존경스런 얼굴로 나를 쳐다보았다네. 그 중 몇 사람이 나에게 새 소식을 묻더군. 그래서 나는 내 위신을 높일 겸 이렇게 말해 줬지. ‘사람들은 황제를 트렌토에서 기다리고 있고 스위스는 (…), 프랑스 왕은 (…) 하고 있다’는 식으로 말이네. 그랬더니 사람들은 모두 입을 헤벌린 채 모자를 벗어들고는 내가 편지를 쓰는 동안 내내 주위를 빙 둘러싸고 있지 뭔가. 내가 장문의 편지를 쓰는 것이 그들에겐 신기한지 마치 무엇에 홀린 듯이 나를 바라다보고 있었다네. 나는 그들을 더 놀래줄 양으로 가끔 펜을 멈추고는 근엄한 표정을 지어 보이곤 했지. 그랬더니 모두 침을 질질 흘리더군. 만약 그들이 내가 무엇을 쓰고 있었는지를 알았다면, 더 놀라 자빠졌을 걸세.” 마키아벨리가 친구에게 보낸 편지의 일부이다.

마키아벨리라는 정치·문학사의 위인이 탄생할 수 있었던 데에는 피렌체의 분위기가 크게 기여했을 것이다. 그러나 어디에서건 자신의 재능에 값하는 일을 찾아낼 사람이었던 그는 ‘미켈란젤로와 함께 단테 이후로 가장 위대한 인물’이었지만 숱한 사람들에게 배척·멸시 당했다. 그는 스스로 “아직까지 누구도 지나가지 않았던 길을 택함으로써 방향을 잃을지도 모른다”고 예언했다고 하는데, 불행하게도 이 예언이 적중했던 것이다.

그는 글을 쓸 때에 장식하기보다는 글에 힘을 실어주려 했다. ‘피렌체 역사’를 쓸 때에도 세밀한 사실 추구에는 관심을 두지 않고 그 사실들에서 법칙과 이론을 추출해 내고 싶어 했다. 때로는 사실을 이론에 맞추는 일도 서슴지 않았던 역사철학자·정치이론가였다.

어쨌든 이탈리아 작가들 중에서도 하나 이상의 문학 장르에서 정상에 오를 수 있는 사람은 드문데, 그는 자신의 천재성이 발휘된 거의 모든 곳에서 최상의 위치에 섰거나 후세에 깊은 족적을 남겼다. 정치와 역사 저술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였고, 설화 문학에서는 단 한 작품만을 남겼을 뿐이지만 그 수준 역시 탁월하였다. 희곡에서도 역시 한 작품을 썼지만 이 작품도 이탈리아 희곡 전체를 통틀어 최상급으로 인정받는다.

이 희곡에서 “우리같이 권력을 가지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개도 짖지 않는다”고 표현할 정도로 일생동안 어려운 시기를 많이 겪었지만 역설적으로 그것이 그의 이름을 오래도록 빛나게 했다. 그를 관직에서 내쫓고 감금했을 뿐 아니라 오랫동안 무관심과 궁핍 속에 내팽겨졌으나, 그의 ‘군주론’ ‘리비우스 논고’ 그 밖에 영원히 기억될 다른 많은 글들이 나온 것은 바로 이 메디치가 때문이었다. 단테가 망명을 떠나지 않았다면 ‘신곡’이 태어날 수 없었던 것처럼, 그가 정치에서 추방되지 않았다면 우리가 이 저작들을 만날 수 없었을 것이다.

그가 세상을 떠나던 해에 중국에서는 “억울함이 없는데도 글을 짓는 행위는 춥지도 않은데 일부러 몸을 떨고 아프지도 않은데 신음하는 것과 같으니, 비록 작품을 낸다 한들 무에 볼 만한 구석이 있겠는가”라고 절규한 이탁오가 태어났으니 이것도 운명인가.

이병두 전 문화체육관광부 종무관

[1348호 / 2016년 6월 2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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