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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자녀가 느끼는 가정: 갈등형

아이, 모르는 척하는 ‘의도적 무관심’에 감동

완벽을 추구하는 깔끔한 엄마에 비해 송이(중2)는 덜렁대는 편이라 서로는 잘 부딪친다. “송이야, 주스를 쏟았으면 닦아야지 뭐해?” “닦을 거야.” “그렇게 덜렁대니 공부도 그 모양이지?” 힐난조의 엄마 말에 발끈해진 송이. “엄마와 말하면 신경질 나 말 못하겠어.” 주방바닥에 흥건한 주스를 보며 짜증난 엄마, 이에 질세라 발끈해진 송이는 지금 상대를 상처주기 위해 작정한 모습 같다. 엄마의 내심은 송이의 성적이 낮은 이유가 덜렁대는 성격에 있다고 굳게 믿기에 문제가 발생하면 덧붙여 화풀이를 하지만 그때마다 돌아오는 건 갈등의 골만 깊어질 뿐이다.

10대들의 갈등심리는 성장통
기성세대 시각에선 별종 같아
구태의연한 사고는 대립 야기
부모의 반성이 화해 씨앗 돼

요즘 10대를 보면 예전의 10대와는 매우 다르다. 부모 말에 순종하고 인내하는 미덕이 점차 사라지는 것 같다. 길거리에서 만나는 여중생들의 입술이 새빨갛게 칠해진 모습을 보며 기성세대는 10대들의 강한 개성과 그 다름을 실감할 것이다. 어디 외모뿐이랴! 이들의 생각과 표현방식 그리고 문화도 다르다. 원래 부모와 자녀는 가장 가까운 사이인 만큼 기대치가 높아 실망도 덩달아 커지긴 하나 오늘의 10대는 기성세대의 시각으로 보면 거의 별종(?)들이다. 따라서 여간 현명하지 않으면 감당하기 힘든 개성파 아이들이어서 부모자녀간의 갈등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것 같다. 어쩌겠는가? 변화하는 시류를 탓할 수만은 없는 현실에서 부모가 변해야만 제대로 자녀교육에 임할 수가 있다. 그러나 우리 부모세대는 과연 어떤가? 여전히 자녀에게만은 구태의연한 사고방식을 고수하거나 또는 너무 앞서나가진 않는가? 혹여 자신의 가치관을 자녀에게 주입하려 명령하고 닦달하진 않는가? 그렇다면 서로의 신경전으로 인해 갈등은 증폭될 것이다. 갈등이 서로 다른 견해나 욕구로 인해 이해가 상충되고 대립하여 화합하지 못한다는 뜻이라고 볼 때 다양한 욕구를 가진 10대들의 갈등은 일종의 성장통이 아닐까 한다.

견해의 다름으로 인한 인간의 갈등심리를 이미 혜안으로 간파하신 부처님의 말씀을 ‘디가니까야’ 1권 계온품에서 살펴본다.

“인간은 견해의 동물이다. 그런데 인간이 가지는 견해는 너무도 다양해서 항상 무엇이 바른 견해인가라는 질문을 수반한다.”

이 말씀처럼 인간은 서로 다른 견해를 가지고 있기에 누구 견해가 더 옳고 그른지를 묻고 따지게 된다. 그러다보니 의견충돌과 갈등은 늘 발생하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부처님은 이 문제를 어떤 관점으로 인식하여 해결방안을 주셨는지 ‘앙굿따라니까야’쟁사의 품에서 그 가르침을 들어본다.

“수행승들이여, 어떤 쟁사가 일어날 때 잘못을 범한 수행승과 힐문하는 수행승이 각각 자신을 잘 성찰하지 않으면 그 쟁사는 필연적으로 소란과 포악으로 이끌어질 것이며 두 수행승은 화평하게 지내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수행승들이여, 어떤 쟁사가 일어날 때 잘못을 범한 수행승과 힐문하는 수행승이 모두 나는 신체적으로 악하고 불건전한 일을 저지르고, 불쾌한 말로 잘못을 범했다. 이렇게 스스로 자신을 잘 성찰한다면 그 쟁사는 결코 소란과 포악으로 이끌어지지 않을 것이고 두 수행승은 화평하게 지내게 될 것이다.”

부처님 말씀처럼 갈등의 원인은 바로 상대방이 아닌 내 문제다. 내 욕심을 채우려는 이기심이 빚어낸 부작용이다. 따라서 상대를 탓하기 전에 자신의 말과 행동을 먼저 반성해야만 문제가 바로 보인다. 그런 다음 자녀의 생각과 상황을 이해하고 인정해주면서 부모의 생각이나 이유를 설명하는 것이 순서이며 설득력도 있다. 자녀의 행동을 비난만 한다면 아무런 효과도 없다. 때로는 알면서도 모르는 척 눈감아주는 부모의 ‘의도적 무관심’이 자녀의 마음에 더 감동으로 다가갈 수 있다.  

황옥자 동국대 명예교수 hoj@dongguk.ac.kr
 

[1348호 / 2016년 6월 2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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