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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바르게 알고 실천하기

기자명 일운 스님

 
얼마 전에 잘 알고지내는 보살님 한 분이 연락이 왔습니다. 갑작스럽게 친구를 먼저 보냈다는 얘기를 담담히 하시면서 불교 경전공부와 마음공부를 해 오고 있던 중이라 좋은 마음으로 잘 보낼 수 있었다고 하셨습니다. 올바르게 불법을 알고 공부하게 되니 큰 슬픔에도 동요됨 없이 먼저 간 친구와의 좋은 기억들을 추억하며 행복한 마음으로 더 좋은 곳에 나기를 발원할 수 있었다는 것이지요.

그러면서 말미에 한 가지 아쉬운 점을 얘기하셨습니다. 장례식장의 음식문화에 대해서 얘기를 하시며 우리나라의 일생의례를 보면 기쁜 날이건 슬픈 날이건 간에 불자들이라도 늘 해오던 관습대로 고기를 준비하는 일이 다반사라 하시며 제례음식의 변화를 바라고 계셨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경조사에 찾아오시는 손님들에게 대접하는 음식으로 고기가 빠지면 안 된다는 생각이 지배적인 것 같았습니다.

경전 중에 ‘지장보살본원경’이익존망품(利益存亡品)에 나오는 몇 구절을 옮겨보면 “중생들은 임종하면 자신이 지은 악업으로 반드시 악도에 떨어지게 되었더라도 가족들이 그를 위해 짓는 인연공덕으로 갖가지 죄가 모두 소멸될 것이다. 또한 죽은 뒤 49일 안에 가족들이 여러 가지 공덕을 지어주면 그 사람이 영원히 악도를 여의고 인간과 천상에 태어나고 현재의 가족들도 한량없는 이익을 받을 것이다. 그러나 설사 망자가 전생이나 현생에 좋은 업을 지었다 할지라도 임종할 때 가족들이 산목숨을 죽이거나 악한 인연을 짓는 것은 살생하는 일이니 죽은 사람에게 털끝만큼도 이익이 되지 않고 죄만 더 깊고 무거워 질 뿐이다”고 했습니다. 또 염라왕중찬탄품(閻羅王衆讚歎品)에서는 수명을 관장하는 주명귀왕(主命鬼王)이 어느 집에 아기가 태어나려 할 때 집안사람들이 선한 일을 하게 되면 집안에 이익이 더하며 모든 신들이 아기와 어머니를 보호하고 큰 안락을 얻게 하며 가족도 이롭게 한다고 했는데 이 날 산모에게 비린 것을 먹이고 산목숨을 죽여서 잔치를 베풀게 되면 이는 스스로 재앙을 불러 산모와 아기에게 함께 해를 입히는 것이 된다고 하였습니다.

남의 불행 위에서 나의 행복이 있을 수 없는데 하물며 남의 희생을 알지 못한 채 나의 슬픔이 가장 큰 슬픔이라 생각하는 것은 어쩌면 가장 큰 무지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러한 내용이 비단 불교의 경전에 나와 있는 내용이라 어떤 이는 종교적인 성향이 짙어 보인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으나 더 나아가 전 인류가 그토록 염원하는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라도 ‘생명존중’의 실천이 바탕되어야지만 전쟁과 갈등이 없는 평온함을 얻을 수 있습니다. 부처님께서 불자들에게 첫째로 강조하신 ‘보시를 행하고 공덕을 쌓으라’고 하신 말씀대로 남에게 베풀어 자비를 실천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도 중요한 일은 스스로를 점검해서 하지 말라고 한 일들이 무엇인지, 바로 보고 바르게 알고 법의 이치를 깨달아 생활 속에서 진리를 올바르게 실천할 수 있는 마음가짐과 자세가 필요한 때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우리 집 밥상은 ‘바른 실천’을 하고 계십니까?

 

아욱수제비

‘가을 아욱은 사립문을 닫고 먹는다’고 하지만 밭에서 바로 따서 먹는 여름 아욱의 부드럽고 시원한 맛도 이에 못지않다. 여름 아욱은 가을 아욱만큼 억세지 않지만 박박 문질러 헹궈 진을 빼고 쓴 맛을 제거한 후에 요리를 하는 것이 좋다. 최근 미세먼지에 좋은 식재료로 알려진 아욱을 첫 수확은 국을 끓였고, 두 번째 자란 것은 된장을 풀어 죽을 끓여 먹었다. 더위로 지친 날에 채수에 된장을 풀고 표고버섯과 함께 넣고 수제비를 끓였더니 스님들이 금세 한 냄비를 비우신다.

[1348호 / 2016년 6월 2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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